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코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코리 Dec 26. 2020

그때는 무겁고 지금은 가볍다

넷플릭스 브리저튼 이야기 feat. 작은 아씨들

넷플릭스에 '미스터션샤인'이 입고되고 배우 김태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할 수 없었던 시대, 누군가를 마음 놓고 사랑하기도 어려웠던 시대를 생각하면 너무도 무거운 삶이지만, 맥주 한 잔을 들이키며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강 건너 불구경처럼 '그때는 그랬을 수도 있었겠네.'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로맨스를 지켜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시대극은 부담 없이 그 시절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는데, 혹시 드라마 '가십걸'이나 영화 '작은 아씨들'을 즐겁게 감상한 적이 있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브리저튼'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01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이미테이션'을 보면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종전에 기여한 전쟁 영웅이 동성애라는 이유로 불행한 삶을 살다가 죽는다.  '작은 아씨들'에서는 조 마치와 그녀의 자매들이 시대가 강요하는 여성의 삶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수많은 여성들이 이를 바로잡고자 노력하고 안간힘을 쓴다. 그런 작은 움직임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지금의 사회가 되지 않았을까.



'브리저튼'은 줄리아 퀸의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한 것으로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 성장 스토리 같은 드라마다. 시즌1은 다프네와 사이먼의 러브스토리를 중심으로 '가십걸'처럼 귀족 사회의 소식을 전하는 레이디 휘슬다운, 그리고 런던 사교계를 배경으로 하는 스토리만으로도 정주행의 욕구를 자극한다. 또한 다프네, 엘로이즈, 페넬로페, 톰프슨 등의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자신들의 삶을 만들어가는지 보는 재미까지 더해진다.



지금은 진학, 취업을 고민하는데 그때는 무엇을 고민했을까.


런던 사교계에 데뷔한 여성들은 파티에 참석하고 다음날 몇 명에 남자들이 찾아오는지 고민한다. 200년이 지나 이것을 드라마로 각색해서 보는 우리는 '아, 저런 것을 고민하는 시절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진학과 취업, 그리고 회사에 목매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드라마로 보는 2220년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설마 '저딴 것에 시간을 쓰면서 사는 시절도 있었구나.'라는 말은 아니겠지.



02 억압과 방어기제


사이먼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된다. 완벽한 공작 가문에 말을 더듬는 아이는 태어나지 않은 것보다 못했고, 갖은 노력으로 말하는 능력을 회복했지만 아버지의 냉대는 죽기 직전까지 끝나지 않았다. 이와 유사한 생애 초기 경험을 가지게 되면 대게 한쪽으로 치우치는 무의식을 가지게 되는데, 사이먼의 경우 억압으로 나타난다. 



자신을 낳다가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고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 즉 [분리 개별화] 과정에서 정상적인 애착을 경험하지 못한 사이먼은 정체성의 장애가 오며 관계에서의 불안과 억압을 보여준다. 


내 삶을 망쳐서라도 아버지에게 복수한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의식에서 받아들이기 거북한 감정이나 생각을 무의식으로 생매장한다. 그리고 과거에 상처 받은 일이나 상황을 구간반복처럼 되새김질하며 그 감정에 물을 주며 자신을 학대한다.



인간은 동물 중에서도 초기 생존력이 굉장히 낮은 부류에 속하기에 유년기에 부모 의존도가 높은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 그들이 허락한 감정과 허락하지 않은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너는 왜 그렇게 징징거리니.


어느 버스 안에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두고 내리는 시늉을 하는 어떤 어머님의 한마디다. 문득 생각해보면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말을 많이 들었을까. 그리고 그것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마지막으로, 지금 나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감정을 허락하고 어떤 감정을 불허하고 있을까. 



03 그런 존재


삶을 살다 보면 누군가 근처에 있을 때 편안해지고 그 또는 그녀로부터 지혜를 얻을 때가 있다. '작은 아씨들'의 조와 '브리저튼'의 다프네에게는 동일하게 어머니가 그런 존재가 된다. 



분노에 굴복한 자신을 자책하는 조에게 자신도 똑같다며 40년째 수행 중이라고 안심시키는 어머니. 이와 같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어'라는 보편성은 그 자체로 이미 위로가 된다. 그리고 한 번 더 동기부여받는 조. 


'브리저튼'에서도 8남매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어머니의 기지는 빛을 발한다. 그리고 다프네가 내적 고민에 휩싸일 때마다 강력한 피드백을 하는 어머니.



코칭 구루 로버트 하그로브는 '멘토로부터 지식 및 기술뿐만 아니라 그 존재 방식을 배운다'라고 했다. 변화와 실행, 그리고 성장의 안전지대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더할 나위 없는 힘이 되며, 배우고 모방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그리고 그 관계를 체험함으로써 다른 관계를 맺는 방법까지 익힐 수 있게 된다.


혹시 당신의 주위에 그런 존재가 있는가. 또한 당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있는가. 만약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일단 지금 넷플릭스 켜고' 브리저튼'을 시청해보자. 현실에 없으면 간접 경험이라도 해야 되지 않겠는가.


※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틀 포레스트, 단단해지는 연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