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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Apr 21. 2024

오늘도 조이풀하게!



박산호 <오늘도 조이풀하게!>






번역가 겸 소설도 쓰시고, 에세이도 쓰시는 박산호 작가님이 책을 보내주셔서 읽어보았다. (작가님 필체는 볼 때마다 유니크한 매력이 있다.)


소설 읽기를 좋아하지만, 어쩐지 청소년 소설은 손이 잘 안 가게 되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고등학생 아이들의 성장 소설을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영화 번역가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고1 여고생 한조이. 서울에서 '무천'이라는 가상의 도시로 이사를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에 작가님이 소설 속 배경 '무천'에 대해 글 쓰신 걸 봤는데... 뭐였더라... 김승옥 <무진기행>의 '무'와 작가님의 고향 순천에서 '천'을 따온 것이랬나...)


그런데 이 한조이라는 아이가 얼마나 왈가닥인지 나는 '한조이'라는 이름에서 어쩐지 '하토리 한조'가 연상되기도 했다.

이런저런 무술을 배우기도 했고, 발차기도 잘하고, 달리기도 잘하고 무엇보다 텀블러에 소주를 담가 마시는 여고생... 띠요오옹.


소설은 한조이가 무천으로 전학을 가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로 진행이 되는데, 아이돌이 되고픈 (푸바오를 닮은) 수현이, 키가 크고 모델 같이 잘생긴 외모의 별이, 한때 별이의 친구였지만 어쩐지 별이와 사이가 멀어져 보이는 건우, 건우의 여자친구이자 소설 속 빌런 유리, 그리고 또 다른 빌런 진오 등이 나온다.


표지 왼쪽부터 한조이, 수현, 김별(별이).


짧은 시간 안에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데, 맥거핀이라고 부를 만한 게 거의 없을 정도로 작가는 소설 속에서 하나둘 던져놓은 떡밥들을 부지런히 수거해 나간다. 호흡이 길지 않은 소설 안에서, 음? 이 이야기는 왜 나오지? 하는 궁금증이 일다가도 뒤에서 하나하나 친절하게 다 풀어준달까.


가령, 소설을 읽는 내내 궁금했던 내용 중 하나로, 한조이가 처음 전학을 간 날, 담임은 비어있는 '별이'의 옆자리에 조이를 앉히며, 별이는 뉴욕에 현장학습을 가서 내일 오는데... 라고말하지만 어쩐 일인지 별이는 그날 바로 학교에 나타난다. 무엇보다 조이와 별이는 이미 학교가 아닌 곳에서 만난 적이 있었으므로.


소설을 읽으면서 뉴욕에 갔다는 별이가 왜 학교에 일찍 나타난 것인지 하는 궁금증이 내내 있었는데... 독자들은 걱정을 붙들어 매세요. 작가님이 나중에 다 알려주심.


그간 읽어왔던 소설과 다른 장르라서 책을 받고도 바로 읽지 못하고 잠시 미루어두었는데, 첫 페이지를 열고부터는 쭈우욱 읽어나갔다. 어제부터 읽고 지금 다 읽었으니.


작가님은 처음 청소년 소설 제안을 받고 놀라셨다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분이 책에서 하고픈 이야기가 되게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벌어질 수 있는 '학폭' 문제부터 이런저런 사회 문제들을 소재로 삼았는데 자칫 무겁게 진행될 수 있는 이야기를 밝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명랑하고 쾌활한 주인공 한조이의 성격과 그를 둘러싼 사랑이야기가 있었기에 가능해 보인다.


실제로 작가님은 작가의 말을 통해 차별과 다름,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셨다고. 때마침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라고 하니 어쩐지 이 소설의 후기를 올리기에 적당한 날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처음 책의 표지를 보고서 맨 오른쪽 남학생(별이)의 얼굴이 너무 어둡게 나와서... 어어? 이거 색이 잘못 쓰인 거 아닌가 싶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아 이게 색이 잘못 쓰인 게 아니구나 하는 걸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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