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 May 02. 2024

두서없는 음악 이야기




한 뮤지션이 같은 제목의 전혀 다른 두 곡을 만들었거나 부른 것을 본 적 있으신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아주 없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정말정말 흔한 일은 아니라서 살면서 몇 번 본 적 없긴 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선우정아인데, 선우정아의 데뷔 앨범에는 <아파>라는 곡이 실렸다. 타이틀곡도 아니었고, 선우정아의 데뷔 앨범 자체가 그렇게 널리 알려진 건 아니라서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나름 비운의 곡이랄까.


선우정아는 데뷔 앨범 발표 후 몇 년이 지나 YG에 들어가서 2ne1의 첫 정규 앨범에 <아파>라는 곡을 다시 써주게 된다. 선우정아 앨범에 실린 <아파>와 2ne1의 <아파>는 제목 말고는 전혀 다른 곡.


재밌게도 나는 두 <아파>를 모두 좋아한다. 선우정아가 YG에 있을 때 관여한 앨범을 좋아하는데, 이하이의 데뷔 앨범이 그랬고, 2ne1의 첫 정규 앨범이 그랬다. 특히 2ne1의 <아파>는 멤버들 모두 노래를 잘했지만, 선우정아의 코러스가 정말 기가 막힌다.


여하튼 한 뮤지션이 같은 제목의 곡을 만든 게 재밌게 느껴져서, 음악 웹진 리드머에서 글 쓰던 시절 선우정아를 인터뷰하면서 "혹시 '아파' 페티시가 있으신가요?" 하고 물어보기도 했었다. 선우정아의 대답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리드머 인터뷰를 찾아보도록 합시다, 네네.


추천.

선우정아 - <아파>

2NE1 - <아파>




간밤에 신보 어떤 게 나왔나 주욱 살펴보는데... 김윤아 솔로 5집 나왔네. 나한테 왜 김윤아 새 앨범 나왔다고 아무도 얘기 안 해주시는 겁니까. 실망을 금할 수가 없군요. 아무튼 트랙리스트 보다가 <U>라는 제목의 곡이 있는데, 피쳐링이 이승열인 거.


이승열과 <U>라니... 유앤미블루 앨범에 <U>라는 곡이 있거든. 그래서 나는 김윤아가 이승열과 함께 유앤미블루의 곡을 커버해서 앨범에 실은 건가 보다 했는데 들어보니까 전혀 다른 곡인 거.


그러니까 이승열은 유앤미블루 시절에 <U>라는 제목의 곡을 부르고 거의 30년이 지나서 동명의 곡을 다시 부르게 된 거.


한국 보컬 중에 '간지'만 놓고 보면 나는 이승열의 음색이 무조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보는데, 이게 뭐랄까... 이게 정말 보통 간지가 아니고... 진짜... 좆간지... 내 목소리 듣고 다들 쓰러져라, 뭐 이런 느낌의 굉장히 고급스러우면서도 급발진하는 폭풍간지랄까... 특히 유앤미블루의 <U>는 그런 이승열의 간지가 잘 드러나는 곡이 아닌가 싶음.


추천.

유앤미블루 - <U>






근데 유앤미블루 듣다 보니까 자연스레 방준석이 생각나잖아. 어차피 유앤미블루의 5할은 방준석이니까. 나는 방준석이 죽었다는 게 아직도 잘 안 믿기고 그렇더라고. 방준석이 22년 3월 생을 달리 했는데... 하아... 보니까 작년 3월에 방준석 추모 앨범 그것도 리미티드 에디션이 나왔네??? 방준석이 그간 음악활동하면서 가창한 곡들과 미발표 곡들 모았다고.


아니, 여러분... 김윤아 신보는 그렇다 치고 방준석 추모 앨범 나왔다는 사실은 왜 아무도 저에게 안 알려주신 겁니까... 정말 실망을 금할 수가 없네요. 플리즈 돈렛미다운... 사는 게 뭐 그리 바쁘다고 방준석 추모 앨범 나왔다는 것도 모르고 살다가... 뒤늦게 앨범 주문하고 이 글 쓴다능.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안절부절 손덜덜. 여하튼 저는 주문했으니까, 이제 여러분들도 주문하십셔, 네네.


그러고 보면 유앤미블루에서 간지 넘치는 곡은 모두 이승열이 불렀지만, 내가 듣고 눈물 흘렸던 건 모두 방준석이 부른 곡들이었다능.


추천.

방준석 - <느낄 수 있어 널>

방준석 - <비와 당신>


작가의 이전글 잡담 24043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