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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그림 Sep 05. 2018

#8.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

느리지만 한발자국씩 앞으로, 그림이맘 이야기



다음 날 아침일찍부터 그림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어제 해질녘 집에 돌어와 가장 먼저 한 것은 사설 치료센터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복지관에서 모든 관문을 마치고 마지막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끝마칠 때 쯤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어 보았다.     


내일부터 치료를 받으러 오면 될까요?”      


늘상 듣는 질문인 듯 선생님께서 바로 답변을 주셨다.

 

치료를 받으시려면 대기자가 많아 몇 년을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마저도 정확히 몇 년인지는 말씀 드릴수가 없네요.”     


상담 선생님의 말에 넋을 놓고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그러자 망연자실한 얼굴로 앉아있는 나에게 선생님이 마지막 실낱같은 구원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가까운 사설치료센터를 알아보세요.”

이제 갓 입문한 초보 거북맘인 나에겐 더없이 감사한 정보였고

집에 가서 바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기대만큼 얻지 못한 실망스러운 마음과 하루 종일 아이와 밖에 있으며 사람들에게 얻어먹은 눈칫밥으로 무거워진 내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엇 하나 할 수 없이 힘이 빠져 침대 위로 그대로 쓰러졌다.

한동안 몸을 가눌 수 없을만큼 힘들었다.     



그렇게 잠깐 눈을 감고 있다가 배가 뻐근하다고 느끼는 순간없던 정신이 돌아왔다



신기하게도 곧 태어날 둘째아이가 생각나자마자 나도 모르게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걸어 상담을 하고 있었으며지난밤 빼곡히 써놓았던 계획서 또한 모든 수정을 끝내가고 있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하는 무언가가 생기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힘이 빠져있는 나에게 조금만 더 힘내라고 응원하는 뱃속의 아이에게 한없이 고마웠다.     

 

그리고 찬찬히 수정된 계획표를 다시 들여다보니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시행착오를 겪은만큼 그 시행착오를 반영해 더 완벽하게 짜놓은 계획표였다.

이대로 6개월동안만 한다면 말이 다시 트일것이고

그림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이전에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비롯 시간을 분과 초단위로 쪼개 100미터 전력질주를 하는 느낌이 드는 시간표지만 나는 해 낼 것이다해 낼 수 있다해낸다... 하며 희망의 속삭임과 함께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드디어 그림이와 나의 새 아침이 시작됐다

우리 둘은 계획서에 적힌 1번을 완벽하게 해냈고기분 좋은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환호성이 내 마음 속에서 폭죽처럼 터졌다.

계획표에 적힌 대로 일어나 준비하고 아이와 함께 시간 맞춰 나와 어제 예약한 치료 센터를 찾았다.     



대부분의 치료는 40분으로 어제 복지관에서 상담 받은 가격의 2-3배가 되는 치료비였지만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니 그날 바로 치료를 시작했다.     



모두가 다 내 계획대로 착착 들어맞는 날이었다.          




여기까진.          



아이가 선생님과 함께 치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처음엔 걱정스러웠다.     




낯설어서 그런가..

내가 없어서 그런가..

어디가 불편한가..     



하지만 10, 20분이 지나자 속에서 부글 부글 열이 났다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또 10분은 잠깐 잠잠했다가 다시 남은 시간을 울음으로 떼우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40분의 치료가 30분의 눈물로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치료시간동안 부글부글 끓었던 화는 모조리 아이에게 쏟아졌다.     



이 놈이 비싼 돈을 우는데 다 쓰네다 써!!!”      



내 말과 감정에 관심 없어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더 화가 나 아이의 등짝을 때렸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도망가는 아이의 등에 대고 사정없이 목청 높여 잔소리를 해댄다.     





아무것도 못하겠네!!! 우느라고!!!”     









너 때문에 엄마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도와줘야 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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