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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GWORK STUDIO 최형욱 Feb 02. 2023

(4) 빈둥의 과제 : 지속가능성

'앞으로 이곳은 어떻게 되나요?'


"앞으로 이곳은 어떻게 되나요? 이곳을 없애지 않고 계속 있게 하면 안 돼요?"


2022년 공식 워크숍을 마무리할 때쯤 한 어린이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맞아! 우리도 사실 그게 제일 고민이야.' 


단순히 한 번의 이벤트로서 '놀이'하는 것은 사실 이제 그만해도 될 만큼 저희 팀은 여러 예술교육 현장을 운영하고 참여했습니다. 저희는 어린이의 놀이가 위태로운 이유는 단순히 이러한 종류의 이벤트가 부족해서라기보다 교육 담론과 의식 및 가치관에  충분히 성숙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이 문학하시는 저희 선생님은 아동문학에서 '이중독자'라는 개념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빈둥 프로젝트 또한 어린이의 자율 놀이 경험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독자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바로 시간과 공간을 조직하는 보호자, 즉 어른입니다.  사실 어른들이 놀이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전제와  어린이의 자유놀이 사이에 양가적 긴장이 있습니다. 어른들을 놀이 공간에 초대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불안한 마음에 어린이의 놀이에 대해 간섭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빈둥 프로젝트에서도 이러한 충돌 현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공간을 어린이의 시각으로 낯설게 바라보기 위해  건물과 환경을 움직임으로 변형해 보는 '파쿠르' 실험을  몸풀기 사전 활동으로 진행했었습니다.  어린이와 어른들은 이끔이를 따라서 양평 생활문화센터 주변의 공간들을 탐색하며 난간을 타고 외 길로 혹을 거꾸로 건너뛰며 이동하였습니다.  난간 밖을 잡고 걸어가고 볼라드를 타고 넘는 등  매우 단순한 움직임 이었지만  이를 통해 얻어지는 감각은 새로웠습니다.  어른들은 초등학교 시절  감각을 회복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더 이상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도시를 이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어린이의 시선으로 보면 도시의 모든 구조들은 탐색할 대상이자 실험가능한 구조물입니다.  아이들은 별것 아닌 바위와 난간과 계단을 오르내리고 뛰는 활동만으로도 숨이 차오르고 땀이 송골송골 맺힐 만큼 흥미롭게 공간들을 탐색하였습니다.    



그다음 주에 한 어머니께서 피드백해주셨습니다.  빈둥에 원래 부모가 함께 참석하는 프로그램인 줄 몰랐으며 그래서 아이만 보내면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함께 참석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파쿠르 지형 탐색 이후 아이들은 집에서도 2층 계단을 오를 때 난간 바깥을 잡고 이동하는 등 신나 하며 위험한 행동을 했다고 합니다. 빈둥에서 무엇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아버지는 이를 보고 위험하게 뭐 하는 짓이냐고 혼을 냈습니다. 어머니도 만일 함께 참석하지 않았더라면 비슷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혼내기만 했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리긴 했지만 한편으론 아이들의 경험과 시선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선'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선'입니다.  어른의 시선에서 모든 기능과 공간의 역할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그 합목적성에서 벗어나면 이는 틀린 것이라고 말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술과 놀이의 시선을 그렇지 않습니다. 고정된 시선보다는 이렇게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를 실험하고 탐색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체성과 기술을 점진적으로 잘 다룰 수 있도록 약간의 가이드만 해준다면 어린이들은 훌륭한 마술사이자 실험가이자 과학자로 호기심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고 지루함을 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기억을 잃어버린 어른은  합목적성에서 벗어난 호기심의 불꽃을 황급하게 꺼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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