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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GWORK STUDIO 최형욱 Feb 02. 2023

(5) 이중독자_어른들의 놀이 감각 회복하기

안전사고와 몸의 감각


이번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국면중 하나는 10 가정 중에 아버지가 6분이나 참석하셨던 점입니다. 몇몇 어머니들은 직장일로 혹은 신생아 육아로 참석하기 힘드셨고 주말만이라도 아이와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하신 아버지들이었습니다. 어머니들만 참석하셨던 지난 시범운영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 펼쳐졌습니다. 확실히 아버지들은 자신의 자녀에게 간섭하는 정도가 확실히 어머니보다는 낮았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종종 어디 가 있는지 조차 잊어버리셨으니까요. 대신 아버지들은 빈둥의 열린 실험 환경에서 본인들이 더 열정을 보이셨습니다. 파이프 모듈과 육각 렌치로 중앙 놀이 구조물을 세우고 숲 속 한편에 트리하우스를 세우기 시작하셨습니다. 아버님 중에 DIY 기술이 있으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무언가 기여하고 있다는 효능감이 아버지들을 더욱 고취시켰고 작업이 척척 진행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이런 아버지 옆에서 더욱 신나 하였습니다. 어린 건축주들의 요구는 다양해졌고 그 요구에 호응하면서 거대한 고무 다라이 바이킹 그네가 만들어졌습니다. 의도하지 않는 결과물이었습니다. 저는 설치예술가로서 개인적으로 이러한 즉흥적인 만들기의 흐름이 무척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한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주중에는 계속 근무하면서 감정노동에 시달렸는데 토요일에 이렇게 빈둥에 나와 아빠들이 더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팀 내에서 어른이 어린이의 놀이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빈둥의 원칙이 훼손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빈둥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어른과 공동체의 합의가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백 마디 말보다 어른들의 놀이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른이 신나야 어린이도 신납니다. 물론 지나치게 어른들이 놀이를 주도하거나 놀잇감을 다 만들어주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힘조절과 분리작업이 필요합니다. 



교육현장에 점점 젊은 세대가 주요한 위치에서 지도자나 관리자로 근무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교육 부장이나 실무도 대부분 30대가 맡습니다. 지금의 30대는 어릴 적 아파트 키즈로 자란 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본인조차 개구리 올챙이 잡는 유년시절보다는 겜보이와 비디오게임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자랐습니다. 본인도 야생적으로 놀지 못하니 자신이 지도하는 어린이도 야생적으로 놀도록 내버려 두기가 어려운 현상이 있습니다. 아날로그 놀이와 디지털 놀이사이에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위험과 실재를 다루는 감각은 어린이 인지 발달에 있어서 매우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재적인 감각이 중요하다는 것은 어린이 안전사고 통계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서 통계가 집계된 이래로 어린이 사망 사고의 부동의 1위는 차량입니다. 2018년 통계에 의하면 어린이 10만 명당 평균 2.4명의 어린이가 비의도적 사고로 사망하였고 그중 대략 30-40%는 차량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매년 20만 건이 넘는 전체 교통사고 중 어린이교통사고는 15,000여 건입니다. 어린이에게 밖은 위험하다, 도로는 위험하다는 인식은 예전부터 부모의 인식 속에 뿌리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차량 위주로 편집된 도시 공간에서 어린이의 안전을 활동 반경을 제한하고 보호하려다 보니 오히려 주택과 같은 실내장소에서 어린이 안전사고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2018년 소비자 위해 감지 시스템을 통해 접수된 어린이 안전사고 건수는 24,097건입니다.  어린이 안전사고가 주로 발생하는 장소는 16,343여 건으로 67%가 '주택’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위해한 품목은 ‘바닥재’와 ‘침실가구’로 각각 2,873건, 2,497건으로 매년 비슷한 수치를 보여 줍니다. 다시 말해 어린이가 보내는 시간의 양과 사고 빈도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가 오래 보내는 장소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어린이에게 바깥은 위험하다는 인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위험한 곳은 바깥이 아니라 실내, 특히 어린이가 주로 생활하는 집 안입니다.  그러므로 위험에 대응하는 감각이 부족한 것이 핵심문제입니다. 어린이를 보호하려고 감싸고 차량으로만 이동할수록 이 감각을 기를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듭니다.  그리고 통계가 말하듯이 그 차량 이동도 그리 안전하진 않습니다. 밖에 나가지 않으면 방바닥에 미끄러져 혹은 문에 끼여서 다칩니다. 온 집안과 가구를 키즈 카페처럼 스펀지로 다 둘러싸면 해결될까요? 이는 더욱더 어린이의 감각을 불능으로 만드는 근시안적 처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내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관리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어린이 시설의 관리자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단순 결론을 맺으면  학교와 유치원의 기관장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정해져 있습니다.  ‘금지와 제제’입니다. 관리자 없을 때는  모든 시설을 봉쇄합니다. 그럼 부모들에게도 아동의 모든 활동을 봉쇄하고  모든 행위도 금지하고 아무것도 없는 무균실과 같은 실내에서 배달 음식만 시켜 먹으면 정말 아동 사고가 줄어들까요? 그렇게 자라난 아이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게 될까요? 그 아이에게 ‘자유’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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