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코리 Nov 22. 2020

그때 도움이 되었던 질문들

카카오페이지 'N잡러 매뉴얼' 연재 후기

회사라는 동물원에서 대부분의 원숭이가 그렇듯 나도 한 때 인정 욕구가 넘쳤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지는 못해도 동기들보다 뒤처지고 싶지는 않았다. 지하철만 타면 완전 구분도 안 되는 아저씨들이지만, 그게 뭐라고 조금만 앞서가면 의기양양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 생활은 지루했고, 매번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 하는 내 적성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계속하며 이상한 두목 원숭이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내려 하는 것도 싫었고,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는 합리화는 나를 더 지치게 했다. 


과장만 되면 그때는 진짜! 하고 싶은 일만 해야지.


하지만 과장이 되고 나니 차장이 하고 싶어 졌다. 늦지 않게 차장이 되고 나니 임원이 되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어머님이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큰아들 자랑을 하는 상상을 해봤다. 그런 아들이 되고 싶기도 했지만, 이렇게 저녁과 주말에만 살짝 자유로운 노예로서 계속 살아가야 되나 하는 생각에 답답했다. '나는 노예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초격차를 만들어가는 내 일의 주인'이라는 마인드를 애써 만들어 보려고 줄기차게 자기 계발 서적을 읽어나갔지만, 스키너의 심리상자에 갇혀 랜덤 하게 나오는 보상을 기다리는 쥐가 된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 최근에 언제 행복하다고 생각했어?
- 기억이 안 나는데요.
- 지난 1주일 동안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은?
- 없었어요.
- 심각하네. ㅋㅋ
- 없는 걸 어떻게 해. ㅋㅋ
- 그럼 1달 동안. 아니면 3달 동안.. 이런 식으로 조금씩 과거로 생각해봐.


답답한 마음을 어찌해보려고 간혹 일과가 일찍 끝나는 날은 선배 코치와 맥주를 한 잔 했다. 사정을 털어놓으니 선배는 마침 관련 논문을 준비 중이라며 질문을 던졌고, 좋은 질문의 가치를 아는 나는 매번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6개월, 1년.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내 삶의 방식과 원칙을 정할 수 있게 되었고, 조금 더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떠오른 생각을 다시 한번 바라보는 지혜가 생겼고, 장기적인 계획을 기획하는 인내심도 얻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조금씩 글로 풀어서 담았다.


- 브런치에 있는 글을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하시죠.
- 그냥도 볼 수 있는데, 굳이 연재를요?
-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잖아요.
- 아, 그런가요? (카카오페이지는 웹툰과 소설 플랫폼 아닌가?)
- 목차도 다듬어서 책처럼 만들고, 에디터님이 교정도 해주실 거예요.


그래도 무엇인가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때 문득 생각난 것이 방황할 때 도움이 되었던 질문들이었다. 글을 정리하고 챕터마다 당시의 질문들을 떠올리며 순서대로 추가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내가 위로받았듯 나와 비슷한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담았다.


https://page.kakao.com/home?seriesId=55915948


2편은 바로 읽을 수 있고, 3일에 한 편씩 무료로 읽을 수 있다. 매 챕터 끝에 있는 과제를 생각만 하지 말고 펜을 들어 글로 써보았으면 좋겠다. 내가 경험했던 것을 당신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찐 사랑의 다섯 가지 조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