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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un 05. 2024

잡담 240605



1. 한강 둔치에 설치되었던 영화 <괴물>의 조형물이 철거되었다고. 철거를 하게 된 몇 가지 이유를 들어보면 설치 의도와 달리 흉물로 지적을 받고, 영화의 인기도 시들해졌기 때문이라고. 왜, 난 괴물 조형물 괜찮던데. 그럼 영화의 인기가 시들지, 십수 년이 지나도 계속될까 싶기도 하고. 괴물 조형물이니까 흉물로 보여야 맞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얼마 전 부산 터널 상단에 박아놓은 5음절, <꾀 끼 깡 꼴 끈>도 설치하고 얼마 안 되어 철거를 했다지. 그때도 분명 의도는 좋았을 텐데.

내가 좋아하는 격언 중에 하나가, "향하면 빗나간다"이다. 향하는 많은 것들이 이처럼 의도와는 다르게 빗나간다. 처음으로 글을 좋다고 해주었던 출판사 대표님이 자주 쓰시던 말이었다.


2. 그런 점에서 이승환이 부른 <너를 향한 마음> 좋아한다. 마음 역시 향하면 빗나가기 마련이라. 곡이 갖는 아름다움과 달리 저작권 관련하여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3. 김훈 할부지 책이 나왔는데, 생각보다 판매지수가 높지는 않은 느낌이네. 정식 출시일까지 시간이 남아서 그런 걸까 싶기도 하면서도 역시나 갈수록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라서 그런 걸까 싶기도 하고. 제목은 좋네. <허송세월>


4. 가끔 글 쓰는 일이 허송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뭔가 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


5. 나도 쓰레드에 글을 써볼까. 배꼽 냄새가 구리다는 것을 알면서도 맡아보는 것처럼, 구린글 투성인데도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오늘은 어떤 머저리가 헛소리를 썼나 싶어서. 머저리 같은 글들에 유유유유유 슈퍼 이끌림.


6. 티라미수더북 출판사에서 김설 작가님의 난생처음 시리즈 <난생처음 독서 모임>이 나왔다. 난생처음 시리즈로는 럭키세븐 일곱 번째 책이네. 지금까지 나온 책으로는 <난생처음 킥복싱>, <난생처음 서핑>, <난생처음 기타>, <난생처음 내 책>, <난생처음 베이킹>, <난생처음 시골살이>가 있다.


내가 쓴 <난생처음 내 책>은 부제인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가 제목으로 곧잘 오해를 받곤 하는데, 책 표지에서 제목보다 부제를 크게 썼기 때문이리라. 이런 오해쯤이야 괜찮지, 뭐.


7. 오늘은 '짬뽕지존'이라는 가게에 찾아가 짬뽕 한 그릇을 먹었다. 가게까지 걸어가는 길에 몹시 더워, 짬뽕이고 나발이고 근처에 있는 평양냉면 집으로 선회할까 하다가, 놀라운 인내심을 발휘하여 이열치열을 이루어 낸 것이다. 키오스크로 짬뽕 하나 주문하고, 공깃밥도 하나 더하려니 품절. 세상에나 마상에나. 밥이 품절이라니. 그런데 테이블을 보니 밥이나 단무지 가위 앞치마 물 아무튼 이것저것 등은 셀프바를 이용하라고 쓰여있다. 이봐요, 주인양반, 내가 밥 하나를 먹을까 하는데 키오스크에는 품절로 뜨고, 셀프바에서 가져다 먹으면 된다고 쓰여있는데, 그렇다면 밥이 공짜란 말이오...? 하는 질문을 던지지 못하는 나는 결국 짬뽕 한 그릇만 먹고 나왔다는 서글픈 이야기.


8. 넷플릭스로 <니돈내산 독박투어> 일본 편을 보는데, 멤버들이 편의점에 들어가 다들 단백질 음료를 사는 모습을 보고, 저 나이엔 단백질 음료도 챙겨 먹어야 하는 걸까 싶어 오늘 편의점에 들러 처음으로 하이뮨을 사서 마셔보았다. 귀에서 '하이~ 하이~ 하이뮨이야~' 하는 장민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9. 문동에서 나온 <작가의 얼굴>이라는 책을 읽다가 판권 페이지를 보니, 기획과 편집에 '오경철'이라는 이름이 쓰여있다. <편집 후기>와 <아무튼, 헌책>을 쓴 그 오경철 씨인가 보네. 재미난 책을 만드셨었네.


10. 오늘이 '환경의 날'이란다. 환경이 소중한 거 알겠고,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중요한 것도 알겠는데 커피집에서 종이 빨대 주면 빡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건 그거, 이건 이거. 환경의 소중함과 별개로 종이 빨대 극혐 극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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