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소환하는 금융의 미래 #4
텔레그램의 블록체인 ICO가 화제인 것 같네요.
TON(Telegram Open Network)이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해서 GRAM이라는 코인을 발행한다는 것.
블룸버그에 의하면, 역사상 최대 규모의 ICO를 통해 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 원이 넘는 펀드레이징을 한다는군요. 요즘 워낙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대세라(aka 개나 소나) 뭐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지만...
규모나 관심도 면에서 어딘가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텔레그램이 ICO를 하니 카카오와 네이버 LINE도 들썩거립니다. 오랜만에 김범수 이해진 같은 분들의 이름을 뉴스에서 보게 되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모두 '메신저' 회사들이네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백서가 진짜로 있긴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른바 Telegram White Paper라 불리며 인터넷에 유통되는 것과 가끔씩 등장하는 외신 기사들의 내용을 정리하면 TON과 GRAM의 컨셉은 다음과 같이 보입니다.
여러 기술과 아이디어를 결합해서
TON이라는 블록체인 기반의 메신저 플랫폼을 만들겠다
텔레그램은 '이미' 1억 8천만 명의 사용자가 있으므로
이들을 로켓연료처럼 쓰면 단번에 메인스트림이 된다
TON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블록체인 메신저 플랫폼이고
GRAM 코인은 경제적 활동을 지원하는 유틸리티가 된다
GRAM을 이용하면
은행들이 삥 뜯는 해외송금 수수료와
카드사가 삥 뜯는 지급결제 수수료가 대폭 줄어든다
결국 텔레그램은 돈이 도는 금융 플랫폼이 될거다 !
이게 다입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이거죠.
카카오톡은 전 국민의 90%를 장악한 모바일 플랫폼의 힘을 빌어 게임, 이모티콘, 광고의 비즈모델을 통해
택시, 대리, 미용실, 장보기의 O2O를 넘어 카카오페이라는 금융 서비스 영역에 진출했습니다.
카카오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한다 하면 다들 바짝바짝 긴장하지요.
전 국민의 엄지 검지를 완전히 장악한 플랫폼 비즈니스의 최강자.
그런데 유난히 금융은 좀 약한 것 같습니다.
카카오 '뱅크'도 만들었지만 카카오 '톡'과 분리되어 서비스되는 까닭에 카카오 '페이' 하고도 따로 노는 것 같고... 아직은 대한민국 금융의 메인스트림으로 부각하지는 못한 듯합니다.
알리바바가 엄청난 자본 투자와 생사를 가르는 치열한 투쟁을 통해 2004년부터 10년 넘게 구축해 온 알리페이의 아성은,
웨이신을 보유한 텐센트가 2013년 위챗페이를 출시하며 순식간에 무너지고 불과 3~4년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만에 사용자수와 거래건수 양면에서 역전당해 버렸죠.
똑같은 비즈모델이라도 인간의 일상과 생활을 점유하는 시간의 힘,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연결의 힘을 가진
메신저 플랫폼에 얹으면 기존 사업자가 가지고 있던 나와바리는 하루아침에 무너지곤 합니다.
웨이신의 위챗페이는 이 막강한 메신저 플랫폼에 돈이 움직이는 통로인 결제 payment 서비스를 얹어놓은 것입니다.
여태까지 돈이 움직이는 모든 통로는 은행, 카드, 보험, 증권 같은 금융기관들이 몽땅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리페이를 통해 비로소 이 견고한 카르텔이 깨지게 된 것이고 위챗페이는 그 떡고물을 날름 거둬 먹은 거죠.
메신저에 payment가 결합되면 송금과 쇼핑과 예약과 대출로 연결됩니다. 돈과 연관되는 모든 비즈니스를
언제 어디서나 내 손에서 할 수 있는 원스탑 게이트웨이가 열리는 겁니다.
그런데 메신저를 이용한 금융 서비스가 기존의 것보다 가격마저 저렴하다면 결론은 뻔한 거죠.
중국의 메신저는 이걸 해낸 거고, 한국 카카오, 일본 라인, 미국 왓츠앱 그리고 텔레그램은 아직 이걸 못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른바 선진국에서는 '중앙정부'의 규제가 촘촘하기 마련이고 신용카드사를 포함한 기존 '금융권력'의 견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유통에서 출발한 알리바바나 메신저로 출발한 텐센트와 같은 새로운 차원의 융복합 플레이어들이, 한국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규제의 장벽을 돌파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탈중앙과 탈기관이 핵심 컨셉 아닙니까?
중앙정부로부터의 해방 !
금융기관으로부터의 해방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는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더 이상 중국을 짝퉁 천국이라 함부로 부르지 마세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코어 아이템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 그리고 블록체인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맨 앞줄의 선두주자로 치고 나간 상황입니다.
텔레그램의 TON과 GRAM도, 혹시 나올지 모를 '카카오 코인'과 'LINE 코인' 역시도 결국 중국 텐센트의 위챗페이를 따라 하려는 짝퉁 비즈니스 모델일 뿐입니다. 규제로 인해 풀지 못한 비즈모델을 규제 밖의 블록체인으로 풀려하는 방법론의 차이만 있을 뿐.
@포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