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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춘열 Mar 27. 2019

비우는 만큼 여유와 행복을 채우자

아내는 성격이 느긋한 반면 나는 좀 급하다. 아내는 아이들을 씻기는 걸 선호하고 난 설거지를 좋아한다.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른 우리 부부는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 가사의 업무분담이 어느 정도는 된 편이다.  

  

하지만 아내와 내가 함께 못하는 게 있으니 바로 정리다. 우연히 결혼 전 아내의 방을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 남동생만 있었던 지라 여자 방은 모두 TV에서 나오는 공주님 방처럼 깔끔할 줄 알았던 내게 충격 그 자체였다. 물론 환상에서 깨어 나온 지 오래지만……. 바로 지금 화장대와 옷장, 아내의 공간인 베란다 정원의 상태를 얘기하면 본인도 부인을 못 할 거다.     


나 역시 그녀 못지않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컴퓨터 방은 창고로 변한 지 오래다. 지난 초가을 다녀온 캠핑장비와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의 장난감과 온갖 잡동사니가 섞여 있고, 책상 위는 책상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생각해 보면, 둘이 살다 아이가 둘 생겼고, 캠핑하러 다니기 시작하면서 살림살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창고방과 옷방의 상태는 심각하다.    


필요 없는 것을 줄이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 물욕을 버리고 내면의 삶에 충실하게 살자는 지극히 평범한 깨달음이다. 월든 호수에 살았던 소로우나 무소유를 얘기했던 법정 스님처럼 살지는 못하겠지만, 정리 안 되는 물건들에 공간을 빼앗겨 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든다.    


당분간 읽지 않을 책들은 중고서점에 처분하고, 더는 가지고 놀지 않는 아이들의 장난감은 필요한 곳에 가져다주거나 버려야겠다. 그 밖에 입지 않는 옷이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아내와 상의해 처분해야겠다.     


결혼 후 지금 사는 집이 세 번째 집이다. 5월에는 더 이상 이사 다니지 않아도 될 우리 집이 생긴다. 새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야지. 줄어드는 물건만큼 여유와 행복을 채울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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