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에서 외노자(외국인 노동자)로 대략 5달쯤 흘러갈 시점에 슬슬 한국에 갈 준비도 해야 하고, 내 생일이 다가오고 있기도하고 그래서 나는 중요한 세 가지를 정해야 했다.
1. 여행을 어디로 갈지.
2. 나에게 선물할 생일 선물은 무엇을 해야 할지.
3.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편은 언제로 정할지.
참고로 이 글의 핵심 내용은 여행에 대한 내용이고, 여행에서 생긴 일을 말할 것 같다. 3가지 사항이 고루 들어갈 거라 생각하고 정한 이번 편이지만 여행의 전/후 내용으로 채워질 예정!
아무튼 여행을 하기 위한 고민 중 어디로 가야 할지를 제일 오래 고민했다. 첫 번째는 뉴질랜드 남섬 두 번째는 호주.
먼저 뉴질랜드 남섬은 키위인들의 휴양지이자 볼거리도 액티비티도 많은 곳이다. 그래서 이왕 뉴질랜드 온 거라면 내가 살고 있는 북섬과 또 다른 남섬을 아예 다 둘러볼까 라는 생각에 남섬 여행을 하고 싶었다.
반면, 호주는 바로 옆 나라이기도한 데다가 뉴질랜드에 비해 거대한 나라라서 그만큼 볼 것도 많고 새로운 나라이기 때문에 고민이 들었다. 플랫 룸메이트 언니와 가는 여행이라 둘이 골똘히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남섬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래도 호주는 지난 2019년 코로나 이전에 다녀오게 되어서 모두 다 이룬 셈!)
그렇게 여행지를 결정한 후에는 어떻게 남섬을여행을 어떻게 좋을까 고민을 하면서교통수단으로 렌터카와 캠핑카 중에서 무진장 고민했다. 남섬 하면 캠핑카 여행이 유명한지라 엄청 찾아봤는데! 하필 그때가 뉴질랜드의 성수기와 겹치는 12월이기 때문에 아쉽게도 기회는 저 멀리로..! 그러고 나서 여행 일정대로 루트를 짜기 시작했고, 그중 기대되는 것들은 퀸즈타운에 있는 로지랑 호수에서 수중자전거, 핫한 퀸스타운 yha 백패커(Backpacker) 예약, 바비큐 시설이 있는 숙소, 세상에서 제일 가파른 언덕, 빙산 구경등등이었다.
여행 중에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그중에 내가 제일 잊지 못하는 여행 에피소드가 있었다. 맨 처음에 내가 고민했던 세 가지 중 하나인 나를 위한 생일선물로하이엔드 카메라를 사고 난 뒤 이야기이기도 하다. 카메라로 산 이유는 나는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아주 좋아하고, 여행 중에도 별을 자주 볼 까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카메라를 사게 되었다.
그리고셀프 선물 이후 내내 매일 들고 다닐 정도로 뿌듯함에 하루하루가 즐거웠지. 또 여행 가서도 이 카메라로 여러 멋진 풍경들을 담을 수 있을 거라는 든든함에 행복함이 가시질 않았고, 여행 일정이 시작과 동시에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카메라를 통해 이쁜 풍경, 멋진 풍경 많이 찍으면서 여행을 다녔다.
하지만 이때부터 나의 여행은 전환이 돼버리고 마는데..! 사건의 시작은 더니든이라는 지역에서 바다 물개를 볼 수 있다는 정보에 호기심으로 들리면서 시작되었다. 날씨도 안 좋고 높은 곳이라 바람이 많이 불기도 했지만, 추위를 견디기 위해 나름 핫 워터보틀(물주머니)을 들고 가서는 열심히 물개도 찾고 펭귄도 보고, 신나게 놀았다. 그러다가 함께 여행하고 있는 메이트들과의 추억 남기기 위해 지나가시는 어느 노부부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그러곤 우리는 자세를 잡고 어색한 듯 웃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나서 사진을 확인하려고 건네받는 순간에.. 할아버지께서 내 카메라를 떨어뜨렸다... 순간 너무 놀라서 멈칫했다가 잽싸게 카메라 이상 문제가 없길 바라며 주웠다. 역시 카메라는 켜지지만 작동이 되지 않았다. my camera is gone..... 그렇게 나는 머리도 표정도 다 굳어서는 멘붕이 오고야 말았고, 내 카메라를 떨어뜨리셨던 노부부 두 분은 이미 내가 멘붕상태인 틈을 타 사라진 상태였다. 도대체 이건 무슨 일이며, 왜 내 카메라가 다친 걸까.. 혼자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급 우울감에 빠졌지만 그래도 여행은 계속돼야 했기에 동행하면서도 나 혼자서는 한동안 우울모드로 돌아다녔다
그 후로 카메라가 없는 남섬 여행 동안 잠깐은 슬펐지만
모든 여행 일정을 망치긴 싫었기에 다시 정신 차리고! 핸드폰 카메라로라도 찍어야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풍경을 담고 추억을 담았다.그래서 여태 천 여장의 사진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어 가끔 들여다보는 추억이 되었지. 그 후 약 8박 9일간의 남섬 여행을 마치자마자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위해 내 방도 남섬 여행과 동시에 뺐다. 오랜 기간 머문 내 숙소인 만큼 떠나기가 아쉬웠다. 높았던 내 침대와 오래 앉아있었던 책상들 안녕!
여행 갔다 온 뒤로 한국 돌아갈 날 약 D-7,남은 일주일 동안 머문 숙소는 내가 처음 뉴질랜드 오자마자 머물던 YHA Backpacker 였다. 그때와 변한 게 없이 익숙한 분위기에 실내환경과 숙소 분위기라 편했다. 그래서인지 뉴질랜드 첫날과 다르게 원래 내 집처럼 돌아다녔다. 그리고 마지막 숙소에서 머문 동안 내 첫날을 다시 회상하면서 약 일주일간을 머물렀고, 일하면서 즐기지 못한 소소한 일상을 보냈다.
- 돈 아끼느라 자주 못 갔던 스타벅스를 크리스마스에 가보기.
- 도서관에서 영화보기.
(하지만 영어 아닌 불어로 심지어 자막도 영어가 아니라서 거의 자다가 왔다..)
- 자주 산책한 곳들 다시 들르면서 사진 찍기.
2014년 12월 31일. 한국 가는 날.
약 6개월 간의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게 되었고, 실감이 안 나던 마지막 날까지도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한국 와보니 아무 감흥이 없었던 게 좀 의외였다. 마치 꿈을 꾼 듯 다시는 못 돌아갈 여행을 다녀온 느낌으로 6개월이 아닌 6일간의 꿈같았다랄까.
그 당시에는 힘든 고생과 슬프고 우울한 감정들만 쏟아져 나왔지만, 지금은 여러 선배들의 조언처럼 젊을 때 고생 한 번쯤 후회 없이 해보는 하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여행만 하고 싶은 마음만 당연하지만 후회 없는 값진 경험이었던 것 같다. 22살의 인생 전환점으로 현재의 나로 이어져 온 게 충분히 괜찮은 것 같다! 아침형 인간으로 바뀐 것도, 나름 젓가락질 잘하는 나, 파워 J로 변한 것, 운동을 좋아하는 나로 변하니 제법 멋있기도 하고! 하지만 현재는 야근하는 일개미에 지나지 않지만, 언제나 가슴속엔 추억과 (퇴사)가ㅎ...
그리고 골동품이 된 내 카메라는 여전히 깨끗하게 보관 중이다. 원래는 한국 도착하자마자 수리 맡길까 했는데,
인증서를 왜 때문인지 버렸던 것 같고, 테크노마트 갔더니 우리나라에 부품이 많이 없는 제품이라 시간이 꽤 소요된다며 다른 카메라를 사길 권장 했다. 그래서 그냥 카메라를 고치지 못한 채 고이 모셔놓고 서랍에 사 가끔 발견하면 아련한 눈빛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제는 사진 찍을 때 소품으로라도 사용하려고 고민 중이기도 하고! 이번을 통해 카메라가 에피소드로 적히면서 느낀 건 완벽한 여행이었더라면 선명한 기억들이 그다지 없었던 것 같기도 한 생각에 나름 고마운 점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후에는 다른 여행을 갈 때도 사건을 굳이 만들진 않았지만 사진을 많이 찍는 덕에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서 좋다. 남는 건 사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