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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월 Mar 20. 2018

리메이크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 글은 브런치 무비 패스에서 제공한 시사회에서 영화를 관람 후에 작성되었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14년 만에 한국에서 리메이크되었다. 많은 영화 팬들이 이 영화의 원작을 명작이라고 꼽았던 만큼 리메이크 소식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영화는 영화 자체로 봐야겠지만 원작과 리메이크작이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고 또 어떤 점에서 좋고 나빴는지도 비교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몇 가지를 짚어보았다.   

  

일단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나 설정은 유사하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부부와 그 사이의 아들. 아들을 낳고 난 이후 아내의 건강은 급격히 안 좋아지다가 결국 세상을 떠난다. 단, 떠나기 전에 아들에게 비의 계절에 다시 돌아온다는 약속을 했는데 1년 뒤 거짓말같이 남편과 아들 앞에 아내가 나타난다. 모든 기억이 사라진 채로. 그 이후에 기억을 못 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은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다시 예전처럼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있는 것     


코미디     


감독은 리메이크를 할 때 원작과는 다르게 코미디적 요소를 더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고창석에게 새로운 역할을 맡겼고 곳곳에 웃음 포인트가 있는 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고창석의 역할 자체로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나 그것이 실제로 웃겼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코미디는 있었지만 웃음이 없었다고나 할까. 물론 웃긴 장면이 몇 있었지만 헛웃음이 나오거나 틀에 박힌 코미디 장면이 더 많았다. 이 요소들이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있을까? 난 잘 모르겠다.   

  


친절한 설명     


영화는 극 중 엄마가 쓴 동화책으로 시작한다. 원작에 있던 그 설정을 더 구체화하여 관객들에게 한발 더 친절하게 다가가려는 의도다. 이것은 원작과 차별점을 두면서도 나름의 보완책으로 작용하여 관객들이 영화에서 아이의 엄마가 비의 계절에 다시 등장하는 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덧붙여 아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을 보여주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한국적인 감동 코드     


좋게 말하면 한국적인 감동 코드고 간단히 말하면 요즘 들어 더 많이 쓰게 되는 신파이다. 이게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은 학예회 장면인데 솔직히 나는 전혀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울리려고 작정한 느낌이었지만 오히려 영화의 주인공들이 우리와 따로 놀며 자신들끼리 감동하는 느낌이었다. 이 장면이 성공하기 위해선 그전에 관객들이 엄마의 입장에 더 이입할 수 있도록 감정선을 계속해서 구축했어야 했다. 그래야만 나중에 그 감정의 둑이 터지면서 큰 울림을 만드는 것이니깐. 단순한 장면의 나열들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울리려고 한 장면에서 울리는 것에도 실패했으니 결국 신파도 실패했다. 오히려 담담하게 밀고 나갔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손예진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손예진이다. 손예진 버전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볼 수 있다는 것. 우리에게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있던 ‘미오’(원작의 여주인공 이름)를 뒤로한 채 손예진은 우리의 기억 속에 ‘미오’ 대신 ‘수아’를 새겨 넣었다. 얼굴은 마치 극 중 인물처럼 시간여행을 한 듯 변하질 않았고(오히려 더 젊어진 것 같기까지 하다) 연기는 멜로 영화의 장인답게 우리를 영화 속 사랑의 현장으로 금세 데려다주었다. 이 영화가 원작에 비해 여러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봐야 하는 이유 딱 하나를 대야 한다면, 그것은 이 영화가 손예진 버전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기 때문이다.      


손예진이다. 손예진이다. 손예진이다.


없는 것     


음악     


원작의 OST가 정말 유명하고 영화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OST까지 생각날 정도라 제작진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음악에 신경을 쓴 티가 꽤 나긴 한다. 하지만 딱히 우리의 기억에 남을 만한 임팩트 있는 음악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코미디에 쏟는 노력 반만 여기에 더 쏟았다면 어땠을까 싶다.     


내레이션의 깊이     


나는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원작에서 말한 내레이션의 뉘앙스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의 내레이션이 별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와 별개로 이 영화에서 전체적으로 주인공들의 내레이션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거나 또는 너무 연기톤인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점은 소지섭과 손예진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아쉽게 다가왔다.     


잔잔한 울림     


이 영화의 울림은 여주인공이 자신의 운명을 알고도 그것을 받아들이러 가는 마지막 반전에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반전에 시간을 덜 할애하면서 뭔가 압축하려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내레이션은 장면마다 너무 꽉 차 있었으며 장면들은 우리가 무언가를 느낄 새도 없이 휙휙 지나갔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이미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고 느꼈겠지만 받아들이는 관객의 입장은 다르다. 그 여운을 느끼고 마지막에 밀려오는 울림을 받아들이기에는 결말의 비중이 너무 적었다. 이 영화가 결말이 특히 중요한 영화였기 때문에 더 그랬다. 적어도 결말에서는 타협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이렇듯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영화이다. 원작에 비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영화 자체로 놓고 본다면 그래도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일단 비주얼적으로는 원작에 비해 전혀 꿀리지 않는다. 어깨 깡패 소지섭과 멜로 장인 손예진의 케미도 꽤 괜찮았다. 만약 아직도 영화 보기를 망설이시는 분들이라면 이것만 기억해주시기를 바란다. 이런 배우 조합의 영화를 보는 것은 매년 생일이 오는 것처럼 자주 오는 것이 아니라 몇 년에 한 번 찾아오는 윤달 같은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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