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부터 리타 이연숙의 일기집 <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을 읽는데, 정말이지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아니, 첫 꼭지 일기부터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리더니, 두 번째 일기도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리더라고. 글만 읽으면 일찌감치 학교 자퇴 때리고 거리의 시인으로 살아갔을 것 같은 느낌인데 자꾸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리길래, 서울대생인가... 했더니 서울대 미학과 출신이네. 헤헷. 아이참, 왜 서울대생인 거야요. 헤헷.
나는 보통의 글쟁이들보다 아티스트 기질이 철철 넘치는 이들의 글을 좋아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드렉퀸 모지민의 글이 압도적이었다. 리타 이연숙도 역시나 아티스트의 글 같네. 약냄새에 풀풀 절어 있는 글. 비평을 할 게 아니라 자기 글을 조금 더 쓰면 좋겠는데, 비평상 받았을 때의 심사자들 평을 찾아보니 비평도 훌륭한 듯.
2. 여의도에 최우영 스시가 생겼다. 12p 스시가 12,000원으로 가성비 작살인데, 무엇보다 혼밥 자리가 많아서 좋다. 그리하여 지난 금요일에 가서 먹고, 어제 월요일에 가서 먹고, 오늘 가서 또 먹었다는 이야기. 몸에 아가미가 돋을 거 같네. 내일은 하루 쉬어야 되겠죠?
3. 다른 작가의 책에 별점 테러를 하고 다니는 글쓰기 강사가 프로필에 얼굴 다 날아갈 정도로 빡세게 포토샵 한 사진을 걸어두고서 정직하고 진실한 글쓰기를 운운하는 게 너무 재밌다. 프로필에서부터 진실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잖아... 정직이니 진실이니, 이상한 소리 할 시간에 얼굴 허옇게 뜬 프로필 사진부터 어떻게 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냥 얼굴이 못생겼으면 나처럼 올리지를 말라구. 깔깔깔.
4. 알리에서 곽휴지(6곽) 500원, 차량용 (많이) 미니청소기 2,000원, 센서로 뚜껑 열리는 휴지통 2,000원을 주문해 보았는데, 휴지는 일찍이 도착했고 나머지는 어제 모두 도착했다. 가격을 생각하면 다 뭐 그냥저냥 괜찮은 물건들인데 알리 접속이 느려터져 가지고 앞으로 더 이용할지는 모르겠다.
5. 악뮤 신곡 <롱디>가 나와서 들어봤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들어봤는데 뭐지 뭐지 하다 보니, 아이브의 <I Want>가 떠올랐다. 댓글을 보니 지드래곤 <미싱유>가 생각난다는 이도 있고, 츄의 <초콜렛>이 생각난다는 이도 있다. 몇몇 곡들을 레퍼런스 삼은 건가 싶기도 한데, 곡 자체는 참 좋네.
6. 어제는 자기 전에 더스미스(The Smiths)의 <I Know It's Over>를 들었다. 그리고 <Asleep>을 이어서 들었다네.
7. 며칠 전에는 산울림의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를 2023년 리마스터버전으로 들어봤다. 한국 음악사에서 가장 유니크한 건반 연주가 쓰였다고 생각하는 곡이다. 건반 세션이 김창완 사촌 동생이랬나? 레코딩 당시 악보도 볼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알고 있는데... 꼭 프로페셔널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하는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8. 고액 책 쓰기 협회에서 홍보하는 글 보면, 투고하고서 30분 만에 출판사에서 계약하자는 연락이 왔네 어쩌네 하면서 그걸 자랑삼아 이야기하는데, 보고 있으면 그냥 너무 얼탱이 없고 재밌다.
9. 지난 주말 명륜진사갈비 가서 궈먹으려고 그릇에 하얀색 가래떡을 막 담는데... 정말 맑아 보이는 한 청년이 옆에 서서 보고서는, "그건 버섯인가요?" 묻는 거. 생전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렇게 아무렇지 않고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는 그 모습도 좋았는데, 무엇보다 그 청년이 정말이지 세상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듯이 맑아보였다는 거.
나는 내가 담고 있는 것이 분명 가래떡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것이 버섯인지 물어대는 맑은 청년에게 어쩐지 확답을 하기가 조심스러워져서, "어... 떡인 거 같아요..." 해버렸다. 왠지 버섯이어야 될 것 같고 막...
10. 방준석 곡 중에 <꽃을 든 남자>가 있다. 옛날 안정환이 광고하던 화장품 <꽃을 든 남자>도 있잖아. 안정환이 티비에 나와 화장품 광고하던 그 시절 나는 구로공단 공장에서 군대 대신 방위산업 노가다를 하던 때였는데, 어느 날 회식 갔다가 조립 라인 아주머니들 앞에서 나름 웃겨보겠다고 상추 옆에 있던 청양고추를 들고서, "고출 든 남자" 드립을 날리기도 했었다. 엄마뻘 되는 아주머니들 깔깔깔 거리며 모두 웃었는데, 내 나이 20대 초중반의 일이었다. 요즘은 철컹철컹 걱정이 들어서 이런 드립도 못 날려요. 이런 드립도 20대 초중반의 맑은 이가 날려야 먹히는 거지. I Know, It's 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