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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27. 2021

라디오 DJ가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나요?

여행하는 오늘



 코 끝이 시리는 금요일 오후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행하는 오늘> 디제이 박지수입니다. 이번 주는 기온이 뚝 떨어지고 눈도 흩날려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게 실감 납니다. 따뜻한 코코아 한 잔 마시면서 다정한 위로의 노래를 들으면 몸과 마음의 온도도 올라가지 않을까요? <윤종신, 곽진언, 김필 - 지친 하루>로 시작해 봅니다.

 



 코로나19로 새로운 일상을 살아간 지 어언 이 년이 다되어 갑니다. 트래블 버블과 격리 면제로 여행길에 오르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다른 나라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인상 깊었던 장소나 재미있는 에피소드, 혹은 앞으로 방문하고 싶은 곳이 있으면 채팅으로 알려주세요. 즐거운 경험과 계획을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유로 여행을 하시나요?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싶을 수도 있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세월이 묻어나는 유적지를 방문하고 싶을 수도 있겠네요. 취향에 잘 맞는 여행지가 있다면 좋아하는 전시와 공연을 보러 가거나 세상의 온갖 맛난 음식을 즐기러 떠나기도 할 듯합니다.


 김영하 작가는 책 <여행의 이유>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마다 크고 작은 일상의 무게를 지고 살아갑니다. 돌이켜보면 별일 아닌, 혹은 일어나지 않을 일들로 머리를 싸맨 적이 많은데요. 여행을 떠나면 스스로를 옭아매는 수많은 고민들로부터 벗어나게 됩니다. 오롯이 지금 여기에 집중하게 되지요. 살랑살랑 옷깃을 스치는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광장을 울리는 매혹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고소한 향을 풍기는 맥주는 얼마나 시원한지, 하물며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에도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나면 메마른 감정도 싹이 틉니다. 더 활짝 웃고 더 크게 손뼉 치고 더 신나게 춤추게 되지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면 매일 여행하듯이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반복되는 하루 중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일상 여행자'가 되길 바라봅니다. <제이레빗 - Happy things> 듣고 올게요.


대본과 채팅창, PD의 사인을 두루 확인해야 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여행을 기록하시나요? 특별한 순간을 추억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면 현장의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담아낼 수 있지요. 마음에 쏙 드는 이미지와 그날의 감상을 덧붙여 SNS에서 소통하기도 하고 정성을 가득 들인 편집으로 브이로그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도 하지요.


 저는 촬영도 굉장히 좋아하지만 가장 선호하는 기록 방법은 이야기글쓰기입니다. 여행 중 문득 떠오르는 단상을 그때그때 짤막하게 적거나 하루를 마무리하며 인상 깊은 부분을 정리하곤 합니다. 긴 글은 부담이 되니 메모하듯 작은 공책이나 핸드폰에 쓰는 방식이지요. 여행에서 돌아오면 좌충우돌했던 사건이나 개성 넘치던 분위기는 기억나는데 그 당시 품었던 생각과 주목할 만한 디테일은 잊어버릴 때가 많더군요. 나만 알아볼 수 있게 휘갈긴 필체를 해독하고 띄엄띄엄 쓴 낱말을 조합하다 보면 퍼즐을 맞추듯 복기가 됩니다. 여행 노트와 사진, 동영상과 물건을 펼쳐 두면 글쓰기 욕구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에피소드가 떠올라요. 한 편씩 써 내려가다 보니 나만의 여행기가 만들어져 있더군요.


 팬데믹 이전 저의 마지막 여행지는 아프리카였는데요. 한 달 전 서른 편의 이야기를 모아 <This is AFRICA!>라는 이름의 브런치 북을 출판했습니다. 지금은 2년 전 방문했던 인도를 되돌아보며 브런치에서 글을 연재하고 있어요. 저는 글쓰기만큼이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사실 라디오에 출연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일전에 팟캐스트 <여행 라디오>에 게스트로 나가 남미 여행을 소개한 적이 있어요. 청자가 있는 라디오는 독자가 있는 글과는 다른 매력이 있더군요. 오늘 청취자분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오래도록 추억할 수 있는 멋진 기록이 되리라 믿어요. 라디오가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Queen - Radio Ga Ga보내드립니다.


[여행 라디오 57회] 직장인 한 달 남미 3개국(페루, 볼리비아, 칠레)

https://podbbang.page.link/EfHfXZeZ9BZXn9aV8



 여러분은 어떤 여행을 꿈꾸시나요?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서핑을 배울 수도, 낮보다 밤이 긴 옐로우나이프에서 낭만적인 오로라 헌팅을 떠날 수도 있겠네요. 끝이 보이지 않는 세렝게티 초원에서 게임 드라이브를 즐기고 아바나 거리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고 살사를 추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읽고 쓰고 걷고 여행하는 삶을 꿈꿉니다. 그런데 요즘은 ‘걷고’를 ‘달리고’로 바꾸어 말하곤 합니다. 코로나로 실내에서 운동하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작년 여름부터 러닝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숨이 차 10분을 뛰기도 버거웠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10km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있었어요. 달리기를 시작하고 난 후 가장 큰 변화는 여행의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다는 거예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와닿는 구절을 들려 드릴게요.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뛰고 있는 동안에는 잡념이 없어져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조차 주지 않아요.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다가 어떤 지점에 이르면 호흡이 안정돼요. 몸은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자유로워지죠. 지금 이 순간 달리는 행위에만 집중하게 돼요. 더불어 달리기는 본질적으로 공간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내면을 응시하는 동시에 외부 공간이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달리기의 맛은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 속에 자리함이 아닐까요? 러닝을 시작한 이후로 여행의 색깔이 바뀌었어요. 어디를 가든 뛰기 좋은 장소를 물색해요. 부산에서는 해운대 해변을, 속초에서는 영랑호를, 강릉에서는 경포호를 따라 달렸어요. 산책을 하고 드라이브를 할 때와는 다른 울림을 주더군요. 아마 다음 여행지에서도 으쌰 으쌰 하며 뛰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S.E.S - 달리기> 함께 듣겠습니다.




 오늘 저와 함께한 여행 어떠셨나요? 모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주제라 들뜬 마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는데요. 여러분의 다가올 여행은 어떠할지 궁금합니다. 저는 늘 여행자의 태도로 살아가려 합니다. 현실은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문제없어!”라고 외치면서 툭툭 털고 일어서려 하지요. 탄자니아 사람들은 “하쿠나 마타타!”라는 마법의 문장을 늘상 입에 달고 살아요. 하쿠나 마타타 정신으로 무장한다면 어려움의 무게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마지막 곡으로 <Lion King - Hakuna Matata> 들려드립니다. 남은 하루도 즐거운 여행 되세요. 지금까지 <여행하는 오늘> 박지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낙원 FM 일일 디제이 체험 <여행하는 오늘> 유튜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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