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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작가 May 22. 2023

미워도 다시 한 번

미운사람이 있습니다만, 당신은 미운이를 어떻게 대하시나요

미운 사람이 있다.

상대를 용서 했고, 

그토록 미워했고 상처 받았던 나 자신과의 화해도 했지만

 그 사람을 마주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난다고 아팠던 마음이 

온전히 회복되는 것 같지는 않다.


어려운 관계이기 때문에 그럴까, 

상대를 대하는 내 마음은 이제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끝내 그 말은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 


그리고 난 적당히 그 사람을 대하기로 했다. 

아마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어렵겠지만 

끊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을 

보호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내어주지는 않을 작정이다. 


참 피곤한 관계이다. 

끊어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아이러니함이란.


과거 관계의 상처 속에서 

내가 붙잡아야 할 것은 

상대가 내게 잘못한 일들이 아니다. 


그 잘못에만 대롱대롱 매달리면 

더 아픈 것은 나일 뿐이다. 


상처 속에서 정말 찾아야 할 것은 

더 이상 내가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왜 그 때 그런 말을 못했을까, 멍청이 같이.' 

'왜 가만히 있었을까.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야지!' 

당시에 내가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자책을 그만두는 것이다. 


상대를 미워하는 것보다 

나 자신에 대한 미움과 혐오를 멈추는 것이 

훨씬 더 어렵지만, 


그 어려운 것을 해야만 비로소 나는 

스스로를 괴롭히던 과거의 상처로부터 

한 발자국 씩 발걸음을 앞으로 옮길 수 있다.


지금은, 햇살이 비추는 아침이니까. 

지금 나는 따스한 햇살을 마음껏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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