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작가, 나이를 먹을수록 돌연한 도취와 장황함에 빠져드는 작가는 즉시 그만 써야 한다. 펜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SNS를 하다가 로맨스스캠(주로 군복을 입고 있다)이 확실하다 싶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친구 신청이 오면 대부분 받는다. 그러다 보면 연세가 지긋하면서 글을 쓰는 분들과도 친구를 맺기도 하는데, 유독 시(詩)를 쓰는 분들이 많다. 모든 분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중 몇몇 분들은 자아도취에 빠져 살기도 하는 듯하다. 그런 이들의 특징이라면 행동에 거침이 없다. 1분 사이에 좋아요 수십 개를 누르며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도록 유도하고, 뜬금없이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아마도 나를 여성으로 알고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남자인 나도 이런 일을 겪으면 섬뜩하고 기분이 나쁜데, 여성분들은 얼마나 징그럽고 무서울까.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싫어하겠지, 하는 생각을 전연 하지 못하는 분들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사소한 행동에도 의심을 하지 않는 분들이, 글을 쓸 때라고 다를까.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이들이 쓴 글에는 무수히 많은 허점들이 드러나고 이런 글들은 대체로 위험하다. 머리가 굳을 대로 굳어서는 과거에 얽매여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거나, 타인이 건네는 쓴 말은 피하면서 사탕발림 달콤한 말만 들으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 무수한 세월의 흐름에 더 이상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서일까. 그들은 돈만 내면 누구나 글을 실을 수 있는 문예지에 글을 보내고서 '등단'을 했다면서 스스로 시인이네, 소설가이네 하는 이야기를 하는 데에 서슴없기도 하다.
자신이 쓴 글에 애정을 갖는 것은 좋지만, 자신이 쓴 글을 의심할 줄 아는 태도가 앞서야 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나는 스스로의 글에 만족하며, 도취하는 이들의 글에서 '읽을 만한 글'을 본 적이 거의 없기도 하고. 그러니 만약, 내가 아직 살아보지 못한 6, 70대가 도래하였을 때, 나에 대한 의심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과감하고 미련 없이 키보드에서 손을 뗄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할까 봐, 그게 참 두렵다.
출처 -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다른출판사 / 엮은이 존 위너커, 옮긴이 한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