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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Nov 25. 2021

불편과 망각

필름 사진의 매력 (2)

 '필름 사진은 촬영 후 이미지를 바로 확인할 수 없다.', '인간은 과거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이 불편한 기기와 불쌍한 존재가 만나 가끔 재밌는 사진을 만든다.


 어느 여행에서 돌아와 필름을 현상하려고 하다가, 아직도 남은 컷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중에 다 쓰고 맡기기로 했다. OLYMPUS-PEN EE-3, 한 프레임에 두 개의 이미지를 담는 카메라다. 이미지의 사이즈는 기존 사진보다 2배 작지만, 2배 더 많은 순간을 담을 수 있었다. 36컷을 찍을 수 있는 필름이라면 72컷을 남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카메라다. 


 다른 여행에서 남은 필름을 모두 쓰고, 돌아와 현상을 맡긴다. 그리고 재밌는 사진을 발견한다. 영국과 제주도가 함께 있는 사진이다. 영국에서의 여행 중 마지막 사진과 반년 뒤 제주도에 가서 가장 먼저 찍은 사진이 붙어있는 것이다. 불편과 망각이 두 장소를 이어버렸다. 비슷한 노출과 느낌 때문인지,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으면 아무도 모를 것 같기도 하다.

런던과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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