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버트라이네버노 May 01. 2020

8.인도차이나 전쟁의 이해를 돕는 영화

9편의 영화로 당시 시대상황을 이해하자!

이번 글에서는 인도차이나 전쟁 당시 세계의 시대상황을 빼어나게 담아낸 영화 9편을 소개합니다. 소개하는 영화가 인도차이나 전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인도차이나

Indochine(1992)

레지스 와그니어 감독|까뜨린느 드뇌브, 린 당 팜 주연

1930년대 베트남, 고무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인 엘리안느(까뜨린느 드뇌브)는 사고로 부모를 잃은 베트남 황녀 까미유(린 당 팜)를 양녀로 맞이해 상류층 엘리트로 성장시킵니다. 영화는 떼어놓을 수 없다고 믿지만 불완전한 관계인 두 모녀 사이를 그리는데, 응석받이로 자란 까미유가 프랑스에서 자유와 평등을 익힌 정혼자 탄(에릭 응우옌)의 도움으로 집을 떠나 베트남 민중을 위한 투사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베트남의 독립 과정을 닮았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하롱 베이, 닌빈의 아름다운 풍경은 영화에 작품성을 더해줍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역사 배경:

1887년 10월 17일 인도차이나 연방이 설립된 후 본격적인 프랑스의 베트남 식민지배가 시작됩니다. 프랑스는 전체 토지의 1/4을 몰수하여 프랑스 기업가에게 불하했고, 기업가들은 고무, 쌀 등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조직해 베트남의 자원과 인력을 착취했죠. 이후 베트남은 프랑스와 러시아, 중국 등지에서 공산주의 혁명사상을 익힌 호치민의 지휘 아래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합니다.


JFK

(1992)

올리버 스톤 감독|케빈 코스트너 주연

『JFK』는 검사 짐 게리슨(케빈 코스트너)과 수사팀이 존 F. 케네디의 암살에 베트남 전쟁이 얽혀있다는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모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허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실제 뉴스, 홈비디오 영상을 매끄럽게 혼합했는데요. 3시간이 넘는 긴 런닝타임에도 느슨함 없이 긴장감을 유지하는 영화는 개봉 후 음모론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미국 정부는 사건과 관련된 기밀문서를 공개해야 했습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역사 배경:

제네바 협정에 따라 임시 분단된 베트남의 17도선 이남에서는 미국의 원조로 국가의 면모를 갖췄습니다. 미국은 남베트남 예산의 2/3을 원조했죠. 그러나 남베트남은 점차 부패했습니다. 1963년 남베트남에서 불교에 대한 차별에 분노한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정부는 사과는 커녕 오히려 계엄령을 선포하고 시민들을 체포합니다. 결국 미국은 남베트남 군부의 쿠데타를 묵인하고, 11월 1일 남베트남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응오 딘 지엠은 처참하게 살해당하죠. 그리고 며칠 뒤인 11월 22일 미국에서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하면서 부통령이었던 린든 존슨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미국은 본격적으로 베트남에 개입하게 됩니다.


84 찰리 모픽

84 Charlie Mopic(1989)

패트릭 쉔 던컨 감독|조나단 에머슨 주연


84C, 즉 군 특수 촬영 주특기를 받은 주인공은 분대원 6명을 따라 작전에 투입됩니다. 영화는 90분의 러닝 타임 동안 주인공이 들고 있는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는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하는데, 부비트랩과 적의 매복, 저격 등 전장의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잘 드러냅니다. 다만 단순한 스토리와 예산 부족으로 인한 상황 묘사는 좀 아쉽습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역사 배경:

미국은 단기간에 전쟁을 끝낼 수 있을거라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전쟁의 본질이 이념의 대립이라고 판단하여 남베트남의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공산주의 세력을 몰아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대부분의 남베트남 사람들은 민중을 탄압하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으므로 미국을 이해하지 못했죠. 또 미국은 어둡고 축축한 정글이 주는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각종 부비트랩, 발 밑으로 수백 킬로미터가 뻗어있어 찰나에 급습을 당하는 땅굴, 말라리아, 뱀 등과도 싸워야 했습니다.


이지 라이더

Easy Rider(1969)

데니스 호퍼 감독|피터 폰다, 데니스 호퍼 주연

미국의 법과 질서를 대표하는 보안관 와이어트와 무법자 빌리 더 키드에서 따온 이름을 가진 두 주인공은 로스엔젤레스에서 뉴올리언스까지 자유를 찾아 로드 트립을 떠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마주하는 현실은 허무하고 좌절스러운데요. 기성 사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만든 히피들은 메마른 땅에 씨앗을 뿌리며 허무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개인의 자유를 꿈꾸며 주인공과 합류한 변호사 조지(잭 니콜슨)는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영화는 마약 밀매로 번 돈으로 가득 찬 성조기 무늬의 기름통을 통해 미국의 부도덕함을 드러내고,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면서도 자유로운 개인은 용납하지 않는 사회에 대해 포효합니다. 영화 초반 흐르는 스테판울프의 「Born to Be Wild」와 함께 두 주인공이 초퍼를 타고 달리는 모습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듭니다. 피터 폰다가 대본과 제작을, 데니스 호퍼가 감독을 맡아 만든 이 저예산 영화는 1934년 시작된 미국의 영화 검열에 반발하고 마약, 범죄, 섹스 등 사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걸작으로 손꼽힙니다. 참고로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마리화나, LSD 등은 소품이 아니라네요.


영화가 담고 있는 역사 배경:

베트남 전쟁 초기, 대다수의 미국 시민들은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와 사회를 휩쓸었던 반공 사상의 영향으로 전쟁을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많은 세금과 병력이 투입되면서 반전에 대한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하고, 1960년대 중반 들어 극단적인 반공 사상이 시들해지자 전쟁의 명분 자체에 의심이 생깁니다. 반전 운동은 기존의 통념과 가치관에 저항하며 평화와 사랑, 자유를 강조한 히피 문화에 매료된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데요. 히피는 베트남 전쟁과 존 F. 케네디 암살 등 암울한 상황에 대한 부정에서 비롯된 대항문화로, 자연으로의 회귀와 즐거움, 쾌락 등을 추구하며 약물과 에로티시즘을 탐닉했습니다.


플래툰

Platoon(1986)

올리버 스톤 감독|찰리 쉰, 톰 베린저, 윌리엄 데포 주연

크리스(찰리 쉰)는 대학을 중퇴하고 새로움을 찾아 입대, 베트남에 파병됩니다. 모든 것이 낯선 전장에서 대부분의 중대원들은 그를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어리숙한 신병의 목숨은 가치가 없기 때문이죠. 중대는 중대장이 아닌 잔뼈가 굵은 일라이어스 중사(윌리엄 데포)와 반즈 중사(톰 베린저)가 이끄는데, 가치관이 다른 두 사람은 계속 충돌하며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영화는 예일대를 중퇴하고 베트남으로 떠났던 올리버 스톤 감독의 경험이 투영되어 있는데요. 군대 내에서의 인종, 계층 차별과 증오에 눈이 먼 분대원들이 마을에 불을 지르고 민간인을 학살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 전쟁의 도덕성 결여를 고발했습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역사 배경:

미국 사회의 분열과 혼란은 전장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대학생들은 학업을 마칠 때까지 징집이 유예되었기에 대학 진학률이 낮았던 유색인종과 저소득층 가정 출신이 파병 인원의 대다수를 이루었습니다. 이중 유색인종은 전장에서조차 차별받았습니다. 또 히피 문화를 경험한 뒤 징집된 청년들은 마을에 불을 지르고 주민들의 식량에 독을 치는 행동이 어떻게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죠. 그들은 철모에 'FTA-Fuck the Army'를 휘갈겼고 무단 탈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군대의 엄격한 지휘체계에도 불만을 품어 병사가 상관을 살해하는 경우도 급증했습니다. 이렇게 군 기강이 해이해지면서 피해가 늘수록 징집 인원 또한 늘어났고, 병사들은 충분한 훈련을 받지 못한 채 전장에 투입됐습니다. 쉽게 적응하지 못한 병사들은 공포에 떨었고,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여 오폭과 오인 사살 피해가 증가했습니다. 그럴수록 징집 인원은 더 늘어났습니다.


웨더 언더그라운드

The Weather Underground(2002)

샘 그린, 빌 시겔 감독

부패한 사회를 전복시키고 지지부진했던 반전 운동에 충격을 주기 위해 펜타곤 등 주요 시설에 폭탄 테러를 서슴치 않았던 좌파 학생운동단체 웨더맨. 다큐멘터리 「웨더 언더그라운드」는 폭력혁명을 주도했던 사람들의 인터뷰와 적나라한 시각 자료를 통해 웨더맨의 폭력이 아닌, 미국 정부의 폭력을 보여줍니다. 다소 편향된 시각의 다큐멘터리이지만, 1960~70년대 미국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충분한 가치를 가집니다. 참고로 웨더맨은 반전·평화의 상징 밥 딜런의 노래 「Subterranean Homesick Blues」의 가사 <You Don's Need a Weatherman to Know Which Way the Wind Blows>에서 따왔습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역사 배경:

반전 운동권은 점차 베트남 전쟁 자체만을 비판하는 그룹과 혁명을 통해 미국의 엘리트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타도하려는 과격파 그룹으로 분열됩니다. 미국 정부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일부의 폭력적인 행동을 크게 부각하고 '평화를 주장하는 자들의 폭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정치적 이슈로 몰아가 반전 이론을 이겨냅니다.


전쟁의 사상자들

Casualties of War(1986)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마이클 J. 폭스, 숀 펜 주연

신참 에릭슨(마이클 J. 폭스)은 정찰에 나서고, 베트남에 대한 혐오로 가득찬 분대원들의 광기를 목격합니다. 어느날 그를 제외한 분대원들은 마을을 급습하여 어린 소녀를 납치, 유린하는 악행을 저지릅니다. 베트남 사람들을 도우러 왔다는 에릭슨의 윤리의식은 상하 복종 관계와 사건을 덮으려는 상부의 묵인 앞에 무기력해집니다. 이 영화는 충격적이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요. 해당 사건은 3년 뒤 뉴요커지를 통해 세상에 밝혀졌습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역사 배경:

베트남 전쟁의 특징은 연령, 성별 등으로 군인과 민간인이 구분되는 전통적 패러다임이 깨진 전장이었다는 점입니다. 북베트남과 민족해방전선은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적 자원을 총동원했습니다. 남베트남과 연합군은 이들이 민간인인지, 아니면 군인인지 구별할 수 없었고 북베트남과 민족해방전선은 이러한 딜레마를 이용해 민간인으로 위장하고 습격하는 게릴라전을 펼쳤습니다. 이에 남베트남과 연합군 사이에서는 점차 내 편이 아니면 전부 적으로 치부하는 흑백논리가 자리잡았습니다. 게다가 숫자와 통계에 두각을 나타내며 포드사 사장 자리에 올랐던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부 장관과 관료들이 통계, 수치에 집착하는 오판을 저지릅니다. 땅을 차지하는 것이 전쟁의 주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수치인 사망자 수로 전투의 승패를 결정했습니다. 적 사망자 수가 아군보다 한 명이라도 많으면 승리로 간주한 것이죠. 상부는 적 사망자 수를 늘리라고 압박했고, 일부 부대에서는 베트남 사람의 사망을 전부 적 사망자로 계산했습니다. 민간인 여부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고, 처벌을 받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표창을 받거나 승진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승진을 위해 민간인 사이에서 적을 가공해내기도 했습니다.


더 포스트

The Post(2017)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주연

「더 포스트」는 국방 보안의 손상을 이유로 펜타곤 페이퍼 추가 보도를 막으려는 닉슨 정부에 맞선 언론의 연대를 담고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편집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의 신념을 드러내며 언론의 진정한 본분에 대해 다루고, 여성 사업가가 인정받지 못하던 시대에 남편의 자살 후 신문사 경영을 맡게 된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의 성장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과 절묘하게 이어지므로, 두 영화를 함께 보는 걸 추천합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역사 배경:

펜타곤 페이퍼는 미국의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부장관이 일찌감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음을 깨달은 뒤 극비리에 작성한 자료로, '남베트남의 선거를 조작한 것' '정부가 패배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나쁜 결과를 은폐하고 파병을 계속한 것' 등의 충격적인 사실이 담겨 있었습니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All The President's Men(1976)

앨런 J. 파큘라 감독|더스틴 호프만,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

워싱턴 포스트의 두 기자 칼 번스타인(더스틴 호프만)과 밥 우드워드(로버트 레드포드)가 워터게이트 사건의 배후에 닉슨이 있음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만에 개봉한 영화는 이성적이면서도 치밀하게 사건을 묘사해 진정한 저널리즘에 대한 세미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합니다. 제작 당시에는 밥 우드워드에게 사건의 진실에 대해 조언하던 정보원 '딥쓰로트'는 익명에 부쳐졌기 때문에 실루엣으로만 등장하는데, 2005년에서야 전 FBI 부국장이었던 마크 펠트였음이 밝혀졌습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역사 배경: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상대 진영인 민주당 본부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였다가 발각된 사건입니다. 닉슨은 이로 인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임한 대통령이 됩니다. 닉슨의 후임 포드 대통령은 더 이상 베트남 문제게 개입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고, 이후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남베트남은 순식간에 북베트남에 점령당해 통일됩니다.


『너를 위한, 호치민』

↑↑↑↑

이 매거진은 「너를 위한, 호치민」에 삽입되는 글을 발췌해 올리는 것입니다.

책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너를 위한, 호치민」을 클릭하셔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7. 베트남 여행에서 사기를 피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