손톱 옆 살을 뜯을 때마다 후회한다
뜯기 시작할 때는 어떤 일을 끝장내버리고 싶은 것처럼 집요하게 뜯다가
다 뜯어내고 나서 더 이상은 뜯어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통증이 느껴지거나 붉게 피가 비치거나 하게 되면 그제야 후회한다
참을걸.... 왜 그랬지 다시는 안 그래야겠다
그러고 나서 다시 뜯어내기의 반복이다
임시저장함에서 작년에 쓴 글을 보았는데 그때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요즘이 너무 힘들어서 지금이 제일 힘든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면 그때에도 곧잘 울었다. 비슷한 이유들이나 다른 이유들로. 이제는 그 시간을 지나왔지만.. 그때는 그때 나름으로 힘들어했구나.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비슷한 면도 있고 달라진 부분도 있었다. 그때에도 한결같이 살이 빠지고 있었고... 약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을 만큼 우울하고, 동생이 조심성 없이 내뱉는 말이나 행동마다 폭탄 터트리듯 미친 듯이 분노를 쏟아내고는 거의 동시에 자괴감에 빠지고, 마음에 들지 않는 아빠의 모습들 하나하나에 역겨워하다가도 거울처럼 똑같은 모습을 나에게서 발견하고.
이제는 작년과 달라진 점이라면, 상담을 다니고 있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고(병원에 다녀야 해서 자주 못 가지만... ) , 직장에서 환경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헤쳐나가고 있으니 그에 따른 자신감도 약간 있고, 그간의 시간들을 함께하면서 조금씩 단단해져 온 애인과의 관계도 있다. 이 사람의 생각, 마음을 예측할 수 없을 때 나는 부정적인 반응이 올까 봐 두려워한다. 작은 균열이 보일 때,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장면을 상상한다. 하지만 다행히 그간의 시간이 조금씩 쌓이면서, 상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걸 조금씩 눈으로 확인해 왔다. 그럼에도 배운 사실들을 나는 곧잘 잊어버리지만.... 외워야지.
이제는 곧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올 텐데,
계절이 바뀌면서 조금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지금의 나를 과거의 내가 상상할 수 있었던가?
괜찮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내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래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