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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지 Aug 10. 2022

온라인 연애상담 아무리 해 봐도

인터넷 여초 카페를 보면 실로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상황의 연애 고민글이 많다. 

'연애상담 좀 해 주세요'

'긴글 주의. 남친과 헤어져야 할까요?'

'이 남자 심리가 뭘까요?'

등등...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도 그랬으니까. 20대는 그 정도로 헷갈릴 일이 많지 않았는데 30대가 되면서, 아니 이미 20대 후반부터도 연애는 어렵고 귀찮고 알쏭달쏭한 일이 되었다. 이 나이에 남자들이 갑자기 달려들어도 부담스럽고, 너무 시간을 끌어도 답답하다. 마음을 연답시고 자기 살아온 얘기나 집안 얘기를 구구절절 해도 진중함이 떨어져 보이고, 자기 얘기를 너무 하지 않는 방어적인 태도도 서운하다. 가족과 사이가 좋으면 애착이 지나칠까 걱정되고, 그 반대면 애정결핍으로 왜곡되었을까 염려된다. 


이래저래 나이가 들 수록 아는 것도 들은 것도 보이는 것도 많아지니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서 보이는 아주 작은 단서라도 포착해서 돋보기를 들이댄다. 마치 연애계의 셜록 홈즈가 된 것 마냥. 관찰하고, 분석하고, 수집하고, 정리하고. 논문이라도 쓸 기세다. 거기다 집단지성의 힘까지 빌려본다.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하버드를 갔을 거라고! 


그런데 인터넷에서 하는 연애상담은 아무리 자세히 얘기한들 상황을 다 담을 수 없다. 상황을 다 담아서 사람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go or stop 을 알려준다 한들 그 조언대로 따를지도 미지수다. 


'헤어져야 할까요?' 라고 묻는 사람은 이미 십중팔구 자기 마음 속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다. 머리로는 헤어져야 하는 걸 아는데 마음으로는 차마 하기 힘들어서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 남자 심리가 뭘까요?' 이렇게 물어본들 정확한 답을 얻기도 힘들다. 그 남자 마음은 그 남자한테 직접 물어봐야 한다. 말만 들어서 여자들은 절대 그 남자 마음을 알 수 없고, 남자에게 물어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다 다르고 상황도 다르니까. 


'저는 왜 이런 남자만 만날까요?' 라거나 '남자는 어디서 만나야 할까요?' 라는 질문은 더더욱 답이 없다. 온라인 공간이나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기보다는 오프라인 모임을 다니는 편이 빠르고, 이도 안 된다면 차라리 결혼정보회사를 가는 편이 현실적이다. 


물론 온라인 공간에서의 연애상담, 연애고민, 연애한탄 등이 전혀 무의미한 일은 아니다. 적어도 어딘가에 털어 놓으면 마음은 조금 시원해질 수도 있고, 때로는 정말 객관적인 의견과 조언이 담긴 댓글을 보며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방향의 댓글이 달리면 또 혼란과 고민이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그 댓글이 정답인 것도 아니다. 


결혼 후의 고민들은 연애할 때의 고민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무게감이 더해지는 법이라, 연애 상담 글들을 보면 한결 가볍게(?) 느껴진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무렵의 나는 분명 비슷한 고민을 하며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때도 많았고 눈물 흘릴 때도 많았다. 때론 글을 올린 사람의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것도 아니라고. 별것 아니라고. 그러나 온라인으로는 한계가 있다. 글을 쓴 사람의 주위에도 잘 찾아보면 그렇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 줄 사람이 한두 명쯤은, 혹은 그보다 더 많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상황을 묘사하고 사정을 자세히 털어놓고 즉각적인 상호작용을 나누고, 감정이입을 하고, 마음이든 지혜든 나누기에는 글보다는 말이 제격이다. 


온라인의 익명성으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쳐봐도 충분치 않다면, 달리는 댓글을 봐도 나 자신과 내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더이상 온라인에 넋두리를 하는 것은 소용이 없단 얘기다. 차라리 친구든 회사 동료든 가족이든 친척이든 커플매니저든 붙잡고 직접 말을 해 보는 편이 낫다. 이왕이면 나보다 나이가 좀 더 있거나 세상 경험이 좀 더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동성도 있고 이성도 있으면 더더욱 좋다. 


그리고 '그 남자' 혹은 '그 여자' 심리가 궁금할 때는 '그 남자/여자'한테 직접 물어보자. 만약 자기도 자기 마음을 모르겠다는 식의 얘기를 한다면, 그냥 그 정도로 당신이 좋지는 않다는 얘기니까 미련 가질 것 없다. 적어도 연애라는 것은 내가 상대의 마음을 궁금해 할 필요 없이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 나 역시 상대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과 해야 한다. 결혼은 두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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