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웠던 걸로 기억한다. 수능 한파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수능 당일 아침의 기숙사는 꽤 어수선했고 나는 친구 아버지의 차를 타고 친구와 함께 수험장으로 향했다. 수능 문제를 풀 때 당시의 느낌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처음 언어영역을 풀며 꽤 어렵다고 생각했다는 것 정도? 물론 수리와 외국어도 엄청 어려웠지만 언어를 풀 때의 당혹감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점점 어려워지던 수능 난이도는 그때 수능으로 정점을 찍었고 언어 영역에서부터 나간 수험생들의 멘탈은 수능이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다행히도 나는 내 실력 언저리의 점수를 운 좋게 받았다. 내가 시험을 잘 보면 맥주를, 못 보면 소주를 드신다던 아버지는 내 점수를 듣더니 소맥을 먹어야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수능은 내게 끔찍하지도, 그렇다고 기쁘지도 않은 어정쩡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수능 한파는 과학인가...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이 찾아왔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거쳐야 하는 그 관문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잔인하기만 하다. 나중에 지나서 보면 수능은 인생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지만 수험생들에겐 그것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아마 자신들의 인생이 그날 하루의 시험으로 전부 결정되는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물론 이 말이 잘 와 닿진 않겠지만, 단지 인생의 수많은 터널들 중 하나를 만났다고 생각하자. 당신들은 잘 해낼 것이다. 혹여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학생이 있더라도 부디 좌절하지 말기를 바란다.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이 발생한 이후의 태도다. 그 태도가 쌓이고 쌓여 결국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그때 평소보다 훨씬 점수를 낮게 받았던 친구도 지금은 보란 듯이 잘 살고 있다. 이제 그에게 수능은 그냥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추억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내일 수능을 보는 수험생들도 시간이 흐른 후, 미래의 수험생들에게 웃으며 자신들만의 기억과 경험을 말해줄 수 있었으면 한다. 모두가 그 터널을 무사히 통과하여 이 세상에서 나름의 방식대로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