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하지 않는 것도 용기
너에게 연락을 하려다, 참았어. 꾹.
다음날이 되니 네가 조금 옅어져.
그 다음날이 되니 조금 더 옅어지겠지.
그러다 너는 내게서 점점 옅어질거야.
미색에 가까워지겠지.
하얀색인지, 연분홍인지 구별이 안 되는 그 색 말이야.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되었을까?
너와 나, 우리는 서로 참 많이 달라.
다른 사람인 걸 알고 있었지만 애써 모른 척했을 뿐.
너도 알고, 나도 알잖아.
내가 원하는 걸 너는 줄 수 없고,
나 역시 네가 원하는 걸 나도 줄 수 없고.
이렇게 우리, 서로 점점 옅어지자.
어떤 색인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최근 한 인간관계에 대해서 실망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났다.
친구와의 사이도 그렇고,
사랑했던 사람과의 사이도 그렇고
결국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그 요소는
서로 원하는 것들 사이에서의 그 중간지점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균형이 맞지 않으면
그 관계는 언젠가는 끝이 난다.
내가 좋아해서 상대를 붙들어도
늘 아쉽고, 불안하고, 불만이다.
그러다 복수심에 불타기도 하고.
그렇게 된다면 서로에게 최악이다.
굳이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이끌 필요는 없다.
그래서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런 내게
‘네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의 상황이 되지 않아서
주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내가 예민하다고.
그럴 수도 있다, 물론. 처음 몇 번은.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것은 어떤 신호가 아닐까?
상대방과 나의 주파수가 맞지 않는다는.
그렇지 않다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들 때도 있다.
맞다는 그 말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그렇게 해서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그래서 너에게서 점점 옅어지기로,
너에게서 점점 희미해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