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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춘열 Apr 03. 2019

삶의 윤기를 더 하다

독서 그리고 글쓰기

아무런 조건이나 보상 없이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 삶에 윤기를 더 해준다. 그런 일 가운데 하나가 '취미'다

(p.48, 눌변, 김찬호)     


취미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부끄럽지만, 내 취미는 독서다. 책과 늘 가까이는 있었다. 10대는 학습만화와 계몽사 전집, 브리테니카 백과사전과 함께였다. 20대에는 읽는 것과는 별개로 시간이 나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시간을 보냈다. 농담으로 친구들에게 도서관이나 서점에 '책 냄새 맡으러 간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저 냄새가 좋았다. 대학 들어가 처음으로 본 대학 도서관은 놀라웠다. 교실 몇십 개나 되는 한 장소에 많은 책이 모여 있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평생 봐도 다 못 볼 많은 볼거리가 있다는 것이 그저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전공 수업 중에 사적해제라는 수업이 있었다. 한 과목이 아니라 동양사, 서양사, 한국사마다 사적해제라는 과목이 전공기초에 있었다. 어떤 역사서에 대한 총체적인 해석을 하는 수업인데, 수업 초기에 다양한 도서관에 가서 분류기호에 따라 역사서들을 정리해 오는 과제가 있었다. 우리 학교 도서관뿐만 아니라 수업 때문에 찾아간 숙명여대 도서관과 고려대학교 도서관에서 느꼈던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 도서목록 카드를 한 장씩 넘기던 손가락 촉감과 스프링노트에 책 정보를 적던 순간 코끝에 은은하게 닿던 삼삼한 종이 냄새.  


그저 시간이 생기면 얻는 것 없어도 가까운 도서관이나 서점을 찾아 책냄새를 맡는다. 후루룩 책장을 넘기기도 하고, 책 표지를 감상하기도 하고, 책 등을 그냥 쓰다듬기도 한다. 간혹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읽고 싶은 만큼만 읽기도 하고. 그렇게 20여 년 그저 책 냄새만 맡다가 4년전 부터 책을 좀 읽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과 같은 책을 보고 느낌을 나누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끄적끄적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취미는 빡빡한 삶 속에서 여백을 창조해 준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은퇴는 거꾸로 빨라져 노년기가 점점 길어지는 지금, 자기 안에 여러 겹의 세계를 키워가야 한다. 기계적인 노동의 세계에서 벗어나 마음을 가꾸는 텃밭이 넉넉하다면, 인생 이모작의 밑그림을 다채롭게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틈틈이 시간을 내어 취미로 하던 일이 언젠가는 삶의 중심 테마가 될 수도 있다.  

(p.50, 눌변, 김찬호)  


그렇게 재미를 붙여가다 보면 내 삶에 반짝반짝 윤기가 더해질 거다. 내면의 나이테도 훨씬 선명해지고 마음의 텃밭은 풍요로워질 거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삶의 중심테마가 될 수도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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