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illie Chin
Sep 26. 2024
건강 검진과 같은 조직 진단 어때요?
새로운 팀 종합 검사 제안
조직도 인간의 특성을 따르니 사람처럼 건강 검진을 받으면 어떨까요?
제가 크고 작은 기업들 인사업무를 하면서 조직 진단을 건강 검진처럼 해보았습니다. 복잡하고 관념적인 문화 진단이 아닌 보건소에서 하듯이 쉽고 기본적인 것만 체크했습니다. 그리고 감기와 같이 어떤 증상이 나타날 때처럼 모두 알고 있는 문제를 치료하러 병원을 가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기초 항목에 대한 종합 검사를 받듯이 해보았습니다. 조직문화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구조, 체계, 프로세스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항목들이죠.
그랬더니 많은 회사들에게서 너무나 기본적인 문제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담당업무가 이상하거나 규정 상에 오류가 있다던지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이건 기능 상의 문제가 있고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리가 불편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업력이 오래되지 않은 회사들에게서 이런 구조와 체계 문제가 더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조직이 사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그대로 보여줍니다. 어릴수록 성인에 비해 신체 기능이 안정화가 안 되어 있는 것이지요. 또 너무 오래돼서 노화가 일어나고 있는 조직은 노인처럼 여기저기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곳에 문제가 나타날 것입니다.
[A사 사례]
설립된 지 8년이 좀 넘은 스타트업, 이제는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회사가 100명 이상의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팀원들 간의 분위기는 너무 좋고 서로 대화도 많이 했습니다. 리더들도 젊고 의욕에 차 있었습니다. 모두 열정 가득한 기업팀이었습니다. 슬랙 메신저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각종 미팅(회의체) 룰도 잘 잡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팀에 뭔가 불만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평가 제도를 좀 더 명확히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HR팀과 각 조직 리더들을 인터뷰해 보니, 평가의 대상이 되는 업무, 즉 R&R(Role & Responsibility)이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자가 담당하고 있는 역할이 불분명한 상황이었습니다.
CFO는 재무 업무 외에 회사 메인 프로덕트의 실행 조직을 관리하고 있었고, CTO는 프로덕트의 기획 조직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COO는 프로덕트의 운영 조직을, CMO는 프로덕트에 포함될 상품 조직을 맡고 있었죠. 이렇다 보니, 프로덕트의 실적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 명확하지 않았고, 책임이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웬만큼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사업/개발과 관리/지원 기능은 분리되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 협업도 하지만 서로 크로스 체크해 주면서 견제와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는 비용 집행과 통제를 여러 사람이 마구 섞여서 하는 구조였어요. 이는 마치 축구 경기에서 여러 명의 심판이 선수로 동시에 뛰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팀이 진화해 오면서 프로덕트 리더가 빠지면서 그 리더가 담당해야 할 일들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잘못 배분이 되었고 이것을 치유하지 않고 오랜 시간 그대로 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조직과 기능은 굳어졌고 견제와 균형이 어려운 구조가 되어버렸죠. 수술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대표는 리더들 눈치를 보며 수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고, HR팀조차 자신들을 단순히 지원 업무만 하는 부서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무도 역할을 명확히 정리하려 하지 않았고, 다들 이 상태로도 매출이 나오니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표님은 평가를 더 명확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신체구조가 꼬였는데 평가가 잘될 리 없었습니다.
조직의 건강을 점검하는 첫 단계는 바로 업무 파악입니다.
각자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그 기능이 무엇인지, 어떤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지를 아주 기본적이고 명확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위 회사에서도 R&R과 직무 분석이란 명목으로 복잡하게 정리된 문서들이 있었지만, 너무 복잡하면 오히려 명확성이 떨어집니다.
우리 신체를 예로 들자면, 눈은 보는 기능을 하고, 다리는 걷는 기능을 하듯이, 모든 기관은 자신의 역할과 기능이 있습니다. 사람은 이 역할과 기능이 오랫동안 정해져 왔기 때문에 너무도 당연해서 정의나 명확화를 할 필요가 없지만, 기업은 이 역할과 기능이 정해져 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명확하게 본질적이고 근원적으로 의미로 정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역할 내용을 모두 인식하고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CEO와 HR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 조직 분위기를 위해 피자 파티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 기본적인 업무를 정의하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업무 파악을 시작으로 보다 기초적인 구조와 체계에 대해 점검해야 합니다. 조직의 건강을 구성원 만족도나 문화적 측면만으로 판단하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정신과 상담만 받고 건강 진단을 끝내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단기적 성과와 실적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도 건강과는 무관합니다. 성적순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보다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건강 상태를 체크해야 합니다.
기업팀의 기초적인 건강 상태 체크를 위해 크게 3가지 영역에 대한 접근을 해야 합니다. 외과, 내과, 정신과입니다. 이를 통해 팀의 신체와 정신의 모든 건강한 상태를 밸런스 있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단 단계와 방법은 문진, 검사, 결과분석이 있습니다. 다음 편에 접근과 단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