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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Nov 19. 2021

기다림

필름 사진의 매력(1)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준 장면을 필름으로 담았다. 혹여나 셔터 소리로 공연에 방해될까 싶어 단 몇 컷만 숨죽여 찍었던 시간. 필름 현상을 맡기며, 좋아하는 것들의 조합이 과연 어떤 사진으로 현상될까 기대하며, 당시 셔터를 누른 그 순간을 계속해서 떠올렸다.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

"사진이 찍혔을 때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싶다.”


 사진을 찍고, 현상소에서 연락을 받기까지 그날의 장면을 반복해 떠올려서일까. 필름 사진은 다소 흐릿해도 그날의 전율은 그대로다. 기다림이 얼마나 우리의 기억과 감각을 풍성하게 하는가. 필름 사진의 매력 중 하나다.

<'흐르는것이어디물뿐이랴'에서 강아솔 님의 공연>(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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