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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그림 Sep 04. 2018

#7. 마음에 조급증이 일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한발자국씩 앞으로, 그림이맘 이야기



아이와 잡은 손은 땀이 흥건했고

아이 또한 내 마음과 같았는지내 마음을 느껴서인지 불안함에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들을 냈다.     



내가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일들이 생기고,

그것을 받아들여무언가 하나를 시작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 시작하는 무언가이기 때문에,

또 낯선 환경과 사람들을 마주할 생각 때문이었나 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생각이 너무나도 많아져서.     



그리고 그림이도 이런 환경과 분위기가 처음이고.

또 내 불안감을 함께 느꼈을 것이다.     



우울감에 빠져있다 아이를 바라보게 된 순간부터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우울해 할 땐 아이의 행동으로 나의 불안감이 표현되었고,

내가 좀 괜찮아지면 아이의 불안 행동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나와 연결되어 있던 탯줄이 끊어진지 오래되었는데아이에겐 유독 눈에 띄게 나와 연결되어 있는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위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내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아이와 손을 잡고 복지관 안 접수대에 섰다.     



내가 복지관까지 가는데도 엄청난 시간과 마음다짐이 필요했고,

복지관 앞에서 접수대까지 서는데도 힘겨운 마음을 달래고 달래 왔는데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이건 정말 시작일 뿐이었다.     



치료 접수를 하기 위해선 

먼저 상담을 해야 했고상담을 마친 후 방대한 양의 체크리스트들이 주어졌다.

엄청나게 많은 문항들의 응답서를 하나씩 꼼꼼히 읽어보고 물어가며 체크하느라 복지관에서의 몇시간이 지난 후에야 응답서를 제출할 수 있었고그때서야 비로소 치료 대기자 명단에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두근대는 마음으로 상담사 선생님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치료 종류가 굉장히 많던데.’

이제 어떤 치료를 하나.’

어떤 치료사 선생님을 만날까.’

뭐부터 물어봐야 하지.’

어디서부터 말해주어야 할까...’

하며 물음의 물음들을 이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 알게 되었다

대기자 명단을 올린 뒤 보통 몇 년을 기다려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어떤 것 하나 쉽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구나..’     



복지관까지 가는 게 나에겐 큰 결심으로 내딘 한걸음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큰 기대를 품고 왔다

그래서인지 집에 돌아가는 길은 실망을 한아름 안고 가야만 했다     



한편으로는 치료를 필요로 하는 나랑 그림이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에 위안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마음에 조급증이 일기 시작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말이 다시 트여야 하는데..’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집에 돌아가는 길하늘 길을 곱게 물들인 노을빛이 금방이라도 닳아 없어져 어둠이 짙게 깔려버릴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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