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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05. 2022

나의 첫 오디오북 도전기

내 글을 내 목소리로 담는 오디오 작가



오디오 작가가 되고 싶은가요?


 인스타그램 피드를 무심코 넘기다가 잠시 손가락을 멈칫한다. 오디오 작가가 뭐지? 플랫폼 ‘나디오’에서는 직접 쓴 글을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하는 오디오 에세이를 제작하고 있다. 나만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에디터의 손길을 거쳐 오디오북을 만들 수 있다니! 구미가 확 당기는 제안에 서둘러 모집글을 정독한다. 얼마 전 낙원 FM에서 일일 디제이로 재미나게 활동한 터라 망설임 없이 지원서를 작성한다. 문제는 마감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글의 주제를 놓고 펜대를 굴린다. 이럴 때는 역시 여행만 한 게 없다. 아프리카 여행기를 브런치 북으로 엮어 출간하였고 꾸준히 여행 에세이를 작성한 터라 자신감도 있다. 흥미로운 경험을 떠올리다가 이색적인 매력을 가진 몽골을 소재로 선택한다. 에피소드의 간략한 내용과 흐름을 정리하여 목차와 초안을 완성한다. 워낙 지원자가 많다고 들어 마음을 비웠는데 새해를 며칠 앞두고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 축하합니다! 에피소드 당 4분 내외 분량의 원고를 보내 주세요.   


 첫 워크숍의 핵심은 오디오 에세이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에디터는 보는 글과 듣는 글의 차이에 중점을 두고 설명한다.

- 청자가 단번에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문장의 길이는 짧게, 묘사와 비유보다는 직관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평소 여행 에세이에서 풍경과 상황을 자세히 풀어내고 시적인 표현을 즐겨 쓰는 편이다. 간결함과 명확함을 지향하는 오디오북은 나에게 새로운 장르의 글을 배우는 것에 가깝다. 워크숍을 끝내고 원고를 대폭 수정한다. 한 문단을 통째로 덜어내고 아끼던 문장을 과감하게 삭제한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대화문을 사용하여 단조로움을 피한다. 주제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내용은 가지치기한다. 맥락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글쓰기, 장르를 불문하고 작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목표가 아닐까? 오디오 에세이는 가볍고 단정한 글쓰기를 익힐 수 있는 훌륭한 통로다.  


칭기즈칸의 후예, 어린이 승마 선생님과 함께


 최종 컨펌을 받고 본격적으로 녹음 준비에 들어간다. 따로 보이스 코칭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원고를 낭독하면서 언제 끊어 읽어야 할지 선을 그어 표시한다. 대화문에서는 화자에 맞추어 목소리를 바꾼다. 어디에 감정을 실으면 효과적으로 들릴지 비교한다. 녹음한 목소리를 들으며 여러 차례 수정하자 원고는 활자 위로 온갖 기호가 춤추는 악보가 된다. 만반의 대비를 하였지만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어깨가 움츠려 든다. 두 평 남짓의 길쭉한 공간 안에는 오롯이 나뿐이다. 헤드폰과 마이크의 소리를 점검하고 정면 유리창 너머의 사운드 엔지니어와 손발을 맞춘다. 큐 사인이 떨어지고 온 세계가 고요해진다. 나의 목소리만 제외하고.

- 중간중간 파열음이 들리는데요?

문장과 문장 사이에 거슬리는 소음이 있다. 말하는 과정을 빠르게 복기한다. 원고를 읽으면 자연스레 입안에 침이 고인다. 발음이 뭉개질까 봐 조용히 삼켰는데 예민한 스피커가 작은 소리까지 잡아낸다. 입술을 달싹이는 모양마저 다 담긴다.


 오디오북은 사전 녹음본을 정제하여 만든 작업물이다. 세밀함과 높은 완성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사운드 엔지니어의 감각은 날이 선 검과 같다. 거듭하여 읽어도 마음에 차지 않는지 레몬 사탕을 건넨다.

- 소리가 건조한 것 같아서요.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입안이 말렀는지 알 수 있다니, 실로 놀랍다. 과연 사탕을 물자 단내가 진동하면서 침으로 홍수가 난다.

- 말 끝을 내려야 듣는 사람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아요.

사운드 엔지니어는 평소 나의 말하기 습관을 모조리 잡아낸다. 문장의 끝처리를 의식하며 매듭짓자 이번에는 AI(인공지능)가 읽는 거 같단다.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허둥대는 나를 진정시킨다.

- 옆에 친구가 있다고 생각하고 대화하듯이 이야기해 보세요.

특별한 상황이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며 편하게 말하자 뚝뚝 끊어지던 문장이 매끄럽게 연결되고 감정도 자연스레 전달된다. 완성본을 들으니 첫 녹음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나의 첫 오디오북 도전기에는 절반의 성취와 절반의 아쉬움이 담겨있다. 오디오 에세이를 통해 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유형의 글쓰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 쉽고 명쾌한 글의 힘을 느끼고 그간의 글쓰기 방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나의 역량 부족으로 녹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다소 아쉽다. 생활 속 말하기와 전문적 말하기는 확실히 다르다. 들뜬 호흡과 흐트러진 말의 리듬, 발음의 부정확함과 쇳소리를 잡아내려면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보이스 코칭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다음 기회에는 더 잘 해내고 싶다. 첫 술에 배부르랴 마는 그간 마음을 쏟은 나에게 칭찬과 응원을 전한다. 오디오북 <몽골로 떠난 여자>는 5년 전 몽골 여행기를 담고 있다.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에피소드의 제목은 ‘출발 시간은 없습니다’, ‘칭기즈칸의 후예’, ‘지구별에서 우주여행을’이다. 몽골은 처음으로 혼자 떠난 곳이자 나의 취향이 진하게 묻어있는 여행지이다. 초원과 은하수, 여유로운 삶을 꿈꾼다면 저와 함께 몽골로 떠나볼까요?


https://nadio.page.link/rbQw7hcFHBLN5aM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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