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로버트 기요사키
"좋은 학교는 좋은 호텔에 불과하지"
부모님은 한번도 학교 성적을 묻지 않으셨다. 학교는 호텔일 뿐이었다. 일류 호텔에 머물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여행의 본질은 아니었다. “실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학교의 간판 뒤에 숨더라” “학벌과 성공은 별 상관이 없더라” 앞서 사회를 경험하신 아버지의 증언은 또 다른 가훈이었다.
집안의 참 인재상은 '들개' 였다. '집개'의 반대말.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과 '독립성'이 핵심이었다. 돈을 버는 건 가장 확실한 ‘들개 훈련’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신문배달을 했다. 부동산의 명함을 돌렸다. 친구들의 생일파티를 희생했다. 소년가장이 아니냐는 수근거림을 감수했다. ‘삶의 체험 현장’의 어린이 버전이었다.
1997년 출판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들개 되기의 ‘실전편’이었다. ‘성공적인 들개’가 되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이 안에 있었다. 오랜 기간 성경처럼 끼고 다녔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부자는 성적순이 아니었다. 두 아빠는 살아있는 표본이었다. 친아빠는 엘리트코스를 이수한 교육자였다. 스탠포드,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을 거쳤다. 그럼에도 평생 돈에 허덕이며 살았다. 반면,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절친의 아빠’는 하와이에서 손꼽히는 거부였다. 최고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 그의 말 한마디에 죽는 시늉을 했다. 어느 쪽을 택해야 할 지는 자명했다. 부자 아빠의 ‘가족형 비지니스 스쿨' 의 학생이 되었다. 그 분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겼다. 시간이 흘러 그 자신도 ‘부자 아빠’가 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 40대에 은퇴했다. 이후 서로 다른 경제관을 지닌 두 아빠를 소재로 책을 썼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금융서적이 되었다.
비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힘은 ‘비교’에서 나온다. 책을 읽기도 전에 선택을 요구한다.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 중 어느 편에 서겠습니까. 선동이다.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다. 통장의 잔고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나는 어쩌면 가난한 아빠일수도 있겠다. 빨리 노선을 바꾸어야겠다. 마음이 급해진다. 어떤 말도 받아들일 자세가 된다.
‘비교’는 임팩트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대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비교 당하는 쪽의 희생이다. 그런 면에서 ‘엄친아’는 잔인한 말이다. 쟤는 저렇게 잘났는데 너는 왜 이 꼬라지니. 듣는 이의 마음은 조각이 난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자신의 아버지 둘을 비교한다. 태도에는 거침이 없다. 친아버지의 허물을 소재로 삼아 부자가 되는 법을 말한다. 불경스럽다. 그만큼 임팩트는 핵무기급이다. 심지어 다루는 주제가 ‘돈’이다. 돈 불려주는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없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로 직행했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스타가 되었다. 오프라 쇼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수천만의 사람들이 부자아빠처럼 살기로 다짐했다.
다름과 공감
이 전에도 돈 버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서적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순위에 6년 동안 머문 책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유일하다. 히트 비결은 '다름'과 '공감'이다. 모든 마케팅의 핵심이다.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건 가난한 아빠의 몫이다. 그는 성실한 가장이다. 열심히 공부했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닌다. 절약한다. 연금에 가입한다. 노후를 착실히 준비한다. 사람들은 가난한 아빠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공감의 토양이 마련된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이 위에 찬물을 끼얹는다. 당신들처럼 살아서는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어요. 나의 가난한 아빠처럼 살고 싶은가요. 정신이 번쩍 든다.
부자 아빠의 가르침은 ‘다르다’. 본래 부자의 수는 그 반대편보다 훨씬 적다. 부자 아빠의 말은 그 태생부터가 '소수자의 지혜'이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을 뒤엎는 '남다른' 가르침이 나열된다.
“학교는 고용주가 아니라, 좋은 직원들을 기르는 곳이다.”
“안정적인 직장인을 꿈꾸지 마라. 구조 조정 발표가 나면 대개 회사의 주가는 올라간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지 마라. 전문가를 고용하라.”
“사업을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편이 더 위험하다.”
“좋은 빚을 활용해라.”
“집은 자산이 아닌 부채이다."
“가장 큰 실수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결론은 금융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교훈이다.
"돈을 좋아하는 것이 악이 아니야. 돈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악이야.”
들리게 말하는 법
고수는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한다. 하수는 쉬운 이야기를 어렵게 한다. 예수님은 전자였다. 복잡한 신학적 개념을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천국은 밭에 감추어진 보물”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어라.”... 청중들은 그의 이야기를 수월하게 이해했다. 자신을 투영했다. 깨달음을 얻었다. 그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커뮤니케이터로 불리는 이유이다.
로버트 기요사키 역시 이야기 꾼이다. 한때는 영작 수업에서 C학점을 받던 학생이었다. 지금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의 글은 어렵지 않다. 회계처럼 딱딱하고 지루한 개념도 쉽게 읽힌다. 팔리는 글이다. 제록스에서 세일즈를 했던 경험 덕분이란다. 복잡하게 설명해서는 물건을 팔 수 없다. 마음에 꽂히는 화법을 익혔다.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는 자전적인 스토리가 중심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비유는 적재적소에 쓰인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의 인생 행로를 ‘쥐 경주’라 표현하는 식이다.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 하고, 매년 월급이 오르고, 승진을 하고, 차를 바꾸고… 하지만 평생 돈을 위해서 일하는 ‘갇힌 삶’이다. 얼마나 적절한 비유인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잊을 수 없는 이미지 하나가 박힌다. 이런 비유는 또 어떤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여자한테 고백 하지 못하는 남자’이다. 여러 번 차일 ‘리스크’도 감수하지 않고 미녀를 얻을 생각을 하니까. 이처럼 그의 설명은 아주 잘 '들린다'.
까다로운 개념을 명료하게 정의 내리는 데도 탁월하다. '부'는 내가 만약 오늘 당장 일을 그만둔다면 며칠을 더 살 수 있을 지이다. '자산'은 주머니에 돈을 넣는 어떤 것이고, '부채'는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어떤 것이다. 쉽다. 재미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나도 곧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자신의 책을 3,500만부나 팔 수 있었던 비결이다. C학점 학생이 이룬 성과 치고는 나쁘지 않다.
결심
출간 된지 어언 20여년이 흘렀다. 여전히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킨다. 이제 로버트 기요사키는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글을 쓴다. 부자들이 정부와 은행을 이용해 부를 증식시키는 방법을 파헤친다.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설명한다.
'뜻밖에'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와는 2006년과 2013년에 미국의 중산층을 위해 뭉쳤다. 두 권의 책을 공동으로 집필했다. 사업 현장에서 굴러본 사업가들의 사자후였다. 두 사람은 외쳤다. 앞으로 부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될 것이고 나머지는 가난해질 것이다. 그러니 당신들도 빨리 부자가 되어라. 방법론은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귀에 ‘들리는’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자들이다. 쉽게 읽힌다. 트럼프의 저 트위터 만큼이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이들에 의하면 로버트 기요사키는 부자가 되는 환상을 파는 사기꾼에 불과하다. 그의 책을 읽고 정작 부자가 된 사람을 보지 못했다. 2012년, 로버트 기요사키의 회사가 한 강연 업체와의 소송에서 패소하자 돈을 갚지 않으려 파산을 신청해 버린 일도 두고두고 욕을 먹는다. 심지어 그가 말하는 '부자 아빠'가 가공의 인물이라는 설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으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반드시 쥐 경주에서 빠져 나오겠다. 돈을 위해 일하지 않고,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겠다. 부채가 아닌 자산을 쌓겠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결심' 그 자체가 성공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독자를 ‘결심’으로 이끈다. 그리고 인생은 대체적으로 결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치 로버트 기요사키가 ‘부자 아빠’를 따르기로 ‘결심’한 후 그와 비슷한 삶을 산 것처럼.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역할은 거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