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에 위치한 경성빵공장. 남한산성 안의 건물들은 거의 한옥이거나 한옥을 흉내 낸 건물로 지어져 있는데, 심지어 경찰서와 소방서도 그렇다. 이 빵집도 역시 한옥의 형태를 띠고 있고, 꽤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되어있으며 빵도 다양하고 독특한 것들이 많았다. 날이 그다지 좋진 않았지만,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섰다.
80겹으로 만든 경성빵공장만의 페스츄리인데, 맛은 좋았지만 안의 크림과 위의 코코아파우더로 먹기 편하진 않았고 지저분하게 먹어야만 해서 좀 아까웠다.
그 밖에도 다양하고 신기한 모양의 빵들이 있었다. 특히 위의 알밤빵은 그냥 알밤빵인 줄 알았는데, 찹쌀 떡 안에 앙고가 있고 그 안에 진짜 알밤이 들어있었다. 즉 밤빵인 줄 알았는데 찹쌀떡인 줄 알았는데 만쥬인 줄 알았는데 알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빵집을 설명하는 사진들이 붙어 있다. 계단이 일반 계단보다 낮아서, 빵을 들고 올라가는데 무리가 없었다.
자연 속에 위치한 빵집답게 빵가게 구석구석에 곤충들이 보였다. 얘는 여치 같은데 실제로 본 게 너무 오래간만이라 확실치 않았다.
뒤뜰엔 연못이 있고 부레옥잠이 자라고 있었다. 날이 덥지만 않다면 정취를 즐기며 빵을 먹을 수 있는 곳.
뒤뜰로 나가는 문 손잡이는 떨어지고 고친 느낌이 났는데, 앞뒤에 다른 손잡이를 달아놨다.
2층의 좌식테이블. 사방으로 산을 볼 수 있게 되어있어, 사진 찍기에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
천장은 한옥 구조물을 볼 수 있도록 뚫어놓아서 공간감이 좋고 시원한 느낌을 줬다.
뒤뜰에 걸려있는 커다란 조명들. 저녁에 오면 벌레들이 많을 것 같지만 분위는 더 좋을 것 같았다. 가을이나 겨울에 오면 좋을 것 같다.
역시나 마무리는 길고양이가 최고다. 돌아오는 길 관리사무소 앞에 벤치에 누워 자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고양이는 다가가도 아주 곤히 자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분이 말씀하시길 나이가 아주 오래되었다고. 여기 터줏대감 다운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