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베트남의 지역 차이
이 매거진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문화를 보여주는 설명서'이자 '사랑에 빠진 여행 중독자가 까다로운 그녀를 위해 엄선한 스팟을 감각적인 사진, 일러스트와 함께 다루는 여행 가이드북'인「너를 위한, 호치민」에 삽입되는 글을 발췌해 올리는 것입니다. 「너를 위한, 호치민」에 담긴 '모르면 지나칠 수 있는 소소한 풍경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는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을 다양하게 해줄 것입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남부, 중부, 북부로 나뉘어 수백년간 반목했고, 셀 수 없이 많은 전쟁을 겪었다. 1802년이 되서야 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전국을 통일한 왕조가 세워졌으나, 반란이 끊이질 않았다. 베트남은 프랑스에 의해 1858년부터 여러 조각으로 갈라졌고, 남북 분단과 전쟁까지 겪은 뒤에야 1975년 다시 한 나라가 되었으니, 2,000년이 넘는 역사동안 한 나라 국민으로 지낸 세월은 100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 결과, 오늘날 베트남의 지역갈등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성공 스토리는 출신 지역에 따라 패스도 안할 정도로 심각했던 지역 파벌을 무시하고 실력만으로 선수를 선발할 수 있었던 외국인이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
물론 모든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성급한 일반화는 금물이다.
왜, 어떻게 다를까?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부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유교사상이 사회 전반에 깊게 깔려있다. 또한 베트남 민족 중 절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낀족의 발원지이자 왕조 역사, 독립 운동, 혁명의 중심지였던 만큼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권위주의, 엘리트주의가 강하며 남의 시선과 사회적 인정을 우선시한다. 반면 중남부는 인도, 동남아시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으며, 2차 인도차이나 전쟁 후 승자인 북부가 정통성을 모두 가져가고 참파 왕국, 크메르 제국 등 중남부 지역의 역사를 소수민족의 역사로 격하시키면서 전통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높지 않다. 대신 화교와 참족 등 여러 민족이 뒤섞여 공존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데에 거리낌이 없다. 씨만 뿌리면 알아서 농작물이 자라나는 기후와 토양을 등에 업은 남부 사람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았던 만큼 느긋하고, 자유분방하다. 베트남 내에서 나름의 혹독한 사계절을 견뎌야 했던 강인한 북부 사람들은 남부 사람들을 게으르고 약하다고 생각하고, 남부 사람들은 북부 사람들이 권위주의적이고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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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이 중요한 북부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한 루이비통, 롤스로이스 등 럭셔리 브랜드는 경제력(하노이의 1인당 GDP는 호치민보다 1,000 달러 정도 낮은 5,000 달러)이 월등히 좋은 호치민이 아닌 북부 하노이에 첫 매장을 냈고,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 젊은 분위기의 해외 프랜차이즈는 수도 하노이가 아닌 호치민에 첫 발을 내디뎠다.
남부와 북부의 경제력 차이
사회주의 공산당 체제였던 북부와는 달리, 남부는 자유경제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발전했다. 하노이가 정치의 중심지라면 호치민은 경제의 중심지였다. 2차 인도차이나 전쟁 후, 베트남 공산당은 남부의 자본을 국유화하고 북부에 사회 인프라 구축과 재건 사업, 발전 계획, 투자를 집중하면서 남부와 북부의 경제력 차이를 좁히고자 했다. 그러나 1980~90년대 경제를 개방하면서 전쟁 때 나라를 떠났던 사람들이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이들 대부분이 남부 출신이었기에 자연스레 남부의 경제가 더더욱 발전했다. 오늘날에도 경제력 차이는 여전한데, 딱딱한 분위기의 북부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온 젊은 세대가 노동의 댓가를 즐기며 스타트업 열풍을 이끌고 있기 때문. 겸손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북부 사람들은 남부 사람들을 방탕하게 여기는 반면, 남부 사람들은 부를 축적하고 티내지 않으면서도 명품을 좋아하는 북부 사람들의 속내가 음흉하다고 비난한다고.
언어 차이
북부와 남부는 같은 단어라도 다르게 발음하는 경우가 많고, 아예 다른 표현을 쓰기도 한다. 성조 또한 다르다. 북부는 음의 높낮이가 높고, 남부는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다. 보통 북부 사람들은 딱딱하지만 정확하게, 남부 사람들은 부드럽고 설렁설렁하게 말하는 느낌이라고 한다.
음식 문화 차이
국토의 길이가 남북으로 1,650km에 이르는 베트남은 넓게는 남북, 좁게는 지역별로 고유의 음식 문화가 존재한다. 심지어 같은 음식이라 할지라도 재료와 조리법이 극명히 달라 전혀 다른 음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북부지역은 중국과 맞닿아 있는 만큼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비교적 낮은 기후와 산악지형 등 다양한 농산물 재배가 어려운 척박한 환경 탓으로 식재료는 단순한 편이다. 또한 고추 대신 후추로 매운맛을 내며 음식 간이 세다. 고추가 잘 자라는 중부지방의 음식은 맵기로 유명하다.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던 후에는 궁중요리를, 역사 깊은 항구도시 호이안은 일본과 중국의 영향을 받은 음식을 선보인다. 베트남에서 가장 다채로운 맛을 내는 지역은 남부다. 남부는 풍부한 재료를 사용하며, 인도, 태국, 캄보디아의 영향을 받아 커리와 계피 등 향신료 사용의 폭도 넓다. 열대기후인 만큼 코코넛 밀크를 많이 써 다른 지방 음식보다 확실히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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