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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 Feb 05. 2022

월가 투자은행에서 워라밸이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휘청거리고 있다. 작년 12월에 발표된 맥킨지 보고서를 보면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는 코로나19가 앞으로 1년 동안 경제발전에 제일 큰 리스크를 안겨줄 거라는 설문 결과가 나왔고 이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불안감을 안겨주는지 통계로 보이고 있다.


[출처: 맥킨지]


잡마켓은 (Job market) 말할 것도 없다. 통상 불경기 때는 실업률이 함께 올라가고는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불경기를 맞이해온 지난 2년이란 기간은 세계 여러 취준생들에게도 어려움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다. 우리가 주로 잡마켓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할 때는 온갖 경력과 자격증 등 충분한 스킬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취직이 안 되는 취준생의 입장에서 표현하고는 한다. 그러나 지난 2년이란 기간 동안 잡마켓은 취준생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시장이었다. 월급쟁이로 하루하루를 '존버'해왔던 직장인들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삶의 의미와 돈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고 많은 이들이 '보다 더 행복한 삶' 혹은 '보다 더 만족스러운 삶'을 찾아 나서며 힘들기만 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각자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 현상을 "The Great Resignation"이라고 부른다. 미국 연방정부 기관인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에서는 작년 7월에만 미국에서 약 4백만 명이 일을 관뒀다고 발표할 정도로 많은 직장인들이 보다 더 만족스러운 근무 조건을 찾아 나서고 있다.


[출처: Nick Dolding/Getty Images]


월가도 절대 예외는 아니다.  MZ세대는 새로운 직장을 구할  워라밸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구분하고 있고, 바쁜 주에는 100시간이 넘는 근무시간을 감당해야 하는 투자은행에서는 이에 맞서기 위해 연봉과 보너스를 올리며 인재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 기존에는 없었던 "Protected Weekend"라는 제도도 이제는 Across The Street('업계와 통일하게'라는 뜻으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으로 대부분의 투자은행에서 도입하고 있다. 'Protected Weekend'  그대로 '보호된 주말'이란 뜻으로 주로 금요일 저녁 9시부터 일요일 오전 9시까지 시간을 뜻한다. 실제로 작년 3월에 골드만삭스 1  애널리스트 (신입사원을 뜻한다) 그룹 사이에서 유출된 설문조사에서는 얼마나 그들이 '비인간적으로'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를 밝혔고 이는  세계적으로 충격을 안겨주며 한동안  화제가 되어 월가를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출처: Business Insider]


그럼 이제 월가에서도 워라밸을 찾아볼  있는 것인가? 단순하게 생각하기에는 이르다. '뱅커'로써 월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워라이라는 개념이란 멀리하면 멀리할수록 오히려 기업과 직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워라  월가와  맞지 않는지, 워라 멀리해도 과연 괜찮은 건지. 월가에서 워라 논하기에 앞서 생각해봐야  점이  가지 있다.


첫째, 업계 전반적으로 업무시간이 많이 요구되는 데에는 그에 맞는 이유가 있다. 비록  투자은행만의 특색이 존재하지만 모든 투자은행에서 요구하는 직원의 업무시간은 거의 동일하다고   있다 (평균적으로  75-100시간). 이는 단순히 직원들을 혹사시키고 싶어서가 아니다. 투자은행 내에서도 평균적으로 제일 많은 업무시간을 요구하는 부서는 IBD (Investment Banking Division) 부서인데,  부서의 고객 대상을 생각해보자. IBD 부서에서 다루는 고객사의 경영진은 기업을 운영하면서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M&A (인수합병) 혹은 IPO (기업 상장)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  경영진들에게 있어 M&A IPO 매우 중요한 결정이고, 중요한 만큼 신중한 과정이란 뜻이다. 이러한 중요한 과정에 자문으로 참여하는 뱅커들은 고객사로부터 수많은 due diligence (기업실사) valuation (기업 가치평가) 요구받게 되고 M&A 혹은 IPO 과정은 짧게는  개월, 길게는 1 이상이 걸릴  있는 복잡하고 끈기가 필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했을 ,  뱅커들은  번에 다수의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참여할  있는 프로젝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의 수익을 가져오는 것도 맞지만, 프로젝트가 넘쳐 날정도로 많다는 것은 그만큼의 고객사 간의 수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 속에 워라밸을 강조한다는 것은 뱅커로써의 직무와 다소 어긋날  있다.


[출처: Nasdaq. 2021년 10월 14일 나스닥에 상장한 GitLab]


둘째, 워라 대한 만족도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투자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A IT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B,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임원직을 맡은 직원 C 있다고 가정하자. 비록 하는 일은 각자  다르지만 직원 A, 직원 B 그리고 직원 C 모두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그에 비례하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  직원 모두  100시간씩 일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직원 간의 가장  차이점은 직원 A와는 달리 직원 B 직원 C '오버타임'으로 일하는 것이 선택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본인이   있는 최대한의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업계 불문하고 많은 시간을 일에 쏟아붓는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저자는 믿는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하나 있다. 직원 A에게도 선택이 주어진다.  선택은 직원 A 투자은행에서 일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다는 선택, 그리고 모든 면접 과정을 거친  입사 제안을 받았을  이에 동의한 선택이다. 따라서 아무도 억지로 워라밸을 포기해가며 일을 하라고 강요하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것은 본인 선택에 대한 책임일 .  


[출처: GPStrategies]


셋째, 워라밸이  직업을 구하는데  비중을 차지한다면 월가 투자은행을 향한 진로 고민은 다시 하는  좋다. 투자은행에 취직한다는 것은 보통  5% 합격률에 속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투자은행 취직을 성공했다는 것은 그만큼의 준비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장담할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운이 함께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듯이  또한 기본적인 노력으로 인한 실력이 갖춰줬기 때문에 따를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취직을 했다고 해도 취직은 새로운 시작을 알릴 , 아직  길은 많이 남은 것이다. 취준을 위해 고생하며 노력했는데 이제 취직을 했으니 그동안의 노력의 반만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이다.


정리를 해보자면 월가에서 워라밸에 대해 논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며, 실제로 across-the-street 문화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은 우리가 '워라'이라는 키워드에 휩싸여서 정말로 집중해야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워라밸?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월가에서  워라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지는 고려해볼 필요성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워라이란 개념이 우리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펼치지 않는 하나의 자기 합리화 수단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가면서 월가에 있는 투자은행에 취직하려고 하는지.  번쯤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잠시 접어두고 객관적으로 업계와 본인을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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