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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un 05. 2024

포일식한 사람들




존 케닉 <슬픔에 이름 붙이기>


어제부터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슬픔의 이름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다 한참을 머무른 단어 포일식. 

이거 그거네. 

글쟁이들 이야기. 

드러내고 부끄러워하고, 드러내고 부끄러워하고.


첫 책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이 스타일 카운슬(Style Council)의 <It's a Very Deep Sea>였다. 어쩌면 빈 깡통처럼 아무것도 아닐지 모를 무언가를 건져 올리기 위해 깊은 바다로 다이빙한다는 노래.

그러다 운이 좋으면 수면 위로 올라올 테고, 그렇지 않으면 가라앉을 거라는 노래.


글을 쓰고 책을 쓰는 일이 그렇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이야기, 굳이 세상에 드러내지 않아도 상관없을 이야기, 가만히 두어도 괜찮을 이야기를 끄집어내고서 부끄러워하고, 다시 나를 드러내고 또 부끄러워하고.


포일식한 사람들.

내가 알고 지내는 글쟁이들 중에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이들은 한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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