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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코리 Apr 15. 2021

성인이 영어 연습을 그만두지 않는 방법

영어가 어렵거나 싫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영어 학습법

문과생이지만 수학보다 영어를 못해서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쓰임이 없으면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성격 탓에 무조건 외우라는 선생님의 매질은 저를 영어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죠. 다행스럽게도 대학 입학 수능은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문법과 단어보다는 눈치와 요행이 조금은 통할 수 있는 주제문과 문맥 찾기가 대부분이었고, 저는 어떻게든 답을 찾는 방법을 터득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영어와는 당분간 안녕할 수 있게 되었지요.


수년 후, 시드니 맨리를 여행하던 중에 네이티브 같지는 않지만 외국인들과 의사소통이 매끄러웠던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의 이름은 라이언. 우연히 그와 함께한 파티에서 라이언 형은 저의 학창 시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피드백하죠.


- 영어를 그렇게 공부하면 한문이랑 똑같은 거 아니야? 언어 학습은 어린아이들처럼 해야지.
- 파닉스부터 공부하라고?
- 아니.. 너 한국어 배울 때 발음 연습부터 했냐?
- 아니.. ;; 그럼?
- 아버지, 어머니, 이모, 고모 등이 계속 와서 이야기해주잖아. 네가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 그렇지..
- 그러니까 알아듣지 못해도 계속 일단 들어.
- 그리고?
- 답답하네.. 그다음에 너는 뭘 했어. 예를 들어.. 코리? 맘마?라고 하면?
- 맘마라고 했겠지. 따라 하기?
- 그래.. 이미 말이 터진 후에 배우는 거잖아. 한글도.
- 아.. 그러네.. 우리 영어 공부는.. 한글부터 배우는 거구나.. 그래서 벙어리구나..


그러면서 그는 당시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던 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추천합니다. 돌이켜보면 '프렌즈'는 그다지 좋은 영어 학습 교재는 아닙니다. 대화도 빠르고 농담도 많고 문화적인 요소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꽤 있었죠. 하지만 당시에는 미국 드라마의 자막과 대본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배꼽 잡고 있을 수 있는 '프렌즈'의 유쾌함은 영어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죠.



'프렌즈'를 수도 없이 보고 유용한 문장이 나오면 필사를 하며 반복해서 듣고 따라 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공부법은 실제 외국인들과의 대화에서 효과를 느끼면서 재미가 붙었죠. 졸업이 다가오면서 취업을 위해 다시 토익책을 봐야 했지만, 예전과 다르게  문법책이 술술 읽혔습니다. 문제도 어렵지 않을뿐더러 듣기 평가도 너무 편안해져서 신기한 기분이 들 정도였죠.


그리고 수년 후 저는 넷플릭스를 만나게 됩니다. 예전에는 '프렌즈'와 '섹스 앤 더 시티'만 있었지만, 넷플릭스 안에는 이미 셀 수 없는 콘텐츠가 있었습니다. 자칫 잘못 이야기하면 '라떼는 말이야~'가 될 수 도 있겠지만, 영어 공부가 이렇게 편해진 시대가 또 있을까요. 그래서 저도 수년 전의 라이언 형처럼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될 만한 드라마를 하나 추천하고 싶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굿 플레이스'



01 명료한 발음


주인공 엘레노어를 연기하는 크리스틴 벨은 겨울왕국에서 안나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입니다. 단순히 생각해도 그녀가 가진 발음과 억양이 훌륭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죠. 실제로 '굿 플레이스'로 영어 공부를 할 때, 그녀의 입모양과 발음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자주 보입니다. 소리만 듣지 말고 눈으로 그녀의 입모양을 보고 흉내 내 보세요. 조금씩 좋아지는 자신의 발음을 느끼면서 놀라게 될 것입니다.



02 주옥같은 문장


'굿 플레이스'는 아무래도 액션이 아닌 드라마에 가까운 장르이기에, 대사가 많고 평상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문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의미 단위로 함께 쓰이는 유용한 콜로케이션과 숙어들이 즐비하죠. 스피킹과 라이팅을 조금만 해본 사람이라면 단일로 사용되는 단어보다는 collocation과 phrasal verb를 자연스럽게 찾게 됩니다. '굿 플레이스'는 이것을 시작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03 적당한 학습 분량


경험상 드라마로 영어 공부를 할 때 가장 좋은 분량은 20분 내외입니다. '굿 플레이스'는 기본 에피소드의 길이가 20분 내외로 추가적인 분량 분할이나 이야기가 끊기는 상황이 없어서 좋습니다. 학습을 할 때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너무 오랫동안 머무는 것도 학습하는 사람을 지치게 하는 요인이 되죠. 20분 정도의 분량은 꼼꼼하게 문장을 살피더라도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오늘부터 바로 한 주에 하나의 에피소드를 완파해 보세요.



04 구간 반복 확장 프로그램


넷플릭스를 크롬에서 플레이하면 확장 프로그램인 'Language Learning with Netflix'를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통합 자막부터 구간 반복 기능까지 한방에 해결할 수 있죠. 과거에 영어 공부하려고 통합 자막 찾아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수준별 단어를 색깔로 구분하고 단어 발음도 원클릭으로 들을 수 있으며, 단어의 의미 또한 마우스 오버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외국어 공부하기 좋은 시절이 또 있을까요. ^^



05 의미 있는 철학적 질문


'굿 플레이스'는 사후 세계에 대한 관념, 의도를 가진 선행, 무의식적인 악행 등 다양한 철학적 질문들을 함께합니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삼겹살을 계속 먹는 것이 돼지와 상추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죠. 윤리적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치디는 결정장애로 주변인들을 힘들게 하여 본인이 배드 플레이스에 왔다는 것에 충격을 받습니다. 시즌 3에서 마이클은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죄를 짓는 환경에 놓이게 되어 배드 플레이스로만 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죠.


'굿 플레이스'는 영어 학습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성찰 측면에서도 꼭 한번 즈음은 볼만한 콘텐츠입니다.



막상 새해가 되고 영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 값비싼 학원이나 동영상 클래스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어떻게 보면 라이언 형이 지적한 대로 언어를 배우기 전에 문자나 발음부터 배우려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3개월도 되지 않아 그만두고 죄책감에 빠지거나 다음 해를 기약합니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으니 조금 다른 방법을 시도해 면 좋겠습니다. 하루 10분만 시간을 내어 하나의 에피소드의 절반을 보고 유용한 문장을 찾고 따라 해 봅니다. 큰 소리로 녹음도 해보고 대본을 들고 주인공처럼 연기도 해보는 거죠. 큰 걸음으로 한 번에 해결하려다 금방 그만두기보다는 매일 가벼운 걸음으로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영어에 물들어 보면 어떨까요. 아이들이 '맘마~맘마~'에서 시작하는 것처럼요.


※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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