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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기 May 06. 2020

너랑 나랑은 그렇고 그런 사이니까... n번째 이별중

n번째 이별중


#1.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한 영화는 그 동안 수없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 만큼 이야기 속에서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가지들을 얼기설기 설정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관객들도 그 가지들이 어떤 방향으로 뻗어나갔는지 추측하기 쉬울 정도로 이미 진부한 소재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이별은 여전히 사람들의 감정을 마구 휘저어놓을 정도의 파워를 가지고 있다. 사랑과 이별은 누구나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자 살아가면서 또는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추억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진부하지만 늘 새롭고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비밀이라는 점에서 영화의 주제로서 커다란 장점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 <n번째 이별중>(2018)은 이처럼 식상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결말과 메시지가 쉽게 짐작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풋풋한 봄날에 충분히 선택을 받을만한 영화이다.


#2. 영화는 익숙한 연애이야기에 타임리프라는 새로운 SF장치를 집어넣었다. 반복되는 장면으로 관객들이 쉽게 답답함을 느낄 수 있지만 타임리프를 조명하는 건 잠깐일 뿐 영화는 금세 그 꿍꿍이를 드러낸다. 영화의 스토리가 뻔해 이야기 구성이 단순하고 반복되는 화면으로 지루함을 함께 느낄 수 있음은 이야기가 가진 태생적인 단점이다. 하지만 잘만 들여다본다면 이러한 진부한 이야기 속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아볼 수도 있다. 누구나 해봄직한 연애는 늘 그렇듯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사람의 감정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정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그 어떤 누구도 자신의 방식과 결정이 정답이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만도 없다. 남녀의 감정은 숨겨둔 깊이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렵지만 자신에게는 언제나 솔직해 천천히 꺼내드는 속도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 때문이다.


#3. 그런 점에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함께 배워가자고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손길을 내민다. 물리학 천재 스틸먼(에이사 버터필드 분)이 데비(소피 터너 분)와의 헤어짐으로 타임리프 앱을 발명하는 건 영화 속에서 주목돼야 할 소재는 분명 아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세기의 발명품은 역사를 뒤바꾸거나 히어로로서 사람들을 구해내는 무게를 드러내지 아니하고 한편으로 장난스럽고 애교스럽게 한 커플의 연애사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도구가 됐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이러한 요소들이 전혀 부담스럽지가 않다. 영화는 애초부터 사랑을 SF로 접근하기 보다는 한 남녀의 감정이 어떻게 공유되는 게 보다 정답에 가까운 지를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타임리프 장면이나 실수를 연발하는 스틸먼의 귀여운 모습 등이 전혀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것도 다소 어려운 소재들을 쉽게 풀어내고자 하는 연출에 그 해답이 있다고 생각된다.


#4. 영화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을 반복된 타임리프를 통해 세밀하게 그려냈다. 또한 연애 과정에서 누구나 부닥칠 수 있는 실수 또한 애교스러운 연기를 통해 미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반복된 장면들을 통해 남녀가 감정을 교감하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낸 건 이 영화가 여느 영화들과는 달리 나름의 차별화를 형성시키는 좋은 장점이 됐다. 에이사 버터필드와 소피 터너는 최근 할리우드에서 떠오르는 신예로 각광받고 있는 배우들이다. 젊은 배우들이 자신에게 꼭 알맞은 역할을 맡아 자연스러움을 한층 더한 것도 스토리뿐만 아니라 연기에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 스토리가 강약 조절을 하지 못해 영화의 도입부가 조금 빈약했다는 점은 작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럼에도 소소한 재미로 달콤한 사랑의 끝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영화라는 점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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