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MBC가 결국 3월 31일부로 무한도전이 끝나고 새로운 멤버와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무한도전의 종영은 현실이 됐다.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되어있었던 것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연예기사를 들여다보고 있었던 나였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시청자들에게 무한도전은 매주 하는 예능프로그램 그 이상의 존재였다. 2005년부터 시작해서 2018년까지 13년을 우리와 함께 지내오면서 무한도전은 우리 안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어 일상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친구처럼 너무 익숙해졌고 때로는 단점들이 보여 실망하기도 했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웃으면서 친하게 지내는 그런 존재였다. 그 친구가 이제 떠난다고 하니 시청자들의 기분은 단순히 프로그램 하나가 끝나는 감정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었다. 논란이 잦았고 일부 시청자들은 그런 논란을 제기하는 시청자들의 행동을 좋게 보지 않았다. 물론 실제로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었겠으나 이런 현상도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을 친구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가 더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리고 무한도전도 그런 의견들을 제때에 바로 수렴하여 조치를 취했고 어쩌면 그렇게 소통이 됐기 때문에 시청자와 무한도전의 사이는 더 공고해졌다고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은 정해진 틀이 없이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녹화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멤버들끼리의 케미가 중요했고 때문에 멤버의 교체나 이탈이 이루어졌을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거의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의 황금기로 꼽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의 7인 체제는 일부 멤버의 사생활로 인해 오래가지 않아서 깨졌다. 어쩌면 그 7인 체제가 깨진 이후부터 무한도전은 당장 내일 아침에도 끝날 수 있다는 심정으로 버텨왔는지도 모른다. 길에 이은 노홍철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이탈, 식스맨 광희 영입, 정형돈 개인 건강문제로 이탈, 양세형 영입, 광희 입대, 조세호 영입. 이 일련의 사건들이 멤버들의 조합이 특히 더 중요한 프로그램에서 불과 몇 년 사이에 발생한 것은 이미 무한도전이 정상의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7주간의 휴식이 그 징후의 첫 번째 증상이었고 김태호 PD의 이탈은 그 증상이 현재 더 악화됐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그런 상태로도 겨우겨우 여기까지 끌고 온 걸 보면 무한도전은 이미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무한도전은 떠났다. 씁쓸하고 아쉬우며 어딘가 한 자리 비어있는 느낌은 있지만 이제 그들은 추억의 매개가 되어 우리 과거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누군가의 10대, 20대, 30대 등 각종 연령대가 지나온 청춘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그래도 하나 희망이 있는 건, 김태호 PD가 당분간 휴식기를 거친 뒤 무한도전의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기다릴 수밖에 없다. 황금기를 함께 누렸고 암흑기에도 같이 버텼던 친구, 그런데 이제 그 친구가 잠깐 쉬고 오겠다고 한다. 별 수 있나, 친구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혹여 조금 늦더라도, 조금 달라진 모습을 하고 오더라도 우리는 예전과 같은 환한 모습으로 그들을 맞을 것이다.
그때까지, 안녕 무한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