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똥을 누는 것과 비슷하다... 찔끔찔끔 나오거나 전혀 나오지 않거나, 또는 억지로 나오거나. 리듬을 잃으면, 전혀 쾌감이 없다. -저메인 그리어-
20세기 후반 가장 중요한 페미니스트라는 저메인 그리어가 글쓰기는 똥을 누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을 했단다. 내가 이런 글을 독자에게 보일 때에는 나름 식사시간을 피한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어릴 때 TV를 보다가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나, 잘난 척을 하는 누군가에게 "잘났어 정말, 네 똥 굵다." 하는 유행어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네 똥 굵다라고 말하는 함의를 알지 못했다. 똥이란 건 보통 다 굵은 거 아닌가. 나이가 들면서, 날마다 1일 1똥, 황금색 굵은 변을 보는 게 얼마나 복된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특히나 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서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도 그 조그마한 기계를 쳐다본다고 변비 환자들이 많이 늘어나지 않았을까. 찔끔찔끔, 혹은 억지로.
글쓰기를 똥에 비유한 저메인 그리어의 말이 좀 더럽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아주 적절한 비유가 아니었나 싶다. 글쓰기는 정말 찔끔찔끔 나오거나, 전혀 나오지 않거나, 또는 억지로 나오곤 하니까. 이런 글쓰기는 정말로 쾌감이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타이핑 리듬은 마치 네발 달린 말이 달리듯 탁탁 타다닥 탁탁 타다닥하고 경쾌한 소리를 낼 때이다. 특히나 쾌감이 없는 글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엔 이런 리듬 자체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때는 꼭 목적이 있는 글이 아니라, 글쓰기 연습 삼아 블로그 댓글 같은 것을 달아보아도 좋다. 네이버 블로그의 댓글은 글자수 3,000자로 제한되어 있으니, 3,000자까지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두들겨 보는 것이다. 탁탁 타다닥, 탁탁 타다닥.
그렇게 글쓰기 리듬감을 찾고 나면 꽉 막혀있던 항문이... 아니, 글쓰기가 조금은 뚫릴지도 모른다.
출처 -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다른출판사 / 엮은이 존 위너커, 옮긴이 한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