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
원래는 파리에 도착해서 바로 남부로 갈 계획이었는데, 자꾸 마음속에 떠오르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미국에 잠시 있을 때 베프였던 파리 친구인데 요근래 SNS로 보니 사업도 시작하고 애도 둘인 라이프가 너무 바쁠 것 같아서 잠깐 주저했다.
주저 끝의 결론 ,
미안하지만 난 너무 오랜만에 파리에 가고, 너가 보고 싶은데 이번에 너를 못 보면 또 언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난 마음가는대로 할게. 바톤을 던지니 너가 결정해라!
그렇게 연락을 했고 선뜻 자기집에 자고 가라는 친구의 말에 고마웠다.
나중에 그녀 왈, “15년만에 보지만 넌 똑같을 것 같았어. ㅎㅎ”
참 듣기 좋은 말이다. 여전히 십오 년 전 그 때의 감정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는 말 같아서 -
샤를드골 공항에서 도착해서 친구집으로 찾아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 표를 사는 게 좀 헷갈렸는데 근처 도와주는 역무원에게 물어봤다.
공항에서 RER B를 타고 파리 중심으로 이동하여 환승 가능한 메트로로 갈아타면 된다.
이번에 프랑스 와서 조금 놀란 것이 영어할 줄 아는 사람들이 10년 전과 비교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래, 무려 10년 전이니 당연한 걸지도.
**공항 - 파리 가는 법을 간략히 알아보자.
1. 공항에서 짐 참고 나오면 RER 사인을 따라 간다.
2. 사인 따라 끝까지 걸어가서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간다.
(중간에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가면 화장실과 주차장 나옴, 그러니 RER 사인 끝날 때까지 끝까지 걸어가서 에스컬에이터 타야함)
3.에스컬레이터 내려가면 바로 표 사는 자동판매기들과 북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자동판매기에서 언어 ‘영어’를 누르고 구매하면 된다.
어차피 노선은 하나 밖에 없어서 표 개수만 선택하고 구매하면 된다.
4. 구매 후 승강장에서 기차를 타고 환승할 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갈아타면 된다.
나는 Châtet-Les Halles에서 내려 1호선으로 갈아탔다.
구글맵이 있으니 길 잃을 걱정이 되지 않는다.
캐리어 끌 때 최악은 지하철 타면 엘레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같은 게 없을 때와 길거리가 평평하지 않고 돌들로 되어 있을 때이다. 유럽에서는 둘 다 겪기 쉽다.
드디어 친구집 건물 도착했다.
초인종들이 층마다 보이고 그 옆에는 이름들이 아날로그식으로 쓰여져 있다.
친구가 누르라고 했던 이름이 바로 보여 그 옆 벨을 눌렀다.
딩동딩동
고요- 다시 딩동딩동 눌렀다.
아무도 없나?
때마침 건물을 들어가는 프랑스 할아버지께 여쭸다.
프랑스에서는 건물이 작아 이웃들끼리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름을 말하며 난 그 사람 친구라고 했더니 “아~!! 그렇군요. 나는 지금 당신 친구가 사는 아파트에 살았던 사람이에요. 들어와요 같이 엘레베이터 탑시다.” 하신다.
그런데 엘레베이터에서 친구집에 가려면 열쇠가 필요하다. 음… 결국 다시 밖으로 나와 아저씨가 친구에게 전화 한 통 걸어주셨다.
그녀는 나를 마중하러 역에 나갔다고 한다. 10분 내로 돌아온다고-
“감사해요 아저씨”
건물 앞에서 거리 구경을 하면서 그녀가 보이나 저 멀리 힐끔힐끔 쳐다봤다.
얼마 뒤 저 멀리서 오는 친구의 형체를 알아보고는 소리를 지르며 재회했다.
15년만의 인사는 조금 긴 포옹으로 했다.
D의 집은 리모델링 하우스처럼 너무 예뻤다.
2007년경 파리에서 갔던 부모님집도 정말 예뻐서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네.
발코니도 있다. 파리에서 발코니라니-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겠다.
이 예쁜 고양이 이름은... 잊어버렸다 ㅠ
짐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오니, 비행기 타는 거 어떠했냐며 차이티와 로컬 딸기를 내주었다.
아, 차이티가 몸속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프랑스 딸기를 한 입 베어물었다. 딸기맛이 궁금했는데 설향만큼은 아니지만 단단하면서도 시큼 달달하다.
한참 어떻게 살아왔는지 수다를 떨다가 바로 다음날 난 떠나니, 일단 준비해서 나가기로 했다.
찌든 몸둥아리의 묵은 때를 씻겨보내고, 친구가 봐둔 ‘요가 호텔’에 가서 런치를 먹기로 했다.
“너 보니까 요가 좋아하는 것 같더라구. 그래서 여기 너랑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이런 너의 섬세함은 여전하구나.
미국에서도 종종 손편지를 써줘서 감동을 주더니.
인플루언서급인 D의 사진들을 보면 매번 멋진 장소들을 많이 가서 프랑스에는 예쁜 곳들이 참 많구나 생각했는데 그녀가 날 위해 고른 곳이라고 하니 더 신이 났다. :)
런치 장소는 HoY 호텔이란 곳인데 숙박뿐만 아니라 요가 수업도 열리고 채식 레스토랑 및 작은 꽃집도 운영하고 있었다.
프랑스인들도 건강에 관심 있는만큼 요가와 리트리트에 엄청 관심이 많다고 한다.
다와갈 때즘 친구가 전화를 걸어 테이블 예약을 했다.
오호, 파리에서 이렇게 전화 해도 되는구나!!:)
내부는 아늑한 느낌의 인테리어와 천장이 유리로 되어있어 더욱 넓어 보였다.
런치메뉴가 있어 런치 메뉴와 음료를 따로 시켰다.
템페와 흑미로 만든 음식이었는데 소스를 잘 만드니 맛있었다. 이런 건강식은 소스가 생명인 것 같다.
내 친구는 많이 안 먹는데도 나보다 빨리 먹었다.
고구마가 사이드로 나왔다.
디저트는 딸기 요거트와 초콜릿.
친구는 디저트=딸기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ㅋㅋ
파리에 위치한 호텔 답게 너무 예쁜 호텔에서 다음에는 하루 머물며 요가도 해보면 좋겠다. :)
이 호텔 주변은 쇼핑할 거리들이 가득했는데 작은 디저트 가게부터 옷가게까지 같이 돌아다니며 쇼핑했다.
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초콜릿 가게에 가자고 나를 이끌었다. 파리지앵 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초콜릿은 무슨 맛이 날까?!! 어떤 브랜드일지 궁금했다.
A la mer de Famille라는 가게였다.
오랜 전통을 가진 브랜드인데 가격이 다른 브랜드처럼 과도 책정 되어 있지도 않고 제일 맛있는 초콜릿 중 하나이기도 하단다. 역시 로컬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있구나.
그녀가 이중에서도 좋아하는 초콜릿을 샀는데, 이름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맛있어서 계속 집어 먹었다. ㅎ
쇼핑을 다 하고 집에 돌아오며 집에서 멀지 않은 공원 앞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했다.
시간이 촉박해서 빠르게 다닌게 조금 아쉬웠는데 잘 되었다.
오늘 우리가 만났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지만, 조금 더 욕심내 볼게.
머지않아 우리 또 여유롭게 만날 수 있기를 -
커피를 마시고 오는 길에 그녀가 종종 간다는 치즈샵, 빵집과 와인샵에서 저녁으로 먹을 빵, 치즈, 와인을 사서 들어갔다.
친구의 딸들도 유치원에서 돌아와 보모와 있었는데, 날 보더니 굳어버렸다. ㅎㅎㅎ
내가 헬로 했더니 둘이서 큭큭대며 수군수군수군. 영락 없는 꼬마 아가씨들이다. ♥️ 친구 딸이라 다 예쁘다.
그런데 나는 너-무 피곤했는지 방에 들어와 침대에서 잠시 뻗어버렸다. 친구는 말이 없어도 그런 날 눈치 챘는지 나오라고 하지 않아 고마웠다.
게스트룸이 호텔 뺨치게 예뻐서 지내는 내내 고마움이 두배였다.
재밋는 건 내가 침대에 누워 쉬고 있으니 아래 사진처럼 발코니와 연결된 창으로 아이들이 몰래 쳐다보고 도망 가며 둘이 꺄악 꺄악 하는데 너무 귀여웠다.ㅋㅋㅋ
아, 요녀석들 내가 궁금하구나! 놀아줘야겠구만!
힘내서 다시 방문 열고 나가 애들과 놀았다. 말도 안 통하는데 꺄르르륵 자지러지는 아이들을 보며 함께 놀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보통 8시에 잠들어서, 친구가 딸들 샤워를 시키고 잠자리에 눕혔다.
그런데 잠자리에 안 누우려고 땡깡 아닌 땡깡에 친구가 결국 혼을 냈다.
프랑스 교육에 대해 한국에서 말이 많던데 궁금해서 옆에서 지켜보았다.
친구는 아이가 얼마나 울든 화가 나도 끊임없이 말로 대화했다.
“너 계속 울거면 엄마 간다!!! 너 며칠 전부터 계속 잠 안 자고 짜증부리고 있잖아 왜 그런거야? 말해봐. 이유가 뭐야? “
신기하게도 아이들도 울면서 말을 하더라.
올리비아도 책 같이 읽어주고 싶다고 나에게 책 한 권도 읽어주고 한 시간 지나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는 부엌에서 와인과 치즈, 바게트를 먹으며 10시까지 얘기를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친구가 좋아하는 저 트러플 치즈 , 너무 맛있었다.
프랑스에서 먹으면 맛 없는 게 없는 것 같다?
친구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모습을 보니 너무 신기하고 이상하고-
15년이 언제 이렇게 훌쩍 흘렀을까?
글로벌화가 되서 이제 어디든 쉽게 간다고 하지만 각자 산다고 바쁘니 한국과 프랑스 거리를 두고 만나는 게 쉬운 게 아니겠지.
그래도 이렇게 다시 보니 너무 기쁘고 친구가 시작한 일도 잘 됐으면 좋겠다. 또 머지 않아 만날 수 있으면 -
다음날 바욘행 아침 7시 기차라 허겁지겁 6시에 택시를 타고 몽파르나스역으로 갔다.
친구 앱으로 불렀는데, 끝까지 비용을 안 받겠다는 그녀.
얼른 한국와, 내가 맛있는 거 매일 먹여줄테니까!
한국에서 기차 예약 생각하고는 떼제베(TGV) 기차를 일주일 전에 예약하려 들어가니 표가 다 팔리고 아침 7시 것 밖에 없다. 가격은 또 어마무시해.
파리에서 하루 더 묵을까 고민했는데, 그렇게 하면 남부를 볼 기회가 더 없을 것 같아 표값 120유로를 지불하고 내려 가기로 했다.
* 기차 예매하기.
때제베(프랑스 고속철도)는 아래 사이트에서 예약 가능하다. SNCF 앱을 다운 받으면 이메일로 회원가입 할 수 있고 표를 구매하고 기차에서 보여줄 때도 훨씬 편리하다.
https://www.groupe-sncf.co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