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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Jan 17. 2024

안 가도 되는 미국 구석구석 - 센트레일리아

미국여행

'센트레일리아. 이름도 어렵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길래 왕복 네 시간을 운전해서 가야 하는 걸까.

이유는 딱히 없다.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으니까 가는 거지 일부러 미국에 온다면 절대 가지 않을 곳이니까.

왕복 4시간을 운전했지만 실제로 걸으며 본 시간은 20분 정도다.

그 말은 정말 볼 게 없다는 뜻이다.

그럼 뭐 대단한 것이 있길래 거기까지 간 거냐고?

거기는 땅 속에서 무연탄이 끝없이 타고 있는 곳이다.

우리 가족은 센트레일리아에 가면 땅 표면이 뜨거울지, 땅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거나 신기한 뭔가 있지는 않은지 궁금했을 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동부에는 그다지 갈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센트레일리아 정도도 여행지에 끼워준 셈이다.

남들 안 가는 여행지는 찾아가는 편이다.



센트레일리아는 펜실베니아주 거의 한가운데 있다.

펜실베니아 주에는 에팔래치안 산맥이 지나가는데 그 산맥은 고생대 후기 석탄기에 형성된 지층이다.

그래서 펜실베니아 주는 미국 최대 석유 석탄 산지였다고 한다. 얼마나 부러운지.

그래서인지 펜실베니아 주 피츠버그에는 철강왕 카네기가, 델라웨어에는 화학회사 듀퐁이 있다.

철강을 하려면 뜨거운 열이 필요하고 화학산업에도 석유부산물이 필요하니, 연료집약적인 산업의 중심지 노릇을 한 셈이다.

센트레일리아 주변 도시들은 이름도 '마이너스빌 minor's vill' 이런 식이다.

당시 펜실베니아로 몰려왔던 사람들로 형성된 마을이라 그런지 이름도 노골적이다.



땅 속에 석탄이랑 석유가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모든 일은 일장일단인 걸까.

하필이면 센트레일리아 아래에는 무연탄이 많았다.

무연탄은 천천히 불이 붙는 대신에 한번 불이 붙으면 온도가 높이 올라간다고 한다.

그런데 센트레일리아 땅 속 무연탄에 어쩌다가 불이 붙어버린 거다.

그 당시 그 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집이 점점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고 한다.

주유소 아래 기름탱크에 온도가 점점 높아져서 기름을 빼고 사람들을 피신시킨 일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땅 속에서 연기가 나고 땅이 갈라지자 주 정부는 그곳에 있는 집을 다 밀어버리고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켰다고 한다.


센트레일리아에 갔던 날은 마틴루터킹데이였다.

하필이면 춥고 흐린 날이었다.

한때 번성했지만 이제는 인적이 드문 도시답게 빈 집이 많았다.

지반이 무너진 곳을 제외하면 아직 집이 남아있는 곳도 많았다.

어떤 집에는 아기가 탈 법한 그네와 미끄럼틀도 있었다.

아직 이런 곳에 사람이 사는구나 싶었다. 이 도시에서 나갈 방법이 없어서 사는 건지, 아기를 데리고 살 수밖에 없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건지 궁금했다.


기대와는 달리 땅 속에서 김이 펄펄 나거나 신고 있는 운동화 밑창에서 열감이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딱 몇 군데, 땅 속에 구멍이 있는 곳을 찾아가야지 여기 땅 속 깊은 곳이 뜨거운가 보다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자세히 봐야지만.


이 도시를 어떻게 알게 됐냐고?

2022년 9월에 미국에 와서 지인의 추천으로 <나를 부르는 숲>을 읽었다.

그 책은 빌 브라이슨이라는 작가가 에팔래치안 트레일을 걸은 후 쓴 책이다.

그는 종주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 책을 읽고 에팔래치안 어딘가라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니 그 책은 성공한 책이다.

그 책에 소개된 곳이 센터레일리아였다.

작가는 우리처럼 길을 걷다가 '불가마의 한가운데에서 아스팔트의 얇디얇은 막을 딛고 서있는 것을 깨닫고' 급히 자동차로 돌아와 샌트레일리아를 떠났다고 한다.

 

20분 동안 땅 속 구멍을 보는 동안 우리랑 같은 목적으로 센트레일리아에 온 사람을 딱 두 사람을 만났다.

우리 가족 4명, 그 사람들 둘로는 운영이 안되는지 식당이나 기념품점 같은 관광지다운 면모도 없었다.

관광지로 삼기에는 역시 위험한 곳이려나.


센트레일리아는 쓸쓸한 동부 구석 도시였다.

남들은 절대 안 갈 여행지에 가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땅속에서 따뜻한 김이 나와서 구멍 옆에만 이끼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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