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떼제베(TGV) 타기
프랑스 기차 테제베로 파리에서 바욘까지는 4시간 반정도 걸린다.
일찍 예약할수록 저렴하다고 하니 최대한 일찍 하는 게 좋다. 나는 아마 평생 바뀌지 않을 철저한 라스트미닛 인간이기에 늦게 예약해서 제일 비싸게 지불했다.
친구집에서 몽파르나스역까지 택시타고 갔다.
어두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침 6시에도 파리는 밝았다.
20분 정도 달리니 역에 도착했다.
이른 시각인데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타러 역에 도착해 있었다.
아, 프랑스에서 힘든 것 중 하나가 길담배를 정말 많이 한다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길을 가며 담배를 피워댄다.
너무 괴로워!! 담배 냄새가 여기저기 풍긴다.
역으로 들어가니 역내 울려퍼지는 익숙한 기차 안내 방송.
마음을 두드려 댄다.
아날로그적인 파란 전광판 위 수많은 도시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읽어본다.
여러 목적지로 가는 기차들은 나를 설레게 한다.
이번에 내가 탈 기차는 Bordeaux St Jean행이다.
보르도도 지나는 김에 멈춰서 몇일 구경하면 좋을텐데, 산티아고 순례길 계획으로 멈추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음에 또 기회를 만들어야지.
기차역 빵집에서 아침할 크로아상과 커피, 물 하나를 샀다.
재밋는 건 빵집 중 한군데에만 줄이 아주 길고 다른 빵집들은 사람들이 없다는 점.
왜 그런가 걸으며 살펴보니 잘 되는 집만 아침 세트 메뉴가 있었다! 빵과 커피나 핫 음료 같이 세트로 할인해서 팔았다.
파리에서 바욘까지 기차 타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기차 승강장에 갈 때는 앱에서 티켓 큐알코드를 열고 스캔하면 들어갈 수 있다.
좌석도 정해져 있어서 걱정 안 해도 된다.
조금 어려웠던 건 내 24인치 캐리어를 둘 자리를 찾는 것이었다. 이미 사람들이 짐 두는 곳에 캐리어들을 둬서 내 것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다른 승객이 2층에 가보라고 해서 2층에 가보니 2층도 꽉찼다. 오마이갓.
멘붕이 오려는데 옆에 역무원이 보여서 영어로 물어봤다.
“No space!!(캐리어 가리키며 ㅋㅋ)”
와. 역무원도 영어를 하신다, 것도 흔쾌히 도움까지.
10년도 더 전에는 영어를 기대하는 건 꿈도 못 꿨는데, 세대가 바뀌니 프렌치 자존심 그런건 좀 사그라든 느낌이다.
캐리어 자리가 없으면 열차 좌석들이 있는 곳 제일 끝으로 가보면 또 짐 두는 공간이 있으니 거기로 가보면 된다.
아래는 나의 아침 식사 모습.
프랑스 빵은 또 못 참는다. 허겁지겁 꺼내 먹는데 기차에 아무도 음식을 먹지 않는다. 음,,, 이상하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고-
혹시 먹는 게 금지인가 해서 일부러 역무원 있을 때 보이게 먹었는데, 아무말 안 하길래 그냥 나머지 사람들은 안 먹고 싶어서 안 먹는 것으로 단정 지었다.
프랑스는 아마 금지였으면 이미 옆 좌석 누군가가 내게 말하고도 남았을 것 같긴 하다. ㅋㅋ
재미 있게도 좌석 번호는 우리나라 기차처럼 위에 적혀 있지 않다.
나는 머리를 들고 좌석번호를 한참을 찾았지 뭐야.
번호는...
이렇게 의자 뒤에 있다.
달리고 달려 바욘역 도착이다.
승강장 네 개 있는 작은 역이다.
바욘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바욘역 내부- 에게, 이게 다다!
작지만 깔끔했다.
내가 머문 곳은 호스텔20(HOSTEL20)이다.
역 바로 앞 작은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바욘 숙소를 찾으며 놀란 게 다 비싸다는 것이었다.
호텔도 모두 10만원 대이고 호스텔은 하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일박에 4만원대 한다.
아침 포함도 아니고 엄청 좋았던 것도 아닌, 베이직 호스텔 치고 비싸다.
그래도 바욘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우선 묵어가기로 했다.
**HOSTEL20 후기 **
1. 묵은 일수 : 2박
2. 룸타입 :6인 벙크베드
3. 장점 :
- 스태프들이 친절하고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하는 프랑스인들이었는데 모두 친절했다.
남부라서 확실히 조금 더 여유로운 바이브가 느껴진다!
- 수건을 하나 주고 침대랑 룸 대부분 깨끗했다.
- 커튼이 있어 프라이버시 지켜줌!
4. 단점 :
- 샤워실, 화장실에 이른 아침에 불 안 켜져서 안이 암흑이라 불편 (자동으로 켜지는 등임)
- 샤워실에 옷가지 두는 고리나 자리가 하나도 없다(이건 좀 필수인데). 그래서 샤워커튼 봉에다 걸치고 했다.
- 저녁에 젊은 애들 많이 모여서 술 마시면 라운지가 시끄러울 수 있다.
- 엘레베이터 없고 오래된 건물이라 계단이 가파른데 캐리어 있으면 죽음임. 나처럼 운 좋으면 스태프가 올려준다 (방은 3층부터 위치)
스태프가 친절하고 침대도 깨끗한 편이었기 때문에 잠깐이라면 괜찮은 선택일 듯하다.
채크인 후 비아리츠에 당일치기 가기로 했다.
Biarritz : 프랑스 남서부의 바스크 지방의 고급진 해안 도시이다. 1800년대 유럽 각지에서 귀족들이 휴양으로 방문하면서 일려지게 됐다. 서핑으로도 유명하며 모래 해변과 서핑 스쿨들이 즐비해 있다.
(참조: 프랑스 관광청 사이트)
비아리츠는 해안선에 있고 바욘은 우측에 있다
생장에서 순례길을 할 때 비아리츠는 건너뛰는 사람들이 많아서 고민 많이 했는데 프랑스 관광청 사이트에는 니스와 함께 프랑스 2대 휴양지라고 해서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
**비아리츠 가는 법**
- 바욘역 앞 정류장에서 T1 버스를 탄다. 방향이 헷갈리면 종점인 Marie de Biarritz가 적힌 버스인지 확인하고 탄다.
사람들 다 내릴 때 종점(Marie de Biarritz)에서 내리면 되고 40분 정도 걸린다. :)
- 표는 정거장에 기계에서 구매 가능
- 참고로 데카트론(프랑스 대표 등산/스포츠 샵) 들려야 하는 분이면 비아리츠 갔다가 오는 길에 데카트론 정거장(Les Barthes)에서 내리면 효율적이다. 나는 같은 노선인지 몰라서 두 번 버스 타야 했다.
버스 종점인 비아리츠에 도착했다.
버스 문이 열리자 소금기 가득한 부드러운 비아리츠 내음이 콧속을 가득 채워주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