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기 내려다보이는 뭉게구름 책방

상해 로컬처럼, 이탈리아인 알레산드로

by 올리플래닛

싱해에는 놓치면 많이 아쉬운 뭉게구름 서점이 있는데, 이름은 도운서점(朵雲書院)이다.

귀여운 이름만큼이나 52층에 있어 구름들도 마주하고 상해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내가 간 날은 안개가 잔뜩 끼어있어 탁 트인 시야는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살아보길 꿈꿔오던 상해 전체를 이렇게 보고 있자니 좀 많이 뭉클함이 커졌다.


”크… 중국 드라마 [三十而已] 보며 상해에서의 나날을 기다렸는데, 지금 상해 중심에 서있구나. “


감동에 취해 있는데, 한 여성분이 오셔서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신다. ‘뭐지?’하고 읽어보니 번역 앱에 “이 의자를 써도 되나요?” 같은 말이 한-중어로 쓰여있다.


“엇 한국인이세요? 의자 쓰셔도 돼요.“ 하니 놀래시며 반가워하신다.

이 거대한 도시에서 수많은 사람들 중 소수인 한국인과 오랜만에 말을 섞으니 반가웠는데 아마 같은 마음이셨겠지? 어떻게 내 마음을 아시고 사진을 찍어주신다고 하셔서 예쁜 사진도 남겼다. :-)

책방과 연결된 카페 내부


그렇게 상해 몽상을 한 차례 끝내고 나서야 책방을 찬찬히 들러보았다.


- 중국 책들은 커버가 참 예뻐서 읽고 싶어진다.

- 가격은 우리나라 책값보다 조금 더 낮거나 비슷한 가격대이다.

- 아프리카 문학 섹션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 한 벽면에는 (아마도) 이름이 알려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책장을 살펴보는 큐레이션이 마련되어 있었다. 남의 책장을 엿보는 건 언제나 짜릿하지.

- 구매 후 담을 종이봉투를 달라고 했는데 없단다! 이건 좀 문화 충격이었다. 이마트처럼 계속 쓸 수 있는 비닐재질의 가방을 파는데 만 원이나 한다.

只有很大的吗?是的。

작은 거 파시면 사려했는데…

- 큰 규모만큼 전시도 열리고 책들이 많은 편이다. 이날은 영국 아스날팀 전시가 성행 중이었다.


‘그녀의 책장’ 큐레이션


제목들을 알아보는 책들도 있어서 반가웠는데, 대부분이 잊어버린 한자들이라 사전 찾아가며 책 제목들을 읽어보다 보니 중국어 공부도 조금 한 거 같다. 기도 빨리고. ㅎ

중국 기사 찾아보며 공부하던 시절 매일 나온 ‘인공지능’ 단어는 알아보겠더라.



많은 책들 중에서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 있었다. 바로 중국에 6년 정도 살며 완벽 적응한 이탈리아인 Alessandro Ceschi의 에세이였다.

그는 상해에서 라이팅 클럽을 열어 운영하였고, 중국 SNS에 일기도 올리며 중국어 실력을 갈고 닦았다고 한다. 겨울에는 시촨 시골에서 중국 술 Baijiu를 마시며 몸을 덥히고 사투리도 극복했단다.

겉표지만 봐도 얼마나 중국 문화에 푹- 빠졌는지 느껴져서 내적 흥분이 일었다.

나도 그처럼 다른 나라에서 그 나라 문화에 푹 젖어 살아보고 싶은 꿈이 여전히 마음 속에 있기에-!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산 사람을(더군다나 외국인을) 책으로 만나는 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기에-!



우측은 구글 번역기 돌려본 사진

그의 모습이 궁금해 관련 글이 있을까 찾아보았다.

아래는 2005년에 China Daily에서 발행한 기사인데 인터뷰 영상까지 담겨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알레산드로는 스포츠 기자이면서 모델, 배우 등 멀티잡을 가진 능력자이다.

게다가 6년 중국어를 공부했는데, 직접 책까지 썻으니 말 다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떻게 가능했는지 조금은 가늠이 갔다.


"뉴스에는 정치 얘기뿐이었어요. 궁금했어요. 기사에서는 왜 마이크로 레벨 관점에서는 중국에 대해 다루지 않는 것일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등 이곳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중국어를 배웠더니 이곳의 생활을 더 깊이있게 경험 할 수 있었죠."

북토크 중인 알레산드로. 출처. China Daily

뜻이 있다면 길이 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그를 보고 있자니 나도 올해는 꼭 해외 거주라는 변화를 만들어보겠다고 다시 다짐해본다.

https://www.chinadaily.com.cn/a/202505/04/WS6816d1fea310a04af22bd6bd.html



신중히 고른다고 골랐는데 계산하려 보니 양손이 무겁다.

내 취향과 맞는 책방을 만나면 책에 있어선 욕심쟁이가 된다. 읽는 속도보다 책장이 채워지는 속도가 빠른 이유다. :P

이 행복한 충동도 잠시, 이 책들 짊어지고 오후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생각하니 손은 이미 책들을 추려내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또 올 거야.’

스스로를 타일러 겨우 세 권을 골랐다.


책방은 내가 국경 관계없이 사람들과 연결됨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책방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난 것처럼 반갑고, 조금 안심이 되고는 한다.

그래서일까?

세계 어디에 있든 서점을 만난다는 것은 감사하고 신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