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종이빨대
우리나라에서 플라스틱 빨대 퇴출에 앞장선 기업은 스타벅스다. 2018년 9월, ‘그리너(Greener) 스타벅스 코리아’ 캠페인을 발표하며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중 처음으로 종이빨대를 도입했고, 이후 11월부터는 전국 모든 매장에 종이빨대만 남겨두었다. 스타벅스가 진출한 83개 나라 중 전국 모든 매장에 종이빨대를 도입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배경엔 사람들을 각성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동쪽엔 카리브해, 서쪽엔 태평양이 보이는 작지만 풍요로운 나라 코스타리카. 면적은 한반도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생물종의 6%가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 수년 전 이곳 연안에서 찍힌 영상이 전 세계 사람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플라스틱 빨대를 코에 꽂은 채 피를 흘리는 올리브바다거북의 영상. 빨대를 다 끄집어낼 때까지 거북은 눈물과 피를 멈추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이 아픔에 공감했다. 이러다간 결국 인류도 피를 흘릴 거란 생각에 세계 곳곳에서 각성의 움직임,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종이빨대가 자리 잡은 지 4년이 다 되어간다. 종이빨대 덕분에 연간 126톤의 플라스틱 빨대가 절감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하지만 종이빨대 사용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데 미미한 해결책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해양생물을 위협하는 건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중 비교적 적은 양에 불과한 플라스틱 빨대가 아니라 해양 쓰레기의 46%를 차지하는 ‘폐 그물’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빨대를 줄였다고 만족할 게 아니라 더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타당한 말이다. 그렇지만 스타벅스의 종이빨대 도입도 분명 박수받을 일이다. 대부분 PE 재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빨대는 이론적으로는 재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작고 얇은 탓에 분리가 어려워 재활용되지 않는다. 그런 빨대를, 스타벅스에서만 매해 1억 8천만 개를 사용해왔던 것. 길이로 따지면 3만 7천8백 킬로미터다. 이만큼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대신, 약 200일 만에 자연분해가 되어 생물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종이빨대를 쓰는 것이 자연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더욱 빈번해진 만큼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봐야 하는 시대이니, 플라스틱 빨대는 실효성이 아닌 당위성의 관점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타벅스가 겉보기에만 그럴듯한 그린 마케팅이 아니라, 진정성 있고 실효성 있는 친환경 정책을 계속 펼치도록 관심 갖고 지켜보고 요구하는 것일 테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소비자의 의식이 중요한 때다. 기업은 그 의식에 발맞추어 행동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