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를 세아려 보니 내가 천만 원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불과 5년 전이었다.
첫 직장에서 2.5년을 일했지만 연휴 때면 말레이시아에 사촌 집에 놀러 가고, 태국 코사무이로 리트릿을 가고, 이탈리아로 승무원 면접도 보러 가는 등 통큰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선 긋다 보니 나올 때 남은 돈은 퇴직금뿐이었다.
그때 내가 천만 원만 있었어도 세계 여행을 당장 갔을 거라고 여러 번 속으로 아쉬워했다.
돌아보면 천만 원은 내 기준에서 1년 정도 세계 여행을 떠나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끼는 비용이었다. 아마 오래전부터 봐온 세계여행 블로거들, 여행 다큐나 예능, 여행책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정해진 나만의 안정선일 것이다. 물론 실제로 여행하면 천만 원도 빠듯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알바를 하든 무엇을 하든 뒷일은 그때 생각하기로 하고 말이다.
그렇게 그 당시 2.5년을 일해도 내 통장에는 천만 원이 없다는 사실에 영이 7개 있는 금액은 다다르기 쉽지 않은 큰 금액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내가 가진 돈은 현금이 아니어도 모든 형태의 재산을 끌어모으면 천만 원이 족히 된다. 모으려고 발악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모였다.
예전에 어느 분이 해주신 말이 생각난다. “너 지금 한 해 모으려 애쓰는 그 몇 백은 몇 년 뒤 한두 달 월급이면 다 모을 거야.” 진짜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나는 천만 원이 통장에 있다면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무 일도 안 일으키고 평온하고 잔잔하게 살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지금처럼 매일 삼성역으로/에서 출퇴근을 하고 주말에는 간간이 친구를 만나고 관심 있는 모임들에 나가며 2021년처럼 2022년을 보내는 것이다.
곧 성큼 다가올 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혹은
2022년을 상해에서 보내고, (관심 있는 것이 열정이 된다면) 2023년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일 년 과정을 공부하며 이탈리아에서 지낼 수도 있다.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고 남미로 향할 수 있다.
리투아니아 국립공원 대자연 속에서 알아봐둔 코스를 들으며 지낼 수 있다.
크레테 섬에서 온라인으로 어떤 일이든 하며 반 년 정도 노마드로 살아볼 수 있다,
방콕에서 일 년을 살아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내 삶에서 벌어질 수 있을까?
삼십몇 살 먹기까지 마음속에 상상만 해온 것들을 마음껏 실현하며 살아 볼 수 있을까?
매 순간이 그러하듯 이번에도 내 인생 책의 다음 장면은 나의 선택으로 뒤바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정답은 없다, 나의 선택만 있을 뿐 :)
세상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고, 인생은 매 순간 그 경이로움을 만나는
모험 여행이다.
11분 by 파울로 코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