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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리원 Jun 02. 2023

멸종 위기 한국, 스웨덴 라떼파파에서 답을 찾다? 2편

스웨덴 사회복지정책 석사생이 보는 저출산과 육아휴직 이슈

지난 1부에서는 스웨덴의 성평등한 육아참여를 반영하는 재밌는 단어 “라떼파파”와 라떼파파를 있게 해 준 스웨덴의 육아휴직제도의 역사와 형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2부에서는 스웨덴 사람들의 실제 생활에서 육아휴직제도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다루고, 스웨덴의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에 대한 사회복지정책 전공자로서의 분석과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내고자 한다.  


아빠 육아휴직 사용률 1위, 스웨덴


OECD 2021년 통계 기준, 인구수 대비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살펴보면, 스웨덴이 압도적인 수준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관대한 기간,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하는 소득대체율, 성평등을 고려해서 설계된 쿼터제도, 이 삼박자가 합쳐져 스웨덴 사회보험청의 2022 육아휴직사용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중 54.1%가 여성, 45.9%가 남성이다. 즉, 육아휴직 전체 사용자 중 절반이 엄마 절반이 아빠일 만큼 스웨덴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한국의 성별 비율이 남성 20%대 여성 70%대인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이다.  이는 앞서 1편에서 설명했던 스웨덴의 “라떼파파"라는 단어가 그냥 생긴 말이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1편에서 언급한 최근 아빠가 된 스웨덴인 친구들에게 묻자, 본인뿐만이 아니라 회사 동료인 다른 아빠들도 전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고 한다. “회사에서 오래 쉬면 눈치 주고 그런 거 없어?”하고 묻자, “회사마다 조금씩 다를 순 있어도 대부분의 다들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고 내 상사도 (육아휴직을) 썼는데?"라고 한다. 친구 커플들은 특히 첫아기가 태어나서 두 사람 이외의 아기라는 새로운 생명과 함께 가정을 꾸린다는 의미가 큰 만큼, 그 순간을 엄마도 아빠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했다. 아직은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미래에 자녀계획이 있는 나로서 친구들의 이러한 말이 참 많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 단순히 출산장려나 성평등 문제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부모와 자녀라는 새로운 가족의 울타리를 꾸려가는 가장 첫 발걸음에 당연히 누구 한 명도 빠지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한국의 아빠들이 육아휴직 사용을 ‘안 하는 것’ 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 또는 사회적인 인식과 시선으로 인해 아빠들도 그 순간에 함께할 기회를 ‘안주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육아휴직 사용가능 기간 1위, 한국


바로 앞서 한국에서 아빠들에게 육아에 참여할 기회를 ‘안 준다'라고 표현한 것이 무색하게도, OECD 국가 중 아빠들이 사용할 수 있는 ‘paid leave (유급 육아휴직)’기간이 가장 관대한 나라 1위가 한국이다. 한국은 무려 53주로 스웨덴에서 보장하는 기간보다도 훨씬 더 관대하게 남성 육아휴직 기간을 법정으로 보장한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관대한 기간에도 한국에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바로 낮은 소득대체율과 아직 제도를 따라오지 못한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은 육아휴직 이전 임금에 대하여 육아휴직 기간 동안 급여의 일정 수준을 보장해 주는 비율을 말한다. 앞서 말했듯, 스웨덴의 소득대체율은 77.5%로 꽤 높은 반면, 한국의 소득대체율은 첫 3개월은 80% 이지만 그 이후로 50%이다. 따라서 3개월 이후에 사용하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은 평소에 받던 임금에서 절반 수준의 급여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소득에서 큰 타격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내 스웨덴 친구들도 “내가 육아휴직 동안 월급에 50% 밖에 돈을 못 받는 다면, 아마 (육아휴직을) 안 쓸 듯”이라고 말한다. 특히 아빠의 임금이 더 높은 가정일수록,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함으로써 느껴지는 경제적 타격이 클 것이다. 


그렇다고 낮은 급여 수준만의 문제는 아니다. 연합뉴스 기사를 통해 한국 남성 직장인 중 70% 이상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음에도 남자들이 육아휴직을 안 쓰는 분위기와 승진 등의 기회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으로 실제 사용하지 못하는 아빠들이 많다고 한다 (2020.01.04. 김영신 기자). 최근 모 대기업의 워킹맘이 육아휴직 이후로 직장 내에서 느껴지는 압박과 괴롭힘에 자살을 했다는 뉴스를 읽고 마음이 참 무거웠는데, 엄마한테도 느껴지는 사회적 시선이 아빠들한테는 얼마나 더 크게 다가올지를 생각하면 그들의 낮은 육아휴직 사용률은 단 번에 이해가 간다.


결국 스웨덴의 라떼파파를 가능하게 하는 건?  


그렇다. 스웨덴의 육아휴직제도는 세계적으로 비교해 봤을 때, 이상적임에 가까운 형태와 실제 사용률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결국 스웨덴의 라떼파파를 가능하게 하는 것, 다시 말해 성평등한 육아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건, 잘 정비된 육아휴직제도만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앞서 한국의 사례에서도 얘기했듯이, 아빠의 육아참여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회적인 합의와 인식,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현재 스웨덴 사람들이 매우 중요시하는 평등, 특히 성 평등의 가치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닌 꾸준한 인식 개선의 노력의 결과이다. 


스웨덴의 첫 젠더 중립적인 육아휴직 도입의 배경에는 1960년대부터 여성의 일과 삶의 양립에 대한 연구와 1970년 초반 올로프 팔메라는 전 스웨덴 총리를 필두로 한 성 평등을 향한 갖은 움직임들이 꾸준히 있어왔다. 그리고 그 덕분에 육아휴직제도 이외에도 다른 사회의 전반에서 엄마와 아빠 모두 동등하게 일하면서 가정도 충분히 돌볼 수 있도록 많은 다른 제도들이 정비되어 있다.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르는 예시는 바로 스웨덴의 관대한 유급휴가제도들인데, 스웨덴에서 법적으로 보장되는 유급휴일은 25일, 무려 5주나 된다. 때문에 많은 스웨덴 사람들에겐 가족들이 긴 여름휴가를 함께 즐기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다. 내가 초등학생 때 한 달간 되는 여름 방학으로 집에 있으면서도 부모님은 저녁에나 볼 수 있고, 할머니가 대신 나를 돌봐주셨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스웨덴 아동들은 그에 비해 참 많은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부러워지는 대목이다. 게다가 스웨덴에는 VAB (Vård av Barn)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아이가 아플 경우 부모에게 주어지는 추가적인 휴가제도로써 부모가 각각 연 간 120일의 휴가를 80%의 소득대체율의 급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스웨덴의 엄마 아빠 모두 관대한 유급휴가제도 아래 소득의 손실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아이의 돌봄에 충분한 권리와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인식의 변화가 먼저일까, 제도의 정립이 먼저일까를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 일까와 비슷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웨덴이 꾸준히 지켜온 공유 가치와 인식의 변화가 다양한 평등하고 가족 친화적인 제도들로 이어졌고, 결국 오늘날 스웨덴의 라떼파파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스웨덴과 같은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만이 한국 저출산 문제의 유일한 해결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집 값, 불안정한 경기, 높은 교육비 등 한국의 저출산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수많은 가능 요인들이 존재하고 이야기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안다. 그러나, 우리가 스웨덴의 라떼파파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부모에게 가장 어렵고 중요할 수 있는 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부터 부모가 육아에 동등하게 참여할 기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라면, 저출산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스웨덴도 처음부터 성평등 가치에 가까웠던 나라가 아니었고, 처음부터 부모에게 동등한 권리를 주었던 나라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사회 이야기하면서, 육아휴직을 포함한 다양한 제도들을 통해 성평등한 육아참여를 보장해 왔고, 그 덕분에 오늘날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스웨덴의 라떼파파가 높은 출산율의 유일한 공신은 아닐지라도, 스웨덴의 라떼파파를 가능하게 한 가치들과 그로 인한 변화들이 오늘날 스웨덴의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있게 한 것은 분명할 것이다. 




커버 사진 출처: Alexander Hall/imagebank.swed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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