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미국여행
전날 하이킹을 하고 주니어 레인저까지 하고 숙소에 돌아왔더니 밤 11시 반이었다.
땀에 절은 빨래는 아침으로 미뤄두고 잠이 들었다.
어차피 하루종일 이동 말고는 할 일이 없기에 푹 자고 천천히 일어나 출발하기로 했다.
다음 목적지인 자이언 캐년까지는 한 번에 이동하기 무리다. 총 14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솔크레이트 시티까지 9시간 정도 운전한 다음 솔크레이트 시티에서 자이언 캐년까지 가기로 했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자마자 한 일은 빨래였다.
다행히 숙소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는 빨래방이 있는데 무료라 매일 땀에 절은 빨래를 그때그때 할 수 있었다.
빨래는 돌아가게 두고 냉장고에 남아 있는 돼지고기를 구웠다. 당분간 풀키친이 있는 숙소가 아니라 재료를 소진해야 했다.
전날부터 부실하게 먹었던 아이들은 김치를 겉들여 고기를 싹 먹어치웠다.
밥을 먹고 치우니 마침 빨래도 건조기에서 나왔다.
우리는 깨끗한 옷을 캐리어에 싹 넣어서 말끔하게 정리를 하고 차에 올라탔다.
이제 출발.
8시 정도가 도착예정 시간이지만 중간에 주유도 하고 점심도 먹다 보면 저녁 9시 반은 돼야 도착하려나 예상했다.
가도 가도 몬테나 주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몬테나 주는 남한면적의 4배이기 때문이다. 인구는 100만 명뿐이다.
길가에 있는 목장을 볼 때마다 몬테나 주에는 소가 많을까 사람이 많을까 궁금해졌다.
찻 길은 대체로 편도 차선인데 툭하면 공사한다고 길을 막았다.
편도 차선에서 길을 막을 때는 신호등을 세우고 파일럿 차량을 배치해서 따라가거나, 신호등 앞에서 반대 차선이 다 지나가고 우리 차선 신호가 들어오길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운이 없으면 제자리에서 십 분이 넘도록 기다려야 해서 도착 예정 시간은 점점 길어져갔다.
차선이 열려도 비포장 도로를 한참 서행해야 했고 그날은 비마저 쏟아져서 앞차와 간격을 많이 띄우지 않으면 앞 차가 뿌려대는 흙탕물이 앞 창으로 튀어서 자칫 사고가 날뻔한 적도 있었다.
한마디로 달갑지 않은 길이었다.
하지만 비 덕분에 가는 길목마다 무지개가 떴다.
가는 길에는 인터넷도 거의 터지지 않았다.
게다가 한참 동안 주유소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서부 여행에 렌트했던 도요타는 꽉 채워 주유하면 40달러 정도 나왔고, 미국에서 쓰고 있는 닛산 롯지도 가득 채우면 40달러 정도 나오는데 이번에는 포드차를 빌렸더니 가득 주유하면 70달러 정도 나왔다.
물론 기름값이 비슷할 때 말이다.
미국에서 긴 여행을 할 때 주유소가 보이지 않아 마음을 졸이지 않으려면 큰 기름통은 필수다.
지난겨울 데스벨리에서 기름이 모자랄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다행히 이번 몬테나주에서는 큰 기름통 덕분에 마음은 졸이지 않아도 됐다.
2시 반에 주유소가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차에는 기름을 가득 채워 넣고 우리는 서브웨이 샌드위치와 치킨텐더로 배를 채웠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는 가성비가 엄청 좋다. 20불 정도면 고기와 야채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으니까. 심지어 야채도 선택해서 넣을 수 있으니 토마토랑 양상추 오이를 가득 넣어서 부족한 야채를 실컷 먹었다. 우리 가족은 큰 샌드위치 2개를 시켜서 반씩 나눠 먹으면 양이 적당하다.
아직 남은 시간은 6시간.
신기하게 고지대를 벗어나니 몸살기운이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남편과 운전을 교대해서 한참을 더 달렸다.
이렇게 장거리 운전을 해도 거의 직선길을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거라 도시 운전보다 할만하다. 뉴욕을 지나가거나 도시를 거쳐가며 운전할 때는 5시간이 한계지만 이런 시골 큰 도로는 9시간도 다닐만하다. 심지어 규정속도도 80마일 정도인데 큰 건물이 없어서 내가 80마일로 달리는 것이 실감 나지도 않았다.
몬테나 주에서 시작해 아이다호 주로 들어왔다.
몬테나 주와 그리 다르지 않은 목장과 밀밭이 이어졌다. 아이다호 주 차 번호판에는 ‘Best Photato'라고 쓰여 있다. 감자에 대한 자부심이 보였다. 아이다호 주변에 있는 몬테나 주나 오하이오 주에서 월마트에 갔을 때 감자 5파운드가 5달러도 안 했는데 얼마나 실했는지 나도 모르게 카트에 담을 뻔했다. 다행히 정신을 차리고 감자 한 알만 샀다.
강원도처럼 감자떡이나 찐 옥수수라도 팔면 좋으련만.
남한 면적의 4배인데 인구는 100만, 이렇게 인구밀도가 낮은니 수지가 맞을 리 없다.
아이들과 어디서 먹었던 감자떡이 맛있었네 하면서 쉬지 않고 차를 몰았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뿐이라 저녁도 굶어서 햇반과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금방 잠이 들었다.
다음 목적지 자이언 캐년은 지난겨울에도 왔지만 눈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기대하던 엔젤스 랜딩 로터리도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로터리에 당첨되길 바라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