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편 SF 소설인 <청록의 시간>을 브릿G에서 연재했다가, 이곳 브런치북으로도 옮긴다고 공지를 한 바가 있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연재 브런치북으로 하루에 한편씩 올려, 저번 주에 두 권의 브런치북으로 발간했다. 확실히 브릿G는 디자인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브런치는 모바일에 맞게 디자인이 잘 되어 있어서 보기에 편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저번 8월 말에 완결했을 때에서 조금 더 내용 수정을 했기에, 수정한 김에 브런치에 올려놓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물론, 이번 브런치북 공모전 소설 부문에 지원하려고도 한 거고.
이 소설은 2018년, 찜질방에서 알게 된 어떤 누나의 이야기로 영감을 얻었다. 보통의 찜질방이 그렇듯이 낮 시간에는 아주머니들이 출근하듯 오시기 때문에, 서로들 아는 사이가 되고 수다를 떤다. 그분도 그 아주머니들 중 하나였지만,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분이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흔히 조현병 환자라고하면 강력범죄를 아무렇지 않게 저지를 것 같은 위험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지만, 그분은 너무나 밝고 아무렇지도 않게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얼굴도 예뻐서 인기도 많았지만, 대학교 때 갑작스레 병이 생겨 학교를 그만두고 치료받았던 이야기, 지금도 등산을 매일같이 하며 약으로 찌는 살을 관리한다는 이야기 등은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현병 환자가 실제로 어떻게 사는지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청록의 시간> 소설에 등장하는 재호는 조현병 환자다. 그러나 그 조현병이 생기기 전과 후, 사회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바뀌는지, 결국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접근하는 인간군상의 여러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 필요 없고 더럽고 버리고 싶은 무언가도, 상황이나 시대가 달라지면 정말 필요한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과학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소설은 외형상 역사와 미래를 아우르는 시간여행 SF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결국 나와 만나는 이야기다.
또한 이 이야기는 팩션이기 때문에, 많은 역사적 사실이 혼재해 있다. 1부에 나오는 회남왕 유안이 두부를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지만, 또한 두부를 만든 것이 허구라는 이야기도 있다. 정사에는 아주 후대에나 두부의 기록이 나오기 때문이다. 2부에 등장하는 교통섬 같은 건물도 실제 있는 건물이며, 경희대 수원캠퍼스에서 한국 최초로 별을 발견한 것도 다 실제 이야기다. 3부에서는 로스웰 UFO 추락사건과 암소들이 절단되어 죽은 UFO 납치사건 등의 실체를 얹었다. 그 밖의 다양한 역사를 얹고 엮어서, '청록의 시간'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시각에서 서로 만나도록 썼다. 시간여행 이야기는 서로 다른 역사적 사실을 엮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에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 재호는,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반영되었다. 조현병을 제외하고 너무 자전적인 부분이 들어간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결국 그런 이야기들을 쓰고 토해내면서 나는 내 상처들을 치료할 수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어가던 그런 삶에 대한 외침 같은 것 말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1,2부와 3,4부가 마치 단절된 것처럼 달라지는데, 사실 그건 의도한 부분이다. 그걸 위해서도 1부는 일부러 역사/무협 소설 느낌으로 썼고, 2부는 현대소설, 3부는 고전 SF처럼 썼다. 하지만 독자들의 반응을 보니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이번에 수정할 때 그 단절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2부 마지막에 어떤 문구를 추가했다.
이 이야기로 첫 단편을 쓴 게 2021년이고, 이걸 장편으로 제대로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전체 스토리를 완성한 게 작년인데도 불구하고 2025년 올해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사건들이 마치 짠 듯이 들어가 있다. 물론 중간중간 어떤 대사들은 일부러 시의성을 감안해 넣은 거지만, 이 소설을 쓸 당시엔 2025년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한국에 벌어질지 누가 알았겠느냔 말이다. 전체 스토리를 완성한 다음에 쓰다가 나도 많이 당황했다.
아무튼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이 SF인 데다 역사적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준비할 게 많아 좀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그만큼, 내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부족해 보이더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내 작품을 완성한 기분은 말도 못 하게 뿌듯하니까.
아래는 <청록의 시간>은 브런치북 링크. (32회라 한 권에 다 들어가지 않아 둘로 나누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timeofturquoise
https://brunch.co.kr/brunchbook/tot2
아래는 <청록의 시간> 브릿G 링크. (베스트 17위까지 올라갔었음)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s/?novel_post_id=217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