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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Mar 02. 2022

[반항의 대중음악가] 톰 모렐로①

랩메탈계의 시인, 주체할 수 없는 저항정신

  2007년, 국내 기타 제조사 콜트악기는 직원들을 상대로 대량 해고를 진행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경영난 때문이었다. 콜트 기타는 나쁘지 않은 스펙과 저렴한 가격 덕에 기타 입문자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2000년대 후반 스쿨밴드에서 콜트 기타를 든 기타리스트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해외에서도 콜트의 인기는 높아 한때 세계 기타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콜트 내에서는 해고로 인해 사측과 직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콜트 계열사인 콜텍(기타 OEM 업체) 직원들은 오랜 투쟁 끝에 2019년 복직했지만 콜트악기 직원들의 투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콜트 직원들의 투쟁 소식이 알려지자 대중음악계는 콜트 사측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2008년부터는 매달 홍대 클럽에서 ‘콜트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와 함께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콜트 직원들을 지지하는 음악가가 등장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의 보컬 세르이 탄키안과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TM)의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였다. 특히 모렐로는 2010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을 찾아 “기타는 자유를 위한 수단이지 착취의 수단이 아니다”라며 “일터에서의 권리를 요구하는 한국 노동자들을 완전히 지지한다”라고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말을 남겼다. 

 
 

  모렐로는 할렘가 출신에 메탈 기타리스트라는 이유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사실 그는 하버드대학교 출신의 수재다. 뿐만 아니라 조모 케냐타 케냐 초대 대통령의 종손자이고, 어머니인 메리 모렐로는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지금 기준으로 봐도 꽤 괜찮은 가정환경이다. 또 모렐로는 할렘가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시카고에서 대부분의 유년 생활을 보냈다. 

  모렐로는 10대 시절 헤비메탈에 매료돼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 등의 음악을 즐겨 들었고, 나중에는 런DMC와 같은 힙합 음악에도 관심을 가졌다. 여느 음악에 관심 많은 학생들처럼 모렐로도 10대부터 기타를 쳤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전문 음악가가 아닌 그저 취미 생활일 뿐이었다. 모렐로가 음악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대학 졸업 후인 1987년, 락 업이라는 밴드에 가입하면서부터다. 락 업은 LA 지역에서 활동하던 메탈 밴드로 기타리스트 공백이 생기자 모렐로가 그 자리에 들어간 것이다. 

  락 업은 1989년 데뷔 앨범 《Something Bitchin' This Way Comes》를 발매했지만 큰 인기는 얻지 못했고, 1990년 해산했다. 이후 모렐로는 인사이드 아웃에서 보컬을 맡았던 잭 데 라 로차와 그의 친구인 베이시스트 팀 커머퍼드, 과거 락 업 가입 오디션에서 탈락했던 드러머 브래드 윌크를 영입해 새로운 밴드 RATM을 조직했다. 특히 랩퍼 출신인 로차의 활약 덕에 RATM은 랩메탈이라는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RATM이 1992년 발매한 데뷔 앨범 《Rage Against the Machine》은 빌보드 앨범 차트 45위를 차지하면서 나름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음악적으로도 괜찮은 평가를 받았지만 대중들의 눈길을 끈 것은 그들의 메시지였다. 앨범 커버에는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해 분신자살한 베트남 승려 틱꽝득의 사진이 실렸다. 

  RATM은 수록곡 <Know Your Enemy>에서 반전과 평화를 외쳤고, <Wake Up>에서는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말콤 X의 피살을 다뤘다. 지금도 그들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Killing In the Name>은 백인 주류 사회에 대해 비판했다. 여담으로 이 곡은 발매 17년 후인 2009년에야 영국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X Factor』 출신들이 차트를 독점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팬들이 노력한 결과였다. 국내에서도 RATM의 인기는 대단해 1998년 H.O.T.의 곡 <열맞춰!>가 <Killing In the Name>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RATM은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법적다툼을 고려했지만 고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죽은 사람들은 배지를 달고 있다는 이유로 정당화된다. 그들은 선택받은 백인들이야. 너는 배지를 달고 있다는 이유로 죽은 사람들을 정당화해. 그들은 선택받은 백인들이야. 꺼져. 나는 네 말대로 하지 않을 거야. 꺼지라고.’ - <Killing In the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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