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남긴 필름 사진들을 분류하다 유독 해 저무는 풍경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왜인지 생각해본다. '아름다워서', '우연히', '마냥 좋아서' 찍었다고 하기엔 이유가 부족했다. 나를 설득시킨 생각의 결론은 이것이다. 우리 집이 거기 있었기 때문에.
본가는 인천항 근처. 어디서 출발하더라도 서쪽 끝을 향해 간다. 그래서 퇴근길엔 눈앞으로 노을빛이 부서진다. 그래 저곳에 우리 집이 있다. 따뜻한 햇살처럼 나를 반기는 곳. 포근한 쉼이 기다리고 있는 곳. 그래서 운전 중 시야를 방해해도 그렇게 좋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