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엄청나게 진지한 자세이며, 다른 하나는 안타깝지만 재능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가끔 독자나 다른 작가들이 어떻게 매년 책을 낼 수 있느냐고 묻는다. 언젠가부터 유머가 통하겠다 싶은 사람에게는 낄낄거리며, "글쎄요, 저는 좀 타고난 거 같아요." 하고서 몹시 재수 없게 느껴질 대답을 하곤 하는데, 사실 이게 재수는 없을지언정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않겠느냐, 아무래도 나는 진짜 좀 타고 난 거 같다,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매년 책을 낼 수 있겠는가... 난 진짜 좀 타고난 듯... 아, 이거 아닌가?
아무튼 헤밍웨이가 했다는 이 말에서 중요한 건 진지한 자세보다는 '재능'인 듯싶다. 앞서 말한 '진지한 자세'는 말하나 마나 하게도 당연히 필요한 것이며,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갖출 수 있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헤밍웨이가 말한 '재능'은 어떤 것일까. 원문에서는 무슨 단어로 쓰였는지 모르겠지만, 번역된 우리말 '재능'에는 타고난 것과 훈련에 의해 획득된 능력 모두를 말한다고 되어있다. 다만 문장의 뉘앙스만 따져보면 후천적인 훈련보다는 타고난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에디슨이 말했다는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말도, 많은 이들에 의해 그만큼 '노력이 중요하다'는 식의 해석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에디슨은 아무리 노력을 해봐야 1%의 영감이 없으면 안 된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끔은 노력만으로는 가닿을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많은 글쓰기 강사나 책에서 글쓰기의 대부분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나 역시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타고나야 할 감각의 영역도 있지 않을까 싶다. 가령 뛰어난 유머 감각이나 특출 난 언어 감각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런 점에서 나는 시(詩)를 쓰는 시인에게서 내가 결코 가닿을 수 없을 타고난 재능을 느낀다.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 중에서 나름(어쩌면 아주 많은)의 노력은 기울였어도, 책을 내고 싶다는 욕망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일부는 책 쓰기 협회나 에이전시, 글쓰기 강사를 찾는 게 아닐까 싶다. 그들은 그곳에서 글쓰기 코치들이 짜주는 목차와 꼭지대로, 마치 숙제하듯이 글을 쓰면서 출간의 욕구를 해소하려 하는 것 같다. 가끔 그들은 진지하게 작가가 되기보다는 하나의 출간 책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헤밍웨이와 관련해서는, "초고는 쓰레기이다." 라거나 <무기여 잘 있거라>를 수십 번 고쳐 썼다는 일화가 유명하지만, 초고나 퇴고는 나중에 따져볼 문제이고, 진지한 자세의 작가 지망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이 '재능'이 아닐까. 작가라면 어느 정도 스스로 기획하며 자신의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자기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글쓰기 코치에게 의지하며 글을 쓰려는 이들은 스스로에게 재능의 있고 없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재수 없게 말해도 뭐 내가 엄청나게 타고난 재능돌이라는 것은 물론 아니고.
출처 -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다른출판사 / 엮은이 존 위너커, 옮긴이 한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