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윤곽은 얼굴을 연상시킨다. 아라비아 해와 벵골 만을 따라 그린 해안선은 날카로운 턱선을, 서부의 구자라트 반도는 두툼한 귓불을,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는 여인의 풍만한 가체(加髢)를 닮았다. 남동부의 섬나라 스리랑카는 '인도의 눈물'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인도의 겉모양을 보고 사람의 낯을 떠올리나 보다. 외관뿐만 아니라 인도의 내면 또한 다채로운 인간의 표정을 띄고 있다. 세계 7위의 면적과 10억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니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이야기가 얼마나 다양하겠는가. 인도 문화권(Indosphere)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와 일부 동남아시아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가히 하나의 국가를 넘어 대륙이라 불릴 만하다. 인도는 아(亞) 대륙이다.
인도의 국경은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예로부터 인도는 이질적인 문화의 교차점이다. 다민족, 다인종, 다종교 사회로 대표될 만큼 수많은 문명들이 충돌하고 흡수하고 새롭게 재탄생하였다. 복합적인 인도의 생활양식은 미국과 비교된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독자적인 문물을 한데 모아 용광로(Melting Pot) 속에 녹여 하나의 ‘미국적’인 문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형식면에서 둘은 차이가 있다. ‘미국적’이라 함은 여러 요소를 섞어 통합된 문화를 이루는 쪽이라면 ‘인도적’이라 함은 서로 다른 문화의 나열에 가깝다. 마치 한참 진행 중인 바둑판 위에 바둑알을 하나 더 얹는 것처럼 말이다. 기존의 말을 옮기지 않고 새로운 말을 빈자리에 두어 새 판을 짠다. 인도의 문화는 본질적으로 공존에 뿌리내리고 있다. 한 거리에 힌두교 사원과 이슬람의 모스크, 가톨릭 성당과 유대교 회당이 나란히 서 있는 풍경이 인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