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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금으로 빌려준 돈, 돌려받을 수 있을까?
차용증, 불법원인급여, 그리고 법의 판단
by
박현혜 변호사
Mar 17. 2025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그 돈은 도박자금이었다.
어느 날, A 씨는 C 씨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급하게 돈이 필요해. 당장 5천만 원만 빌려주면, 곧 갚을게."
C 씨는 도박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A 씨는 고민했다. 하지만 오랜 친구였기에 믿고 돈을 건넸다. 시간이 흐르고, C 씨는 약속한 날짜에 돈을 갚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차용증을 요구했고, C 씨는 돈을 갚겠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했다.
그러나 몇 개월 뒤, C 씨의 지인 D 씨가 **"C 씨의 빚을 내가 보증한다"**며 보증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D 씨는 자신의 부동산을 다른 사람들에게 증여했고, A 씨는 불안했다.
"혹시 일부러 재산을 빼돌린 건 아닐까?"
결국 A 씨는 법원에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에서 A 씨는 패소했다.
"도박자금 대여는 불법원인급여다. 따라서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법원의 판단은 냉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 – 차용증은 새로운 약정이 될 수 있다.
법원은 이 사건을 어떻게 판단했을까.
1심에서는 A 씨가 승소했다. 피고 측이 변론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도박자금 대여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 따라서 A 씨는 C 씨에게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없다"고 판결했다.
법적으로, 불법적인 이유로 돈을 건넸다면, 이를 돌려받을 수 없다는 원칙이 존재한다. 이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한다. A 씨는 항소심에서 완전히 패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C 씨가 도박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렸더라도, 이후 차용증을 작성하면서 새로운 반환 약정이 체결되었다면 이는 유효한 계약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돈을 빌려준 원인이 불법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새로운 약정이 체결되었다면 그 채무는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D 씨가 작성한 보증서도 유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결국,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불법원인급여란 무엇인가?
불법원인급여란 무엇일까.
우리 민법 제746조는 불법원인급여에 대해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경우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도박, 마약 거래, 뇌물 등의 목적으로 건넨 돈은 돌려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모든 경우에 불법원인급여가 적용될까.
사실, 불법원인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불법적인 목적이 있지만, 이후 새로운 약정이 체결된 경우나 계약이 일방적으로 불공정하거나, 불법성을 명확히 입증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채권자의 반환청구가 인정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핵심 쟁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도박자금 대여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더라도, 나중에 작성된 차용증이 새로운 약정이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그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차용증과 보증채무, 그리고 법의 균형
보증을 선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만약 보증인이 "나는 도박자금인 줄 몰랐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또는 보증인이 "이미 불법원인급여라서 보증도 무효다"라고 말한다면 법은 이를 어떻게 판단할까.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보증채무도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차용증이 유효하다면, 그에 따른 보증채무도 유효하다는 것이었다.
즉, 보증인이 단순히 도박자금을 보증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성립한 차용증을 기준으로 보증을 선 것이라면, 그 채무는 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돈을 빌려주기 전에 고려해야 할 것들
이번 판결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하다.
도박자금 대여라도, 이후 작성된 차용증이 새로운 법적 약정이라면 유효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돈을 빌려줄 때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차용증을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차용증이 없다면,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 자체를 입증하기 어렵다.
둘째, 차용증에는 명확한 상환 기한과 이자율을 기재해야 한다. "언제까지 갚겠다"는 명확한 기한이 없으면 법적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셋째, 보증인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보증인이 있는 경우, 나중에 보증채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불법적인 목적의 돈 거래는 피해야 한다. 불법원인급여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법은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법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순히 "도박자금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불법적인 대여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법은 항상 합리적인 균형을 찾으려 한다.
이 판결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법 조항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어떻게 현실을 반영하며,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돈을 빌려주는 것도, 보증을 서는 것도, 그리고 법적 분쟁을 피하는 것도, 모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돈을 빌려주기 전에,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이라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박자금 대여 문제는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가 아니라 불법원인급여, 차용증의 법적 효력, 보증채무, 사해행위 취소소송 등 여러 가지 법적 쟁점이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다. 단순히 "돈을 빌려줬으니 돌려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반드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
1) 차용증이 있지만 상대방이 불법원인급여를 주장하는 경우
돈을 빌려주고 차용증까지 받았지만, 상대방이 "불법원인급여이므로 변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 법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법원이 차용증을 단순한 반환 약정이 아니라 새로운 계약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2) 보증인을 세웠지만 보증인이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
보증인이 서명한 보증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원래 채무가 불법이었으므로 보증 책임도 없다"고 주장한다면 변호사를 통해 보증채무의 법적 효력을 다툴 필요가 있다.
3)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린 경우
돈을 빌려준 후 채무자가 자신의 부동산을 제3자에게 증여하거나 명의를 이전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면,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통해 이를 무효로 만들고 채권을 보호해야 한다.
4) 돈을 빌려줄 당시 불법성이 있었지만, 이후 새로운 약정이 체결된 경우
처음에는 도박자금으로 빌려줬더라도, 나중에 차용증을 작성하거나 새롭게 변제 약정을 했다면, 법적으로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논리를 제대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5) 상대방이 변제 의사가 없고 장기간 버티는 경우
채무자가 버티거나 회피하는 경우, 법적 절차를 통해 강제집행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소송을 진행하거나, 판결 이후 강제집행 절차를 밟는 데 있어 변호사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도박자금 대여와 관련한 법적 문제는 일반적인 채권·채무 문제보다 훨씬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렵다.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 차용증의 법적 효력, 보증인의 책임, 사해행위 취소소송 등 법적 쟁점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혼자서 해결하려다 보면 법적인 맹점을 놓칠 수도 있고,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면, 초기에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돈을 빌려줬는데 상대방이 변제를 거부하거나, 불법원인급여를 주장하며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 또는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려 사해행위가 의심되는 경우라면 법적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 이럴 때는 혼자 고민하기보다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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